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숲속 작은 집서 도토리비 맞으며 가을 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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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 고대산자연휴양림
길고 긴 여름도 끝이 보인다. 공기에 습기가 빠지고 모처럼 솔솔 불어오는 초가을 바람이 기분 좋은 주말, 나들이 삼아 안보 관광을 떠나볼까 싶어 지도를 살펴본다. 경원선 철도가 북을 향해 달리다가 멈춘 곳에 우뚝 선 고대산! 시선을 사로잡는다. 황금빛 철원평야와 백마고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손닿을 듯 북녘땅이 가까운 곳에 이렇게 어여쁜 숲이 자리잡고 있다니 놀랍다.
경기 북부의 시설 좋은 자연휴양림
경기 남부에는 용인자연휴양림과 의왕바라산자연휴양림이 있다. 그런데 왜 경기 북부에는 자연휴양림이 없는지 늘 의문이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어 휴양림 조성에는 최적의 조건일 텐데 말이다. 그러던 차에 2017년 드디어 연천 고대산에 공립 자연휴양림이 오픈했다.
경기 연천군 신서면에 자리한 고대산자연휴양림은 행정구역상 연천이지만 강원 철원군과 경계에 있다. 연천 중심과는 꽤 거리가 있고 오히려 노동당사, 도피안사 등 철원 주요 관광지가 지척이다. 경원선 신탄리역에서 1.2㎞가량 거리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좋다. 주말에 길 막히는 것이 싫다면 남쪽, 동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향하길 권한다. 고대산자연휴양림으로 오고 가는 길은 교통체증 없이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고대산은 높이 832m, 경기 연천 신서면과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사이에 솟아 있는 산이다. 정상에 서면 철원평야와 6·25전쟁 격전지인 백마고지뿐 아니라 금학산, 북대산, 지장봉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암반과 암릉이 발달해 북동쪽 골짜기의 표범폭포에서 흐르는 물이 유명한 동막골 계곡을 지나 한탄강, 임진강까지 흘러 들어간다. 고대산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큰 고래’라 불러 고대가 됐다는 유래도 있고 참숯으로 유명한 신탄이란 지명과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됐든 골이 깊고 높아서 고대산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고대산은 그 비범한 기운과 거친 맛으로 산객을 유혹하는 곳이다. 고대산자연휴양림이 생기기 전부터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었고 이제는 그 천혜 환경을 등산객과 휴양객이 함께 나누고 있다.
바비큐 즐기며 보내는 아기자기한 숲속 하루
신탄리역을 지나 등산객 무리를 따라 오르다보면 꽤 높은 곳에 고대산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다. 경사가 있는 길을 올라가면 관리소 앞에 씩씩하게 사찰 당간지주처럼 고대산자연휴양림 이름표가 서 있다. 그 옆 큰 돌에 새겨진 글귀가 방문객을 맞는다.
‘사랑과 행복을 주는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 ‘오늘 하루가 선물이에요.’
기분좋은 글귀가 환영 인사를 건넨다. 거친 고대산과는 달리 고대산자연휴양림은 예쁘고 아담하다. 먼저 방문자센터 뒤로 산림문화휴양관 2층 건물이 서 있다. 휴양관에는 5인실, 8인실이 있고 야외에 바비큐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숲속의 집들이 등장한다. 녹색 지붕의 나무집이 동화 속 집들을 연상시킨다. 황조롱이, 곤줄박이, 산까치 등 새 이름으로 된 집들은 6인실이다. 제일 끝의 소쩍새동은 최근 생긴 장애인 우선 객실이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더 오르면 담비, 하늘다람쥐, 청솔모라는 이름의 4인실 3동이 나란히 서 있다. 한 단 더 오르면 산철쭉, 들국화 등 꽃 이름의 4동이 ‘ㄱ’자로 배치돼 있다. 역시 4인실인데 동물 이름 숲속의 집과 다른 점은 나무집이 아니라 벽돌집이라는 것이다.
고대산자연휴양림은 바비큐 즐기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특히 숲속의 집 테라스에 자리한 아늑한 바비큐 공간은 누가 봐도 탐이 난다.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아빠가 구워주는 고기를 먹으며 수다 꽃을 피우는 가족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숲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쫓아 진달래동 뒤쪽 숲속 놀이터를 찾아간다. 쭉쭉 뻗은 낙엽송들 사이, 예쁜 통나무집이 있는 밧줄 놀이터에 햇살이 내린다. 아이들이 신나게 밧줄을 건너고 있다. 엄마 아빠는 관람객 자세로 편안한 나무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걷고 싶은 무장애 산책로도 잘 정비돼 있으니 산책로를 따라 고대산의 숲내음을 느껴봐도 좋겠다.
도토리 비가 내리는 야영장
고대산자연휴양림에는 야영장도 있다. 숲속의 집 4인실을 지나 오른편으로 가면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나오고 야영장이 보인다. 휴양관 뒤편 숲속이라고 보면 된다. 야영장으로는 차량 진입이 안 되니 주차하고 산비탈을 올라야 한다. 산기슭 여기저기에 숨어 있듯 데크들이 앉아 있다. 데크들이 멀찍이 떨어져 각각 독립적인 것이 장점이다. 1~6번 데크 정도까지는 오를 만하지만 이후 뒤쪽 데크들까지 여정은 등산에 가깝다. 짐을 옮기려면 매우 힘들다. 우스갯소리로 야영장을 ‘고말라야(고대산+히말라야)’라고 부른다. 오죽하면 이런 별칭이 생겼을까? 야영데크에서 캠핑을 하려면 필히 가벼운 등짐을 져야 한다. 하단 데크는 편의시설에서 가깝지만 상단 데크는 거리도 멀고 숲이 깊다. 혼자라면 무서울 정도다.
휴양림 숲속에는 유난히 참나무가 많다. 깊은 밤 텐트를 두드리는 “투둑” 소리에 비가 오는 줄 알았다. 아침에 보니 땅에는 비 온 흔적이 없다. 대신 데크와 텐트 주위에 도토리가 가득하다. 밤새 내 숙면을 방해한 범인이 도토리였다니. 울창한 참나무들이 도토리 비를 내려주는 고대산 숲속, 내년 가을을 또 기약하고 싶다.
안윤정 여행작가
여행작가이자 휴양림·캠핑 여행 전도사다.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발도장을 찍고 있다. <우리는 숲으로 여행간다> <캠핑으로 떠나는 가족여행> <숲에서 놀자>(공저) 등을 썼다. 산림청 매거진 <숲>, 산림조합 월간지 <산림>, 국립공원 블로그 등 각종 매체에 숲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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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산자연휴양림 예약방법
고대산자연휴양림은 통합예약시스템인 숲나들e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선착순 예약이며 매주 수요일 오전 9시에 다음 6주 차 일주일분 예약을 개시한다. 예를 들어 8월 23일 수요일 오전 9시에 다음 6주 차 일주일(9월 27일~10월 2일)분을 선착순으로 예약할 수 있다. 그중 주말분은 특히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대기제도 운영한다. 선착순 예약에 실패해도 대기를 걸면 1·2·3순위까지 순서대로 예약 가능성이 있다.
주소 경기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 84-79
전화 031-834-2200
예약 숲나들e (www.foresttrip.go.kr)
시설 숲속의 집 6인실 7동, 4인실 7동, 산림문화휴양관 1동(6실), 야영데크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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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산자연휴양림 주변 돌아보기
재인폭포
한탄강 주변은 오래전 화산활동이 있었던 곳이다. 재인폭포는 연천의 대표적 관광지로 제주도처럼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북쪽 지장봉에서 흘러내려온 작은 하천은 높이 약 18m에 달하는 현무암 주상절리 벽으로 쏟아져 장관을 연출한다. 평지에서 움푹 내려앉은 커다란 협곡에 생긴 폭포라 더 신비롭다. 폭포에 얽힌 ‘재인’의 슬픈 전설처럼 옥색 물빛이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하다. 전망대와 출렁다리도 어우러져 신비로운 비경 감상에 일조하고 있다.
주소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산21
전곡선사박물관
연천 전곡리는 동아시아 최초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구석기 유적지로 아이들과 선사시대로 흥미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다. 그 유적지 안에 은빛 타임머신을 연상시키는 선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주먹도끼를 비롯해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 등 구석기인들이 사용한 도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인류의 진화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유익하다. 이왕이면 박물관 미션 투어도 참여해보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주소 경기 연천군 전곡읍 평화로 433번길 2 | 전화 031-830-5600
호로고루
매년 8월이면 통일의 염원을 담은 해바라기들로 가득 차는 곳. 연천의 3대 고구려 유적 중 하나인 호로고루다. 전략적 요충지였을 이곳에 성을 쌓았고 그 성은 지금 좋은 나들이 장소가 됐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전시관도 살펴보며 조금 진지하게 호로고루를 느껴보자. 어린아이들도 연 날리고 뛰어놀기 좋으니 발걸음이 아깝진 않다. 탁 트인 푸른 들판과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은 누구나 남기고 싶은 풍경이다. 9월 8~17일 호로고루성 일대에서는 장남면 통일바라기 축제도 열린다.
주소 경기 연천군 장남면 장남로 163번길 128
숭의전
연천에는 고려 왕조의 사당인 숭의전이 남아 있다. 숭의전에는 태조 왕건을 비롯한 4명의 왕과 신숭겸, 강감찬, 정몽주 등 고려 충신 16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고려 유민을 달래고 상생하려는 조선 왕조의 노력이 엿보이는 장소다. 종묘에 비하면 작고 초라하지만 앞을 유유히 흐르는 강물, 600년이 넘는 느티나무 고목들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주소 경기 연천군 미산면 숭의전로 382-27
노동당사
행정구역상 강원 철원군이지만 고대산자연휴양림에서 10㎞ 거리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1946년에 완공된 곳으로 6·25전쟁 전까지 북한의 노동당사로 사용된 건물이다. 1850㎡ 면적에 지상 3층 콘크리트 건물이다. 한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나와 유명해졌으며 지금도 각종 행사나 음악회 등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주소 강원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3-2 | 전화 033-450-5558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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