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완벽 차단 안전하지 않은 식품 국민 식탁에 안 올린다”

365일 불 켜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실험실
9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일식당의 벽에 붙은 원산지 표기판에 한 번씩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렀다. 대부분 국내산 수산물이었지만 도미는 일본산이었다. 초밥을 만들고 있던 주인에게 “일본산이라고 적어두면 꺼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먹어도 괜찮은지 물어보는 사람은 꽤 많은데 ‘방사능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것’이라고 알려주면 거의 대부분은 그냥 먹는다”며 “나 역시 방사능 검사를 믿고 재료를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일본산 수산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행하는 ‘수입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일본산이 아닌 타 국가산 수산물은 품목과 생산 국가에 따라 검사 빈도가 다르다. 그러나 일본산 수산물은 하나도 빠짐없이 방사능 검사를 거쳐야 한다. 검사 결과 조금의 방사능이라도 검출되면 추가 핵종증명서를 제출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식약처 부산지방청 유해물질분석과 장호원 연구사는 “추가 핵종증명서를 발급받는 일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 대개 반송한다”며 “지금까지 추가 핵종증명서가 제출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지방청 유해물질분석과에서는 일본산 수산물뿐 아니라 농축산물, 타 국가의 농수축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농약과 미생물 검사 등을 실시한다. 이 중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량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구사가 방사능 검사에도 투입된다. 장 연구사와 함께 수입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은정 연구사로부터 방사능 검사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1만 초의 안전
9월 1일 오전 10시 어김없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가 시작됐다. 검사는 항구에서 채취한 수산물을 전처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수산물이 담긴 봉투에는 검체번호, 검체명, 의뢰기관과 조사기관이 뚜렷하게 적혀 있다. 이날 검사해야 하는 수산물은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온 병어, 야마구치현에서 온 쥐치 등이다.
여기저기서 쿵쿵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 칼로 수산물을 써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냉동상태의 수산물은 잘 썰리지 않기 때문에 망치로 두들겨 채취한다. 김 연구사는 “사람들이 먹는 부분을 모두 검사에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검사의 시료가 될 병어는 냉장돼 있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손질됐다. 먹지 않는 머리 부분만 빼고 토막 내 자른 병어 살은 잘게 갈린다.
시료를 분쇄기로 잘게 갈아 균질하게 만드는 것을 ‘전처리한다’고 표현한다. 전처리된 병어는 방사능 검사를 위한 전용 비커에 담겼다. 1kg 이상 가득 담아야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장 연구사는 “크기가 작은 수산물 경우에는 검사를 하기 위해 꽤 많은 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꾹꾹 눌러 균질하게 담은 시료는 옆 실험실로 옮겨진다.
널찍한 실험실에는 커다란 기계들이 놓여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고순도게르마늄 감마핵종분석기다. 식품에서 나온 방사능을 측정하는 기계다. 1대당 무게가 1.5톤에 달하는 무거운 장비다. 부산지방청에만 분석기가 17대 마련돼 있는데 무게 때문에 분산돼 검사가 진행된다.
실험실에 있는 장비는 모두 품질관리기준에 엄격하게 맞춘 것들이다. 시료의 무게를 재는 저울도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는다. 이 저울에 올려지는 것은 전처리를 마친 시료인데 중요한 것은 무게보다 부피다. 통에 일정량을 꾹꾹 눌러 담아야 시험을 할 수 있다.
김 연구사가 시료를 기계에 담았다. 기계를 작동시키자 로봇 팔이 시료를 차폐통에 넣었다. 주변의 방사선 간섭을 피하고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납으로 만들어진 차폐통에서 검사가 시작됐다. 세슘-134, 세슘-137, 요오드-131이 검출되는지 측정하는 검사는 1만 초, 약 2시간 47분이 걸린다. 검사 결과는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표시된다. 장 연구사가 검사 결과를 읽는 방법을 설명했다.
분석기가 측정하는 것은 시료에서 나오는 에너지다.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감마선 에너지를 1만 초 동안 측정해 결과를 스펙트럼으로 표시한다. 즉 특정 핵종이 계속해 에너지를 방출한다면 특정값이 그래프에 표시되는 식이다. 세슘-137을 예로 들자면 세슘-137이 검출되면 661.62킬로전자볼트(KeV) 구간의 그래프가 솟아오른다. 연구사들은 그 값을 계산해 기준에 적합한지를 확인한다. 다만 일본산 수산물은 ㎏당 0.5베크렐 이상만 검출돼도 추가 핵종증명서를 요구한다. 김 연구사는 “매번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데 촉각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이 검사 과정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엄밀하게 규정돼 있다. 일반 국민도 식약처가 운영하는 누리집 ‘식품분야 공전 온라인 서비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식품분야 공전’이란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약처장이 각종 기준과 규격을 정리해놓은 것을 말한다. 김 연구사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도 각종 기구와 과정이 방사능 검사를 하기에 적절한지 점검하고 인증한다”며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검사이지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많다”고 말했다.

“까다롭게 관리한다”
이날 검사한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능은 검출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방사능이 일절 측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적합’과 ‘부적합’을 가르는 기준은 세슘의 경우 ㎏당 100베크렐, 요오드는 ㎏당 100베크렐 이하여야 한다. 단 영유아용 이유식 등 영유아용 식품과 유제품·유가공품은 검출되는 세슘이 ㎏당 50베크렐 이하여야 한다.
이 기준은 국제기준에 비춰봐도 매우 엄격한 것이다. 세슘을 예로 들었을 때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기준은 ㎏당 1000베크렐이다. 미국에서는 ㎏당 1200베크렐, 유럽연합(EU)에서는 ㎏당 1250베크렐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이렇게 기준이 엄격해진 계기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1989년부터 국내 식품에 대한 방사능 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했는데 이때에는 요오드는 ㎏당 300베크렐, 세슘은 ㎏당 370베크렐이었다. 그러다 2011년 3월 11일 원전 사고가 있고 나서 3월 14일 정부는 일본산 식품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시작했다. 5월부터는 농산물·가공식품 등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됐을 때 추가 핵종증명서를 요구했다. 방사능 검사 기준은 더 엄격하게 적용됐다. 2012년 4월부터 일본산 식품에 대해 방사성 세슘 기준 ㎏당 100베크렐 기준이 적용됐고 이 기준은 2013년 9월에 모든 국가 식품으로 확대 적용됐다. 일본 후쿠시마현 포함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이 수입 금지된 것도 이때부터다.
일본산 수산물이 수입되는 과정은 꽤 까다롭다. 일본산 수산물이 반입되면 식약처 검사관이 생산지증명서와 검사증명서를 잘 갖추고 있는지 154개 항목의 서류 검사를 실시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검사관은 수입제품의 수량 등을 직접 확인한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권고하는 방식에 따라 수산물의 외관 등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정밀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검체를 무작위로 채취한다. 여기서 채취된 수산물을 대상으로 정밀검사, 즉 방사능 검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연구사들도 대부분 관련 전공자들인데 교육을 거쳐서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연구사 역시 대학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입장에서 먹거리의 안전 문제는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김 연구사는 “시중에 유통되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검사 단계에서 걸러질 수 있는 이중삼중의 규제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방사능 검사는 365일 쉬지 않고 진행된다. 김 연구사는 “예전에는 휴일에도 출근해 시료를 차폐통에 넣곤 했는데 로봇 팔이 대신해주는 요즘은 시료만 준비해두면 휴일을 가리지 않고 검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진행되는 방사능 검사는 세계 어느 곳보다 엄격하고 정밀하다는 것을 강조한 김 연구사는 “식약처는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검출된 것은 국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관리한다”고 다시 한번 힘줘 말했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일본산 식품 수입제한 언제까지
“국민이 완전히 안심하기 전까지
수입금지 조치 해제는 절대 없다”

2013년 9월부터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제한했다. 구체적으로 이바라키·군마·미야기·이와테·도치기·지바·아오모리 등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은 수입이 금지됐다. 가나가와·도쿄·홋카이도·에히메·구마모토·미에·가고시마·아이치 등 8개 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은 검사증명서와 생산지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농산물은 15개 현에서 생산되는 27개 품목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축산물은 일본산 육류 및 원유는 모두 수입이 금지됐다. 특히 수산물을 포함한 모든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해서는 방사능 검사가 필수다. 검사 결과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추가 핵종증명서를 제출해야 수입이 가능하다.
일본은 2015년 5월 이에 반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4년에 걸친 소송 끝에 2019년 4월 11일 WTO 상소기구는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제한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현재까지 수입제한 조치는 지속돼오고 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정부는 수입제한 조치를 변경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6월 15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후쿠시마 8개 현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형태의 수입금지”라며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는)그럴 일은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수입금지를 하게 된 요인이 과학적으로 해소되기 전이라는 점과 국민이 완전히 안심하기 전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어 7월 10일 브리핑에서도 박 차장은 “수입금지 조치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며 수입금지 조치 해제는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