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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 높이기가 교권 깎아내리기 아니다 교사·학생·학부모 세 주체 모두 책임감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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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상 공주교육대학교 교수가 말하는 ‘교권 회복’

교육학자 오천석 박사가 1972년 펴낸 책 <스승>은 ‘교사의 기도’로 시작한다. ‘저에게 이 세상의 하고 많은 일 가운데서 교사의 임무를 택하는 지혜를 주심에 대하여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기도문은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스승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로 마무리된다.
전제상 공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십자가를 능히 짊어지게 해달라’는 이 기도문을 소리내어 읽고 나서 매 학기 첫 수업에 임한다. 30년 동안 해온 일이다. 전 교수는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다지는 한편 가깝게는 학생의 미래, 나아가서는 나라의 미래를 바꿀 교육의 힘을 되새기고자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교단에 서는 전 교수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장차 초등학교 교사가 될 학생들은 성실히 수업에 임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섭다, 두렵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선배들로부터 전해 듣는 교권 침해의 현실을 혼자만의 힘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한때 교사는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1순위였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전 교수는 “학생들이 교육현장에서 상호신뢰가 무너진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라며 교권을 회복하는 일은 학생의 교육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교권이 침해됐다’고 할 때 교권이란 무엇인가?
교권은 세 가지로 나뉜다. 교육권이라고 불리는 권리는 교수학습 방법을 결정하고 학생을 지도할 권리다. 전문직 종사자로서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상 보호받을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다. 근무하는 동안 혹은 퇴근 이후에도 민원에 시달리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교사들은 학부모의 욕설, 협박, 폭행, 고소·고발 같은 일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언제부터 교권 침해 문제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도 교권 침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권 침해 문제는 교원의 지위가 변하면서 늘어났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0년대 이전에는 교원의 지위가 독점적이었다. 교사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던 것이 1995년 5·31 교육개혁을 통해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면서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 등이 학교현장에 참여하게 됐다. 그 이후 교원 정년 단축, 교원노조 합법화, 교원평가제 같은 제도가 도입되며 교원의 지위가 흔들리게 됐다. 특히 2010년부터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학습권을 강조하면서 교사와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 또한 교육의 주체가 됐다. 그러면서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사건도 많이 발생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서로 상충하는 것인가?
둘은 서로 대비되는 것이 아니다. 교권도 학생 인권도 모두 똑같이 존중돼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서 교권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학생 인권을 높이는 방법이 교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기본적으로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교육권은 존중돼야 한다. 교사는 교육활동을 주도하는 주체다.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학습방법을 선택하고 지도하는 방법이 존중돼야 한다. 물론 학생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활동에 이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통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에게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붓는다. 교사의 교육활동 자체를 존중하지 않고 침해하려고 한다. 심지어 사생활까지 간섭하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에서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대부분의 학부모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말한다면 일부 학부모의 ‘자기자녀 중심주의’ 때문이다. 내 아이는 특별하기 때문에 우대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이 있다. 이런 학부모에게 다른 학생·교사는 존중과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과 대립의 대상이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 않나?
교원의 역할과 교원 정책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교사들은 기본적인 역할인 학습지도를 넘어서 생활지도까지 해야 한다. 돌봄의 영역까지 교사가 담당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할 여지가 늘어났다. ‘아이의 컨디션이 안 좋으니 약을 먹여달라’는 요구사항은 교사가 아닌 학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학생인권조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같은 권리가 증대되면서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경우도 생긴다. 훈육을 예로 들면 체벌은 법적으로 금지되니 교사들은 대개 격리를 하거나 반성문을 쓰게 한다. 이걸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학부모가 변해야 한다는 것인가?
교육부가 8월 23일 발표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에는 학부모의 책임을 강화시키는 방안이 담겨 있다. 선진국 중에는 ‘부모헌장’이 있는 국가도 있다. 학부모도 교육 주체의 하나인 만큼 책임과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학부모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학부모의 책임을 규정할 수 있다. 과도해진 학부모의 권리 행사를 예방하는 것도 있지만 교육의 세 주체가 교사·학생·학부모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학부모는 학생의 보호자일 뿐 아니라 교육을 이끌어가는 책임을 가진 주체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학부모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얀테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북유럽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인데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남의 아이도 내 아이와 같다는 인식을 부모들도 가져야 한다.
교육부의 방안 중에는 민원을 담당하는 창구를 설치한다는 것도 있다.
평소에 강조해온 바다. 지금은 민원 제기 창구가 직선적이다. 교육활동 참여라는 명목으로 거름장치 없이 곧바로 교사에게 연락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교사와 면담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 날짜, 내용을 정확히 정해야 한다. 그것도 교사를 곧바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교장을 만난다. 이처럼 민원 담당 부서를 만들어 인력을 배치하고 지원하면 교사의 교육활동이 침해받을 여지가 훨씬 줄어든다.
고소·고발이 남발하는 상황에서 교사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교사가 고소·고발을 당했을 경우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 법률적인 지원도 없어서 알아서 변호사를 찾고 소송 비용을 대야 한다. 거기다 면책권이 주어지지 않아 곧바로 직위해제된다. 2016년부터 ‘교원치유지원센터’가 설치됐는데 이용하는 교원은 거의 없었다. 교육부가 이 센터를 ‘교육활동보호센터’로 확대해 운영하면서 여러모로 지원책을 늘리겠다고 했다. 여기에 교원의 피해를 보장해주는 보험을 재설계하는 일도 필요하다.
각종 법령 등에서 교권 침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일도 필요하다.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교권 침해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8월 17일 발표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각급 학교에 잘 정착되기를 바란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한 제재도 필요한가?
학습권만 강화하는 최근의 방향은 학생에게도 좋지 않다. 학생 또한 책임 있는 주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매우 심각한 경우 생활기록부에 교권 침해 사실을 기재하는 방안은 도입할 만하다. 다만 교사와 학생은 특수관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성숙한 학생은 얼마든지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기록하는 일은 전문가가 포함된 회의를 거쳐 변화 의지를 확인하고 재차 점검한 다음 해야 한다. 이런 제재는 예방 효과가 있다. 지금은 제재가 아예 없으니까 교사를 공격하는 것이다.
무너진 교육현장이 바로설 수 있을까?
지금은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참여권이 먼저 강조돼 균형이 깨진 상황이다. 각 주체의 역할과 책임, 의무와 권리를 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제도만 마련해서 될 일이 아니고 학부모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변화는 가능하다. 학생·교사·학부모 세 주체가 신뢰하고 협력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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