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전 앱·게임 스타트업들 창구로 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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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에 옷을 입히고 자기만의 방을 꾸민다. 이후 밖으로 나가 알파벳을 모으는 미션을 수행한다. 미션 성공으로 모은 캐시로 새 옷을 사고 심심해질 때쯤이면 친구도 초대한다. 에듀테크기업 ‘호두랩스’가 개발한 초등학생 영어회화 교육 프로그램 ‘베티아잉글리시’의 가상현실세계 모습이다. 양립하기 어려울 듯한 공부와 게임을 하나로 결합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학습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호두랩스는 2022년 에듀테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 게임사 닌텐도를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주말마다 어디를 놀러 가야 하는지가 큰 걱정거리다. 아이와 함께 갈 만한 곳인지, 주차는 가능한지 등을 알아보다 보면 결국 가본 곳만 찾게 된다. 키즈 액티비티 플랫폼 ‘애기야가자’는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들과 갈 수 있는 공원, 박물관, 키즈카페, 식당 등 전국 2만 1000여 곳의 정보를 한데 모았다. 2022년 정식버전 출시 후 누적 가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구글·중기부, 중소 앱·게임 개발사 지원
2022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두 기업 ‘호두랩스’와 ‘애기야가자’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구글 창구 프로그램(이하 창구)’ 4기 출신 기업이라는 점이다. ‘창구’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구글플레이가 2019년부터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다.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게임 개발사의 콘텐츠 고도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창구’라는 명칭은 창업의 ‘창’과 구글플레이의 ‘구’를 따서 만들었다. 국내 중소 개발사가 더 넓은 해외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돼주겠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창구’가 지원하는 기업은 글로벌 선두 기업 구글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내수 성장의 한계로 국내 기업들은 갈수록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앱 마켓을 통한 해외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2023년 5기 ‘창구’ 기업은 2022년보다 20곳이 추가된 100곳이 선정됐다. 그중에서 개인화 뷰티 큐레이션 서비스 ‘잼페이스’를 개발한 ‘작당모의’, 영토 확장 캐주얼게임 ‘아이들킹덤스’ 개발사 ‘알로하팩토리’, 반려식물 종합 솔루션 기업 ‘그루우’는 톱3로 선정됐다. 선정 기업은 최대 3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비롯해 일대일 심층 컨설팅, 브랜드 캠페인, 투자유치를 위한 데모데이 참여 기회 등 각종 지원을 받는다. 업력 7년 이내 신생 모바일·앱 게임 개발사가 대상이다. ‘창구’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졸업사 간의 정기 교류,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글로벌 이머전 트립’, 인공지능(AI)·머신러닝·클라우드 관련 일대일 오피스 아워 등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100개 스타트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기 모였다… ‘2023 창구 알럼나이데이’
8월 24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스튜디오에서는 ‘2023 창구 알럼나이데이’ 행사가 열렸다. 1~5기 역대 참여기업을 비롯해 중기부·창업진흥원 관계자, 벤처캐피털사, 구글 임직원 등 350명이 한 자리에 모여 프로그램 참여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알럼나이(alumni)란 어떤 과정을 수료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창구’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뜻한다. 알럼나이데이는 ‘창구’를 매개로 한 일종의 대규모 ‘동창회’인 셈이다. 한 참여기업 관계자는 “‘알럼나이’라는 표현에는 주최측이 참여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개발사들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끈끈한 연대와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한 동등한 관계로서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초청연사로 ‘야놀자’ 클라우드 김종윤 대표가 ‘스타트업, 어떻게 스케일업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연단에 섰다. ‘Team42’ 나성수 대표와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는 ‘창구 선배가 들려주는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밖에도 참여기업과 벤처캐피털사·구글 임직원 등이 무대 밖 곳곳에서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교류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올해 참여기업들 사이에서는 AI와 데이터, 클라우드를 활용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며 “특히 개발사들의 AI기술 활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머신러닝 부트캠프’를 운영해 매년 AI인재 500명을 양성하는 등 관련 지원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어려운 대외 여건으로 국내 스타트업 지원이 위축되는 상황이지만 스타트업 성장의 교두보인 해외 진출을 위해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계속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매출 10배 뛴 기업도
‘창구’를 통해 기업들이 거둔 성과는 놀랍다. 1~3기 기업을 기준으로 앱 신규 다운로드는 140% 이상 증가했고 평균 62%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2022년 지원을 받은 4기까지 포함하면 협약기간 내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액은 1180억 원에 달한다. ‘호두랩스’는 ‘창구’에 참여한 2022년 13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식당 예약 서비스 ‘캐치테이블’ 운영사인 ‘와드’는 2021년 3기로 참여해 2022년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받았다.
해외 진출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창구’ 참여 후 기업들의 해외진출 비율은 평균 69% 증가했고 협약 기간 내 수출액은 695억 원 이상을 달성했다(1~3기). 대표적인 사례로 롤플레잉게임(RPG) ‘닌자대전’을 만든 게임듀오는 3기로 참여한 뒤 미국 진출에 성공해 매출이 10배 이상 올랐다. 설립 초기인 2019년 4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미국에 진출한 2021년 반기에만 45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최재원·송승준 대표는 “‘창구’를 통해 마케팅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해외진출의 실마리를 얻었다. 이후 ‘닌자대전’을 미국에 진출시킨 것이 매출 증대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참여기업들은 프로그램 참여 이후 팀 규모가 평균 41% 이상 성장하는 등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김용문 창업진흥원장은 “지난 5년간 ‘창구’는 국내 앱·게임 창업기업의 등용문이자 민관 협력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구글과 함께 앱·게임 창업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조윤 기자
박스기사
인터뷰 4기 참여기업 ‘호두랩스’ 김민우 대표
“‘창구’는 기업에 명예의 배지… 알럼나이 기업 후광효과 커”
호두랩스는 어떤 기업인가?
첨단기술을 활용해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에듀테크기업이다. 학생 간 교육격차의 원인이 교사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라 여기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에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영어를 학습할 수 있는 ‘베티아잉글리시’를 론칭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미국, 베트남에서 누적 16만 명이 학습했다. 2020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아기유니콘 기업’ 200개사에 이름을 올렸고 2022년에는 ‘창구’ 4기 톱3로 선정됐다.
‘창구’에 지원한 이유는 뭔가?
‘창구’는 스타트업들의 ‘워너비’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혜택 가운데서도 마케팅과 홍보 효과는 다른 지원 프로그램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훌륭한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하고도 이를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와중에 ‘창구’를 통해 홍보효과를 거둔 수많은 우수사례를 지켜봤고 우리 역시 서비스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여겨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았나?
구글이 보유한 전 세계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글로벌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잠재고객이 어디에 있고, 우리 경쟁사는 어디에서 돈을 벌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컨설팅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창구’ 톱3 기업으로 선정되면 광고와 마케팅 부문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이 부분을 다른 참여기업들이 가장 부러워한다. 개발팀원들의 경우 구글이 직접 진행하는 기술 워크숍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 후 가시적 성과가 있었나?
프로그램 참여 당시 130억 원의 시리즈B 투자유치 중이었다. ‘창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강력히 어필해 투자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창구’의 후광효과가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균등한 자원 배분, 형평성 등의 문제로 특정 프로그램이 대표성을 띠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창구’ 참여기업이라는 후광효과는 기업에 무척 감사한 기회다. 프로그램 협약 기간 중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와 회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 ‘창구’ 알럼나이 기업이라는 사실은 지금도 해외 파트너와 미팅,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명예로운 훈장처럼 우리를 대변하고 있다.
‘창구’에서는 ‘알럼나이데이’ 등을 통한 네트워킹을 중시하는 걸로 안다.
같은 학교 출신들이 학교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와 인정의 네트워크에 들어갈 수 있듯 창구의 알럼나이가 된다는 것은 그러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단 것을 뜻한다. 다만 모든 졸업생이 똑같은 혜택을 누리고 똑같은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누가 더 적극적으로 기회를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알럼나이데이 행사 등을 통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이나 평소 만나기 어려운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창구’가 그간 쌓아온 브랜드와 헤리티지를 잘 관리해 미래의 알럼나이들에게도 명예로운 배지가 돼주길 바란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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