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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앉아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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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둘째 아들과 둘이 집에서 저녁 먹으며 이 얘기 저 얘기 하던 중의 일이다. 아들이 돈이 없어 이삼일 굶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을 찔끔했다. 학비와 용돈을 보내줬으나 워낙 물가가 비싼 뉴욕이라 빠듯하게 살 수밖에 없었고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을 벌었다. 약간의 장학금을 받았으나 턱없이 부족했을 터다. 그러나 설마 굶기까지 했을 줄이야. 먼 이국에서 밥을 굶을 때의 그 서러움을 생각하니, 넉넉하게 생활비를 보내지 못한 형편이 야속했고 세심히 챙기지 못한 미안함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왜 이야기 안 했느냐” 물으니 그냥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간식 얻어먹고 다니니 버틸 만했고 엄마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으며 또 그게 삶에 있어 단단한 경험이 됐다고 말하는 아들이 일견 대견하게도 느껴졌다.
아들에게 들은 또 한 가지의 이야기. 대학 4학년 1학기 취업설명회 중 들어가고 싶은 건축회사 인턴 설명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워낙 좋은 회사라 학생들이 몰릴 것이 뻔해 정해진 시간보다 1시간 반 일찍 도착했단다. 설명회 현장엔 아무도 없었고 기업 측 사람들 몇몇이 의자 세팅을 하며 준비 중이었는데 분위기를 보아 하니 일손이 부족한 것 같아 좀 도와드려도 되겠냐고 묻고는 말없이 준비를 도왔다고 한다. 의자 나르고 현수막 걸고 학생들 줄 세우고…. 그렇게 하다 보니 스태프 비슷하게 돼 1시간 반 동안 그 기업의 취업설명회 준비를 돕게 됐고 자연스럽게 첫 번째로 인터뷰를 하게 됐다. 그게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세계적인 건축회사에 인턴으로 합격하게 됐다는 이야기.
우리는 남보다 일찍 움직이는 것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해 모자 간에 열띤 대화를 나눴다. 나는 평생 지각·결석을 한 적이 없다. 아나운서로서 오랫동안 방송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뛰어난 실력도 외모도 아닌, 부지런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학창시절에도 나는 만원버스를 타기 싫어 새벽같이 나가 학교 교문을 두드려 경비아저씨를 깨웠고 아무도 없는 빈 교실의 정적을 즐겼다. 방송국 재직 시절에도 눈이 많이 오면 다음날 늦을까봐 밤에 출근해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자며 새벽방송을 준비했다. 평소에도 라디오뉴스가 펑크 날까봐 알람을 세 개나 해놓고, 뉴스 시간에도 일찌감치 스튜디오에 도착해 연습을 하곤 했다. 잘나가는 아나운서는 아니었지만 성실한 아나운서로서는 인정을 받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약속조차도 나는 늦은 적이 거의 없다. 일찍 자리 잡고 앉아 상대를 기다린다는 건 일단 기선을 잡는다는 것이다. 헐레벌떡 들어와 당황하고 사과하는 순간 점수는 깎인다. 대학에서 오랜 동안 강의를 할 때도 보면 일찍 와 앞자리에 앉아 눈 초롱초롱 뜨고 질문하는 학생에게 눈길이 더 가고 점수도 더 가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이 할머니께 들은 말을 전한다.
“어디 가든 앞에 앉아라. 앞에 앉아야 성공한다.”
일찍 일어나 멀리 날아가는 새가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하는 세상이다. 일찍 일어나는 게 어렵다면 일찍이라도 나가라.


윤영미
S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캐스터다. 현재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산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주 무모한집을 소개하며 뉴미디어를 향해 순항 중인 열정의 소유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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