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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도 무대에도 보름달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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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 ‘가을 저녁’을 뜻하는 이날은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을 말한다.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면 그곳이 고향이든 아니든 공평하게 풍성하다.
9월 28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추석연휴는 10월 2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모처럼 6일간의 느긋한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연휴 기간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모았다. 서울의 공원과 강릉 경포대에는 전래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한마당이 펼쳐지고 연휴의 피로를 날릴 공연들도 풍성하다. 추석 대목을 노린 한국영화도 속속 개봉한다.



전통놀이
추석에 뭐하지? 공원 가지!

추석에도 공원 문은 닫지 않는다. 놀이의 장이 열린다. 서울시는 추석연휴 기간에 17개 공원과 숲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가족·친지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평화의공원 장승마당에서는 추석연휴 기간 전래놀이 지도사가 알려주는 ‘한가위 전통놀이 마당’이 열린다. 땅따먹기,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등 추억의 놀이를 해볼 수 있다. 천체망원경으로 보름달을 관측하는 ‘추석 보름달맞이’와 송편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소나무와 송편’도 운영된다.
동작구 보라매공원 동문 앞 광장에서는 10월 1일 ‘두근두근 추석놀이터’가 진행된다. 투호, 신랑각시떡먹이기, 8방망줍기, 꼬마야꼬마야 등 각종 전통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에서는 추석 유래 나무를 소개하는 ‘추석에 뭐하지? 공원 나무 알아보지!’를 즐길 수 있다.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 일대에서 전기차를 타고 추석 관련 이야기와 도토리·말밤에 대해 알아보는 해설 프로그램 ‘구석구석 가을산책’도 마련된다.
이밖에도 각 공원과 숲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yeyak.seoul.go.kr)에서 사전 신청하면 된다.


공연



한류의 원조를 보여주마 <시스터즈>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K-팝의 저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한류의 장구한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뮤지컬 <시스터즈>는 오늘날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근원을 파헤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격동의 근현대사에도 가요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경성 조선극장, 미8군, 에드 설리번 쇼 등의 무대에 올라 조선인의 흥을 보여줬다. 최초 걸그룹이라 불리는 ‘저고리 시스터즈’, 1950~60년대 스타 ‘김시스터즈’와 ‘이시스터즈’, ‘윤복희와 코리아 키튼즈’, ‘희자매’ 등이 그 주인공이다. 1960년대 미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김시스터즈는 당시 주급으로 한화 1억 7000만 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한글 제목은 <시스터즈>이지만 영어로는 ‘Shestars’라고 쓴다. 잊혀진 노래, 지워진 이름들을 이제라도 반짝이게 하겠다는 제작진의 진심이 담겨있다. 11월 12일까지 서울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문의 02-742-0300



판소리로 맞는 명절 <심청가>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이 추석연휴, 관객들이 사랑한 전통 판소리 기반의 창극 <심청가>를 4년 만에 무대에 올린다. 2018년 초연과 2019년 재연 당시 판소리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전통의 현대화를 위해 애써온 공연 연출의 대가 손진책이 극본과 연출을,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을 맡았다. 5시간이 걸리는 완창을 2시간으로 축소해 백미만 담았다는 후문이다.
창극 <심청가>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혜택도 마련했다. 9월 28일부터 30일까지는 ‘추임새 클래스’가 열린다. 공연 관람 전 국립창극단원에게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과 판소리 사이사이 흥을 돋우기 위해 고수나 관객이 곁들이는 감탄사인 추임새를 배워볼 수 있다. 공연은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다.

문의 02-2280-4114



13년의 기다림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은 전 세계 186개 도시, 관람객 1억 6000만 명 이상, 7개의 토니상과 4개의 올리비에상을 포함해 70여 개의 상을 받으며 뮤지컬 역사를 새롭게 쓴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이번 공연은 특별하다. 국내에서는 2001년 처음 공연된 이래 2009년 재연 이후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출연진은 조승우, 최재림 등 그야말로 걸출하다. 처음으로 ‘오페라의 유령’ 역을 맡은 조승우에게 이 작품은 매우 특별하다. 2001년 한국어 초연 당시 그는 ‘라울’ 역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제작사의 실수로 불합격 통보를 받고 영화에 출연했다고. 22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오페라의 유령’을 만났다. 조승우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줄 작품이라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한다”고 했다. 13년 만의 한국어 공연인데다 배우 조승우의 인생 2막을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오페라의 유령>은 11월 1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문의 1644-0078


축제
추석연휴에도 지역축제는 계속된다



천개의 달빛이 되어 ‘2023 경포 등 축제’
강원 강릉시 경포대는 관동팔경 중 하나다. 경포대 누각 주위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우거져 운치 있는 경관을 만든다. 추석연휴 기간 강원 강릉의 대표 관광지인 경포 일대가 천 개의 달빛으로 환하게 빛난다. 강릉시와 (사)강릉전통문화연구원은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강릉 경포 습지광장과 경포대 일대에서 ‘2023 경포 등 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훈민정음으로 빛나는 천 개의 달빛’을 주제로 8개 테마로 이뤄진다. 신라 화랑들의 심신수련의 장이었던 ‘경포대 화랑다례 재연’을 시작으로 개막공연, 연등 퍼레이드, 빛과 문자전, 전통음식과 먹거리 체험, 민속놀이와 체험, 창작시화전, 플리마켓(벼룩시장) 등으로 채워진다.
9월 30일에는 경포 번영회 주차장에서부터 3·1기념탑 습지광장까지 시민취타대, 강릉농악 등의 길놀이와 함께 다양한 창작 등을 선보이는 연등 퍼레이드 행사도 펼쳐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전통차 시음 행사와 커피식혜, 비건빵, 야생화꽃차, 약과와 다식 등 먹거리와 함께 가족 소원등 만들기, 탁본체험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추석 개봉 영화



<거미집>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감독은 새로운 영화로 걸작을 만들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촬영은 계속해서 꼬이고 설상가상으로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과연 ‘거미집’은 세기의 걸작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천박사 퇴마연구소>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가짜 퇴마 의식을 하며 의뢰받은 사건들을 해결해오던 그에게 귀신을 보는 의뢰인이 찾아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의 세계에 진짜 사건이 생겼다. 배우 강동원이 퇴마사로 출연해 화제다.



<1947 보스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렸던 그는 하루아침에 민족의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다. 광복 이후 1947년 서울,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서윤복에게 손기정이 손을 내민다. 이들은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마음껏 달릴 수 있을까?

인터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있는 그대로를 담았다”



쌀밥 한 그릇이 간절했던 시절,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먼 타국의 땅에서 42.195㎞를 달린 젊은이를 생각한다. 체격 좋은 제국의 청년들 틈에 달려나가 영양 상태도 체력도 월등했을 이국의 선수들을 제치고 결승점에 가장 먼저 들어온 조선의 마라토너. 조선 땅 굽이굽이를 달린 힘으로 세계의 1등이 됐으나 일장기를 가슴에 달아야 했던 그의 심정을 생각한다. 손기정의 기록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 자신과 똑 닮은 제자를 길러냈고 그는 기어이 태극기를 달고 다시 한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젊은이가 된다. 그 시절 조선의 청년에게는 일찌감치 K-초능력이라도 있었던 걸까. 무엇이 그들을 지구 반대편에서도 그렇게 달리게 했을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승 손기정과 제자 서윤복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은 강제규 감독을 만났다.

지금 왜 ‘달리기’인가?
어린 시절부터 <불의 전차> 같은 달리는 영화에 매료됐다. 달리는 사람을 보면 함께 가슴이 뛰었다. 일제강점기 달리기는 ‘흙수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었다. 두 다리만 있다면 맨몸으로 해낼 수 있는 레이스니까. 손기정 선생님도 어릴 적부터 매일 20리를 뛰어다녔다.

1996년 <은행나무 침대>로 등장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사도 달리기 같다.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
한국영화가 시장점유율 10%일 때 영화를 시작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의 명암을 온몸으로 겪었다. 당시는 독립투사처럼 늘 한국영화가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다행히 〈은행나무 침대〉나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은 또 위기다. <1947 보스톤>도 촬영 후 3년이 지나 개봉했다.
위기는 늘 찾아온다. 영화관의 문턱은 높아졌고 관객은 더 까칠해졌다. 이 시기에도 영화를 보게 하려면 ‘팝콘을 들고 와서 못 먹고 나가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영화가 살길이다.

배우 하정우가 베를린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생님을, 임시완이 보스톤 금메달리스트 서윤복 선생님을 맡았다.
우리 역사에 이런 분들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 보스톤 마라톤 당시 선두에 있던 서윤복 선수에게 관중 틈에 있던 개 한 마리가 돌진했다. 그는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서서 뛰었다. 그리고 우승했다. 영화를 이렇게 만들면 거짓말이라고 할 거다. 두 배우는 이 실화가 진실임이 믿어지도록 진짜 마라토너가 됐다.

이번 영화를 만들며 무엇을 가장 조심했나?
이른바 ‘국뽕’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있는 사실을 담대하게 그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실존 인물을 훼손하지 않고, 무엇을 고양하거나 고취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이 이야기가 더할 나위 없는 영화이니까.

유슬기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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