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 구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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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면 학교 대신 병원으로 오는 학생이 늘기 시작한다.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다고 하는 학생들이다.
두통과 복통은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이다. 의사인 나 또한 예외가 아니라서 두통과 복통을 자주 경험한다. 두통과 복통의 원인을 찾자면 책 한 권을 써야 할 정도로 많다. 진단명 또한 수백 수천 가지다.
머리나 배가 아픈 환자가 오면 의사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진단이 아니라 심각한 질환의 가능성 여부다. 두통일 경우 시야에 이상이 있는지, 구역질을 동반하는지, 밤에 깰 정도로 심한 통증이 있는지, 말이 어눌해지거나 신경학적 이상이 있는지 등의 경고 사인이 있으면 즉시 뇌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밀검사를 권한다. 복통일 경우도 비슷하다. 특정 부위를 눌렀을 때 아프거나 혈변, 체중 감소 등이 있으면 복부 CT나 초음파, 위·대장 내시경 등을 권한다.
이어서 직접 진찰을 한다. 손으로 아픈 부위를 만져보고 청진기로 장의 움직임을 듣는다. 그렇게 심각한 질환일 가능성이 낮고 정밀검사가 필요 없을 때에야 비로소 의사는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을 준다. 통증이 있으면 진통제를, 설사를 하면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을 주면서 경과를 관찰한다. 그러면 대부분 호전된다. 진단명은 두통은 긴장형 두통이나 심인성 두통이고 복통은 기타 급성 위염이나 상세 불명의 비감염성 위장염 및 결장염,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으로 나온다.
학생이 자주 머리나 배가 아파서 내원하면 의사의 머릿속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정밀검사를 해야 하는지, 다시 경고 사인에 해당하는 질문들을 한다. 진료실에 함께 앉은 어머니는 근심 반 짜증 반이 섞인 표정이다. 학교 가기 싫어서, 공부하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눈빛으로. 의사로서는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럴 때 주로 하는 질문이 있다. “방학 때나 주말에도 아파요?”
학생이 곰곰이 생각하다 답한다. “방학 때는 괜찮은 것 같아요.”
그 대답이 나오면 나는 표정이 밝아진다. “그럼 괜찮아요. 스트레스성 질환이에요. 머리가 아프면 긴장형 두통, 배가 아프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같은 원인인데 증상은 다르죠. 시험 전날이나 시험 당일 날 화장실에 가면 사람들이 붐비죠? 그런 거예요.”
여기서 보호자를 한번 보면서 설명을 이어간다. “꾀병은 아니에요. 진짜 아픈 거예요. 대신 몸이 아니라 마음이. 어른들의 ‘월요병’ 같은 것이죠.” 마음이 아프면 자연스럽게 몸이 아프다. 몸이 아프면 또 마음이 아프다. 같은 이치로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하면 몸도 건강해진다. 많은 이들이 눈에 보이는 몸의 건강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신경을 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몸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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