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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키델릭 시대의 개막을 알린 수수께끼의 사나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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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키델릭(Psychedelic)’이라는 용어는 원래 환각제를 복용했을 때의 지각 상태를 뜻하곤 하지만 이는 영화와 문학, 음악 등 예술 분야에서 하나의 흐름 혹은 장르의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사이키델릭이 약물을 한 상태에서 만든 예술작품인지, 혹은 약물을 한 상태를 재현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무튼 기술적으로, 그리고 음악적으로 봤을 때는 새로운 조류의 소리와 형태였다. 

이는 반드시 약물과 연결 짓지 않더라도 분명 참신한 결과물이었다. 때문에 어떤 평론가들은 이런 예술사조 자체가 인간의 뉴런을 변화시킨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썰틴스 플로어 엘리베이터스(이하 ‘13FE’)의 주요 인물이자 싸이키델릭의 선구자 ‘로키 에릭슨(Roky Erickson)’ 또한 전통적인 경계나 형식을 고수하는 것을 배척해왔다. 

이로 인해 실제로 13FE의 음악은 현재에 와서도 지속적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8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록키 에릭슨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65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결성된 13FE는 서서히 지역에서 이름을 알려 나갔다. 밴드의 보컬 로키 에릭슨과 저그(술 단지 혹은 병)를 연주하고 가사를 썼던 토미 홀이 13FE의 중심에 있었다. 

이들은 게오르기 구르지예프의 신비주의, 알프레드 코르지브스키의 일반의미론, 그리고 티모시 리어리의 환각철학과 탄트라 명상의 흔적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작업물을 견고히 쌓아 올려갔다. 

이들이 환각제를 사용했을 당시에는 아직 약물에 대한 법이 느슨하던 시기였다. 단지 인간이 자신의 정신 상태를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관점을 바꾸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서 영향받은 로키 에릭슨과 13FE의 창의적 결과물들은 음악 씬을 좋게든 혹은 나쁘게든 영원히 바꿔 놓았다. 

미국 최초의 사이키델릭 록 앨범인 1966년 작 가 발매됐고 1960년대와 그 이후의 문화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야성적인 울부짖음이 두드러지는 로큰롤 트랙 ‘You’re Gonna Miss Me’의 강렬함을 통해 이들은 비로소 사이키델릭 시대를 이끌었다. 

비범한 시도를 토대로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비교할 수 없는 소리를 만들어낸 밴드는 그야말로 자신들만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적어도 록 음악의 팬이라면 이 앨범의 자켓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약물 사용에는 한계가 있었고 13FE가 두 번째 앨범 를 녹음하기 시작했을 무렵 그들은 서서히 무너져 내려갔다. 

본격적인 마약 단속이 시작됐고 그때부터 이들이 싸워야 하는 다양한 법적 논쟁들이 이어졌다.

‘Slip Inside This House’, ‘She Lives (In A Time Of Her Own)’ 같은 훌륭한 곡들을 수록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두 번째 앨범은 데뷔 앨범 보다 훨씬 적게 팔렸고 결국 1968년 4월의 공연이 마지막이 됐다. 

로키 에릭슨 또한 점점 나쁜 상태를 유지하게 됐는데, 결국 1969년 내놓은 마지막 앨범 의 작업 도중 밴드가 해체된다. 

이후 로키 에릭슨은 수차례 약물 복용 혐의로 체포됐다. 그의 민감한 상태에 약물 투여가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이후에는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밴드의 기타 연주자 스테이시 서덜랜드 또한 투옥되었고, 드러머 존 아이크 월튼은 본의 아니게 전기 충격 치료를 받았으며, 다른 멤버들은 베트남 전쟁에 징집됐다. 사실 밴드는 이런 일들이 있기 이전에 이미 끝난 상태였다.

로키 에릭슨은 80년대 초반 솔로 활동을 시도했지만 수년간의 투옥으로 인해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Two Headed Dog’, ‘Creature With The Atom Brain’ 같이 여전히 강렬한 노래에서 그는 생생한 악마를 이끌어냈다. 

로키 에릭슨의 정신 질환과의 싸움은 2007년 다큐멘터리 에도 기록되어 있다.

로키 에릭슨은 2019년 사망할 때까지 남은 생애 동안 솔로 아티스트로서 꾸준히 작품과 투어 활동을 병행했다. 

1986년 작 같은 솔로 앨범은 호평을 받았고 2010년 무렵에는 동향의 까마득한 후배인 오스틴 루츠 록 밴드 오커빌 리버와 팀을 이뤄 을 완성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고 후유증이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억제되지 않았다. 

각자 활동을 해 나가는 와중 1977년, 1984년에 부분적으로 13FE의 재결합이 이뤄졌고 2015년 5월, 밴드의 주요 멤버들이 사이키델릭 음악축제인 오스틴 사이키 페스트에서 밴드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펼쳐 보였다. 

밴드에게 억압적이었던 텍사스가 수십년이 지난 이후 사이키델릭 페스티벌을 열어 이들의 5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꽤나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13FE 등장 이후 수십년이 지나 생긴 인디 록씬에서 이들의 음악은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작가이자 기타리스트로 한국에는 패티 스미스 내한 때 함께 왔던 레니 케이는 걸작 사이키델릭/개러지 록 컴필레이션 에 13FE의 ‘You're Gonna Miss Me’를 선곡하면서 그 중요성을 알렸다. 

13FE의 트리뷰트 앨범 에는 지지탑과 티-본 버넷부터 프라이멀 스크림과 R.E.M.까지, 그리고 13FE에 관한 책을 집필하기도 했던 줄리안 코프부터 지저스 앤 매리 체인까지 다양한 사이키델릭의 후계자들이 13FE의 비범한 업적을 기렸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13FE의 영향 아래 있었다. 스페이스맨 3가 ‘Rollercoaster’를, 텔레비전이 ‘Fire Engine’을 커버하기도 했으며, 사이키델릭 분야를 넘어 스토너 록에도 영향을 미쳤다. 

로니 제임스 디오, 액슬 로즈의 옥타브를 찌르는 고음의 창법 또한 태초에 13FE의 존재로 인해 시작됐다. 

영화배우 조니 뎁은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가 로키 에릭슨의 보컬 스타일을 흡수해 성공했다고 언급한 바도 있었다.

로키 에릭슨은 정말로 13층 창문에 매달려 있다는 듯 노래를 불렀고 이는 세상에 이상한 활력을 선사했다.

다양한 영화 및 드라마에서도 13FE의 곡을 확인 가능했다. <트루 디텍티브>와 <트루 블러드>에서 이들의 곡이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음악 그 자체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는 오프닝 장면에 ‘You’re Gonna Miss Me’가 흐르며 사운드트랙에서도 1번 트랙을 담당하고 있다.

13FE, 그리고 로키 에릭슨은 결국 주류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만들어 놓은 토양을 기반으로 20세기 로큰롤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2003년 5월 17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보컬이었던 루 리드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비슷한 시기 다른 방식으로 사이키델릭을 실험해갔던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지금 들어도 옛 시대를 느끼게 하지 않은 것에 반해 13FE는 확실히 그 시대의 소리를 담아내고 있었다. 

여기에는 독특한 연주와 이상한 팝 센스가 존재했고 악곡은 짧으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채워져 있었다. 

이 소리들은 분명 60년대 후반의 공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었고 낡은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우주선으로 말도 안되는 우주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았다. 

많은 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의 샌 프란시스코를 사이키델릭 문화의 중심지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이보다 멀리 떨어진 황량하고 폐쇄적 분위기의 텍사스야 말로 진정한 ‘사이키델릭의 발현지’였다는 사실이 곱씹어볼수록 놀랍다.

☞ 추천 음반

◆ The Psychedelic Sounds of the 13th Floor Elevators (1966 / International Artists)

싸이키델릭/개러지 록의 교과서. 이 앨범에 대한 찬사는 지금에 와서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과소평가됐다는 기분이 든다.

◆ Bull Of The Woods (1969 / International Artists)

앞서 언급했듯 이 앨범을 만들다가 밴드가 해체됐다. 악기의 리버브 활용 같은 면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사이키델릭의 이미지에는 오히려 본 작이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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