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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기후변화에 상응하는 재난안전 패러다임 변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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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

전 세계가 최근 극한 기후에 의한 재난으로 막대한 피해를 체감하고 있다. 

기후재난은 기후패턴 변화, 극단적인 기상현상, 바다수온 상승 등의 여러 원인 등으로 한계를 넘어선 극한 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난을 말한다. 

이러한 극한의 기후재난은 꺼지지 않는 산불, 사막의 폭우, 국가적 가뭄, 재앙적 토네이도, 남·북극의 해빙 등 언어적 모순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키워드로 표현되고 있으나, 실제 존재하는 재난으로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 국가적으로 구축된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재난관리 시스템은 극한 기후재난 대응에 한계에 봉착하였다. 

재난양상의 변화속도는 초격차기술개발을 추월함에 따라, 기존의 재난관리체계는 생소한 경험에 혼란을 겪고 있다.

국내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던 기후재난은 팬데믹(Pandemic) 시국을 기점으로 격변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여름철 풍수해는 상습피해지역, 집중관리지역 등 한정된 예상지역이 아닌 전국 단위 피해 확산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2023년 현재까지 4회의 여름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수십명의 사망자와 수백억원 단위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산불은 2019년을 기점으로 매년 피해규모와 범위가 새롭게 경신되고 있다. 강원도는 최근 5년 동안 역대급 대형산불이 주기적으로 발생했으며,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은 2일 이상 진화하지 못한 대형산불을 경험했다. 

또한 모두가 생소하고 참담했던 이태원 대규모 참사, 국민들의 금융 및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단절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등 새롭게 발생한 신종재난은 모두에게 혼란을 발생시켰다. 

이러한 기후재난 및 신종재난에 정부와 우리의 대응은 어떠한가. 

여름철 풍수해의 아니하고 미비한 예방·대비는 반지하 주민들을 사망시켰고, 각 시·도 단위 대형산불 당시 협력체계 및 소통 미흡은 수천명의 보금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는 아직까지 책임소재를 다투고 있으며, 카카오 금융 서비스 단절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피해자들은 카카오와의 법정공방에서 패소했다.

재난발생시 지휘권자 책임의식 및 공직자 윤리강령 등 공무원의 사명과 관련하여 결과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기후재난 및 신종재난의 피해가 정부의 재난관리체계와 공무원 책임의식 결여 문제로 일관하기는 어렵다.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시설 및 설비 등 하드웨어가 굳건했다면, 기후재난은 발생했더라도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즉, 배수 및 우수 등 유수·저류 시설과 설비가 잘 구축되었다면, 반지하 침수 및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인명피해는 예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국내 하드웨어 성능은 기후재난 예방에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하드웨어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재난관리체계나 지휘체계 등의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닌, 미호강의 제방 수위를 넘어서는 강물의 범람으로 인근 궁평지하차도가 침수된 것이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문제는 노후화 및 관리소홀의 원인도 다분하지만, 근원적으로 미래예측을 배제한 과거자료 기반의 성능확보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제방, 배수, 우수, 유수 등 풍수해와 관련된 시설물의 설치시 과거 10년 또는 30년, 50년간의 최대 강수량 통계를 기반으로 용량 및 높이, 성능 등을 판단했다. 

물론 과거 기록은 기본적인 기준 설정시 참고자료로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 기록 및 통계는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사항일 뿐, 절대값으로 적용되지 말아야 한다. 

이미 기록갱신이 계속되는 한계 이상의 재난상황에서 한계 이내의 과거기록을 기준으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모순적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과거기록을 기반으로 변화 추이를 고려하고, 현재의 동향분석과 시나리오 기반의 미래예측을 통해 최적화된 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제4차 재난 및 안전관리 기술개발 종합계획’과 ‘국가안전시스탬 개편 종합대책’을 통해 새로운 위협의 미래재난 시나리오와 위험기상 예측 등의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연계사업으로 미래 대형재난 발생 시나리오 다양화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피해예측 범위 확대사업’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재난 및 안전사고 발생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난관리체계 및 역할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 재난안전관리 기능 및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인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관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아직 묘연하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며, 과학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첫 번째로, 인공지능(AI) 및 로봇, 시스템,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한 재난관리체계 고도화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의 초격차를 선도하는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첨단기술을 적재적소에 적용한다면, 국민이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재난안전 서비스의 질·양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두 번째, 현장대응기관의 협력·소통에 기반한 초기대응역량과 즉각 지원이 가능한 재난관리자원의 강화가 필요하다. 

일선에서 초기에 재난 확산 방지 및 피해 최소화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 경찰(해경), 의료 등 현장대응기관의 보고 및 상황전파, 협력체계 강화는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다. 

신속·정확한 보고와 상황전파를 위해 보고라인의 복선화를 도입하고, 긴급상황 공동대응을 위해 소방, 경찰, 의료 상황실의 정보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재난 발생시 피해저감 및 복구지원을 위해 광역단위 ‘지역자원통합관리센터’의 구축과 민간·공공·지자체 간의 재난관리자원 동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세 번째, 지자체의 재난관리 기능과 역할 강화를 위해 민간이 협력하는 국민주도형 재난관리체계 정착이 필요하다. 

지자체장의 참여도와 지자체 역량도 강화해야 하지만, 국민이 주도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육·훈련, 정책참여(포럼), 안전신문고, 캠페인, 안전문화 등 민간 재난관리체계가 확산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네 번째, 미래위험 예측 기반의 재난관리시설의 설치 및 보수보강 극대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최적화된 제도와 체계가 마련되고 완벽한 대응능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범람하는 강물과 하천, 무너지는 옹벽과 산사태 앞에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쳇바퀴 돌 듯 무너지고 잠기면 시설물 보수·보강 보다 특별재난선포를 통해 보조금과 지원금으로 해결하는 현재실정은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하며, 후진국형 재난복구라 할 수 있다. 

침수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남지역 빗물저장용 대심도 터널, 항구적 안전도시를 선포한 광주광역시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 등과 같이 지금 보다 높은 강도의 기후재난에도 견딜 수 있는 시설물 구축과 기존 옹벽 및 둑, 우수, 유수, 저류시설의 보강이 재난을 예방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나열한 개선안의 실천과 한계를 넘어선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공·산·학·연은 국내·외 선진재난기법과 첨단기술을 총망라한 새로운 패러다임 기반의 ‘범정부 재난안전 중장기 마스터플랜(종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제도와 정책의 중심에서 어떠한 외압없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항구적인 선진형 재난안전 목표를 수립하고, 공공기관은 정부정책에 협력하여 실효성 있는 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또한 민간은 재난안전의식 고양과 지자체 재난관리 강화를 위해 주도적인 참여와 활동을 지속해야 하며, 산·학·연은 정부 정책의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적인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 

2023년 여름을 끝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극한재난을 경험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잊었으며, 다가올 미래의 많은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극한의 감염병으로 국고의 혈세와 수많은 생명을 잃었고, 극한의 산불에 태백산맥의 중앙부 산림을 잃었으며, 극한의 폭우로 취약계층의 목숨과 재산을 잃었다. . 

대한민국 국민은 참담한 사고를 겪는 것에 적응하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고 오열했다면, 이겨내기 위해 봉기하고, 노력해야 한다. 혹자는 “기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생태계적으로 적응하는 것은 적절하나, 기후위기는 적응이 아닌 대응해야 하는 대상이다.

왜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재난에 적응해야 하는가. 우리가 추진해야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는 기후재난과 신종재난에 대응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 후대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지형학적 특성과 도시화의 특성으로 재난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나라다. 

이런 재난이 다발하는 나라의 특성에 정보기술(IT)을 융복합해 세계적인 재난안전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재난안전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아울러 그 고도화된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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