사회문제 예방 도구로서의 스포츠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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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는 광대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결국은 살인과 폭력 시위를 일으키는 악당 ‘조커’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서로 조커라는 악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 사람은 원래 그렇게 될 사람이었다.’, 또는 ‘사회나 여러 환경이 그 사람을 결국 조커라는 악당으로 만든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어떤 사회현상, 특히 사회에 큰 충격을 주는 사회문제와 관련하여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 하나가 원인이 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형태의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일어난 무차별 흉기 난동과 같이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범죄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안타까운 희생자들이 생겼다. 당연히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강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 문제해결 방법이 아니다. 이 문제들은 하나의 특정할 수 있는 원인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완벽한 약은 존재할 수 없다. 만약 범죄라는 병에 대한 법적 처벌이 약이라고 한다면, 이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약이 아니라 운동으로 평상시에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병이 더 심각해져 우리 사회를 해치고 더 많은 약이 필요하기 전에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최근 발생하는 사회문제의 원인 중 하나를 ‘소속감의 부재’로 보고 스포츠의 가치, 그중에서도 스포츠클럽의 특성을 활용하여 앞으로 발생할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 이미 스포츠를 통해 건강해진 국가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하지만 스포츠를 활용하여 앞으로 발생할 사회문제를 예방함으로써 만들 수 있는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조금이라도 스포츠가 가지는 가치를 느끼고, 이것이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회문제의 주요 발생원인: 소속감의 부재
사회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가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사회적 고립’이다. 최근 발생한 잔혹한 범죄 피의자 대부분이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다는 점이 밝혀졌다(머니투데이, 2023.08.23.). 이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다른 사람과 교류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결국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등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 갈수록 발달하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속 세상과의 격차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도 이와 같은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많아 가족구성원 내에서 소속감을 느끼거나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핵가족을 넘어 1자녀, 심지어는 위의 <그림 1>과 같이 1인 가구가 이미 사회의 다수(2022년 기준, 34.5%)가 된 현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어떤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따라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을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개인의 ‘소속감 부재’라고 한다면 분명 어딘가는 이런 소속감을 느끼게 해줄 곳이 필요한 것이다.
스포츠의 가치와 스포츠클럽의 활용가능성
스포츠의 가치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포츠가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알아야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스포츠는 도구로서 매우 훌륭한 가치를 가진다. 전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nnan)은 2004년 연설에서 “스포츠는 보편적인 언어이다. 스포츠는 출신, 배경, 종교 혹은 경제적 위치와 관계없이 그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여러 메가스포츠이벤트 개최를 통해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그보다 작은 단위에서도 각종 스포츠활동 참여를 사회활동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렇듯 스포츠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속감의 부재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예방할 도구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스포츠가 가진 가치를 가장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모여 스포츠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2022년 6월 16일부터 시행된 「스포츠 클럽법」은 기존에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던 다양한 스포츠활동 조직들을 ‘스포츠클럽’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모으고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 및 지원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향후 스포츠클럽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 스포츠생태계를 구축할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제도적 기반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스포츠클럽을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체육활동 조직들과 스포츠클럽은 어떤 차이가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스포츠클럽의 특성: 개방성과 소속감
생활체육 동호회와 스포츠클럽
과거 우리나라에서 단체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활체육 동호회(이하 동호회)라는 조직에서 활동해왔다. 그러나 동호회는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중 가장 큰 한계는 바로 ‘폐쇄성’이다. 대부분의 동호회는 같은 종목을 비슷한 수준으로 하는 지인들의 모임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당 종목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가 이미 자리를 잡은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동호회에 지인이 없는 상황에서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러한 동호회와 스포츠클럽이 다른 특성 중 하나는 바로 ‘개방성’이다. 스포츠클럽에서는 회원의 운동 수준이나 지인이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스포츠클럽의 운영 규정상 누구든지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제한 없이 스포츠클럽에 가입할 수 있고, 일정 수준의 회비만 내면 원하는 스포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스포츠활동 참여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만으로도 스포츠클럽은 기존의 동호회가 가진 폐쇄성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체육센터와 스포츠클럽
동호회 외에도 시민들에게 스포츠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 체육센터(예: 국민체육센터 등)가 있다. 체육센터에서는 많은 시민이 일정 금액을 내고 강습을 받거나 여러 종목의 스포츠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폐쇄성을 가지고 있는 동호회와는 달리 일정 수준의 금액을 지불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체육센터가 동호회보다 개방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체육센터에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체육센터는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본인이 희망하는 스포츠활동을 하는 장소 이상의 소속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물론 일부 회원은 함께 운동하는 그룹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며 활동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해당 그룹에 대한 소속감이지 체육센터에 대한 소속감이라고 볼 수 없다.
반면 스포츠클럽에서는 체육센터에서 느끼기 어려운 소속감을 구조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기존 공공스포츠 클럽 사업에서부터 현재 등록-지정스포츠클럽에서까지 가장 강조하고 있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회원 중심 의사결정 구조’이다. 공공스포츠클럽은 비영리 법인으로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회원 대표로 구성된 총회이다. 따라서 스포츠클럽의 주인이 회원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다. 또한 스포츠클럽 운영 프로그램에 반드시 회원들의 커뮤니티 강화를 위한 활동을 하도록 요구해왔다. 이는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주인의식 강화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체육센터와 스포츠클럽은 회원들의 클럽에 대한 소속감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스포츠클럽의 특성은 일반 체육센터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데 더 나은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문제 예방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스포츠클럽 활용방안
다수의 소규모 스포츠클럽 육성
최근 「스포츠클럽법」이 시행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지난 10년 동안 운영한 공공스포츠 클럽 사업이 등록-지정스포츠클럽 제도로 전환되는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기존 공공스포츠클럽은 229개나 되는 시·군·구에 스포츠클럽을 설립하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각 지역마다 하나의 대규모 스포츠클럽을 설립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대규모 스포츠클럽은 아무리 크더라도 지리적·인구적 한계에 의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지역에서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스포츠클럽법」 시대에서의 스포츠클럽은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특히 스포츠클럽을 통해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면 스포츠클럽이 사회에 가질 수 있는 파급력을 크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스포츠클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대규모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것도 상징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면이 있기에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많은 수의 소규모 스포츠클럽을 만들어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집중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체육단체와의 시너지 창출
많은 스포츠클럽을 만들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체육 관련 사업들을 관리·수행하는 지역체육 단체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스포츠클럽은 「스포츠클럽법」 제6조(스포츠클럽의 등록)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면, 같은 법 제8조(체육단체 가입 의제)에 의해 자동으로 체육단체(지방체육회와 경기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하게 된다. 지금은 전국에 348개(2023년 4월 기준) 정도의 등록스포츠클럽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앞으로 등록스포츠클럽의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된다면, 이를 관리 및 지원해야 하는 체육단체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체육회는 스포츠클럽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사업 또는 교육을 제공해야 하고, 경기단체는 종목별 대회와 리그를 운영하며 스포츠클럽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어쩌면 현재 체육단체에 스포츠클럽이 때로는 지역 내 유사한 스포츠서비스 제공자로 견제의 대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때로는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관련 업무를 지원해야 하는 귀찮은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긴 호흡으로 앞으로 스포츠클럽이 만들어 갈 우리나라의 스포츠생태계를 바라보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체육단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19~2020년 두 차례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지방체육회는 자체적으로 회장을 선출하며, 독립된 법인으로의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체육회는 전체 예산 중 70% 이상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상황에서 그들이 지역 내 체육활동 진흥을 위해 긍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어떤 지방체육회에 등록된 스포츠클럽의 회원 수가 수천, 수만 명에 달한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방체육회를 위한 지원에 대한 당위성이 생길 것이고 결국은 지방체육회와 스포츠클럽 모두가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도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스포츠클럽이라는 조직이 활성화된다면, 이를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스포츠클럽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회적 고립 또는 소속감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거라고 예상된다. 그러므로 사회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또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스포츠클럽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겠지만, 이런 노력이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번 강조하였듯 스포츠나 스포츠클럽을 도구로 활용하여 사회문제 예방을 위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스포츠활동이나 스포츠클럽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기반은 이제 깔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순한 건강 증진의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포츠를 도구로 활용하는 노력을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42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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