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동기 범죄 꼼짝 마! 경찰 교육 대개혁 현장형 경찰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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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경찰학교 ‘물리력 대응 종합훈련’ 참관
“칼 버려! 칼 버려!”
흉기를 든 범인과 두 명의 경찰관이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 2인 1조의 경찰관들이 한 손에는 방패, 또 다른 손에는 삼단봉을 든 채 큰 목소리로 범인을 압박했다.
실제 상황은 아니다. 충북 충주시에 있는 중앙경찰학교 물리력 대응 종합훈련장의 훈련 모습이다. 최근 ‘이상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무차별적인 이상동기 범죄를 막기 위해 2024년부터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찰청은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를 ‘교육훈련 대개혁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먼저 신임 경찰 단계부터 새로운 교육 훈련 시스템을 도입했다. 경찰관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앙경찰학교에 지난 6월 ‘물리력 대응 종합훈련장’을 개장했다.
중앙경찰학교는 신임 경찰 교육의 전문화를 위해 1987년 개교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통해 선발되는 신임 순경, 특별채용을 통해 선발되는 경장, 그리고 101경비단 신임 순경을 교육한다. 경찰대학이나 경찰간부후보생 과정을 제외하고 현장을 누비는 우리나라 경찰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8개월(34주) 교육을 거쳐 진짜 경찰로 거듭난다.
9월 5일 중앙경찰학교를 찾았다. 신임 경찰관 후보생들이 삼단봉과 테이저건을 사용해 흉기를 든 범인을 제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훈련 모습은 실제 현장을 연상케 할 만큼 긴장감이 넘쳤다. 물리력 대응 종합훈련장은 실제 상황을 가정해 단계별 물리력 사용을 훈련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현장 상황 그대로 재연한 훈련장
중앙경찰학교 김준열 현장대응학과장(경감)의 안내를 받아 종합훈련장으로 갔다. 훈련장은 단계별로 실제 현장의 모습을 똑같이 구현해놨다. 실제 가정집 출입문, 7m 폭의 격투용 케이지와 철문으로 구성된 격실 등 다양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그곳에서 훈련생들의 종합훈련이 한창이었다.
물리력 대응 종합훈련 코스는 ▲체력 증진 ▲출입문 진압 ▲삼단봉 사용 ▲테이저건(전기충격기) 사용 ▲체포·제압 등 5단계로 구성돼 있다. 먼저 체력단련을 위해 밧줄 당기기와 팔굽혀펴기를 번갈아가며 1분 이상 한다. 다음은 출입문 진압 훈련, 삼단봉 등 장신구 사용 훈련, 테이저건 사용 훈련, 근접 제압 훈련을 연이어 진행한다. 해당 훈련은 2인 1조로 진행된다.
후보생들이 훈련 상황을 시연했다. 먼저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멀리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순찰차가 다가왔다. 순찰차에서 후보생들이 급하게 내려 현장으로 뛰어들어갔다. 현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40~50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리고 재빠르게 출입문을 진압한 후 단계별로 작전을 진행해나간다. 거칠게 저항하는 범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것으로 훈련은 끝난다.
5분 남짓의 단순한 훈련처럼 보이지만 훈련을 마치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질 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 기자가 직접 훈련 과정 일부를 체험해봤다. 체력 증진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밧줄 당기기가 아니라 속도와 압력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져 상당한 힘이 필요했다. 5단계의 훈련을 모두 끝낸 후보생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훈련생들은 물리력 대응 종합훈련과 함께 ▲물리력대응 기초훈련(42시간) ▲물리력대응 실전훈련(39시간) ▲경찰순환식 체력평가(6시간) 등 3단계의 실전훈련을 거친다. 소극적·적극적 저항, 폭력적·치명적 공격 등 상황별 사례에 맞춰 단계별로 훈련을 진행하고 체력 평가도 실시한다.
중앙경찰학교는 기수별로 2400여 명의 훈련생이 입교한다. 훈련생들은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꽉 짜인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때문에 기수마다 200~300명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퇴교를 결정한다. 그만큼 훈련은 힘들다.
“국민 안심시켜 드릴 수 있는 경찰관 될 것”
훈련을 마친 후보생들은 힘들어 보였지만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313기 백지훈 후보생은 “힘들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백 후보생은 초등학교 시절 폭탄 테러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특공대의 모습을 보고 꿈을 키웠다. 군 복무를 마친 후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백 후보생은 “최근 이상동기 범죄로 국민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실전 훈련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일선에서 국민을 안심시켜 드릴 수 있는 경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313기 중 최연소는 18세 김솔 훈련생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경찰관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졸업과 동시에 신임 경찰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하고 싶었던 경찰관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준열 학과장은 “현장은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다양하게 발생한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 경찰관들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게 하는 것이 훈련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광성 기자
박스기사
이상동기 범죄 대응 요령
공공장소에서 탈출 경로 파악하고
위급한 상황 땐 ‘긴급신고 바로’ 앱 통해 신고
이상동기 범죄, 일명 ‘묻지마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와 함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비롯한 범죄예방 환경설계 사업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8월 28일 행정안전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전달하고 CCTV 확대 설치 등을 요청했다. 특히 둘레길 진·출입로 등 범죄 취약시설에 CCTV를 설치하고 안심골목길과 같은 범죄예방 사업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별로 치안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찰 등과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전국 최초로 ‘이상동기 범죄대응 조례안’이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예방도 중요하지만 실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스스로를 지킬 방법도 알아야 한다. 중앙경찰학교 현장대응학과 김창곤 물리력대응팀장(경감)에게 이상동기 범죄자를 현장에서 맞닥뜨릴 경우 대응 요령을 들어봤다.
첫째,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외출 시 주점이나 유흥가 쪽은 피하고 의심되는 대상자가 있을 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공공장소의 경우 항상 탈출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범죄자들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장소에 있다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
둘째, 휴대전화를 항상 소지하고 112신고 버튼을 쉽게 누를 수 있게 설정해놓는 것이 좋다. 버튼을 누르면 사이렌 경보음이 울리고 자동으로 신고가 이뤄지는 애플리케이션 ‘긴급신고 바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피하지 못할 경우 가방, 혁대(벨트), 옷을 이용하거나 주변에 있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방어해야 한다. 방어가 어려운 경우 과감하게 대상자 급소(얼굴, 낭심)를 공격하고 거리가 생겼을 때 도망쳐야 한다.
넷째, 대상자가 흉기로 공격하면 무조건 흉기를 든 손을 잡아 계속 공격하지 못하게 해야 생존율이 높아진다. 방어 시 중요한 것은 절대 넘어지지 말아야 한다. 넘어지면 행동반경이 줄어들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다섯째, 긴급상황에 대피해 평상시 개인 호신용구(삼단봉, 스프레이)를 준비하면 더욱 좋다. 여기에 자기 방어술을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크게 소리를 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음성 표현을 해 눈길을 끌도록 하자. 또 긴장으로 몸에 무리가 오지 않도록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서 몸과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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