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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 정상회담 계기, 한·아세안 관계 진일보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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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김해용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7월 27~28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5월 윤 대통령의 취임식 계기 싱가포르 대통령과 환담을 한 적이 있으나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정상과의 공식 회담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신정부의 대(對)아세안 외교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두 정상은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양국 간 공급망 안정화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의 연대를 구축해 나갈 것을 표명하였으며,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인프라 건설사업,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방산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번 회담은 두 가지 측면에서 특히 중요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5월 출범한 우리 신정부의 대아세안 외교정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리 신정부 출범 이후 일관된 대아세안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왔으며, 아세안 국가들도 그간의 한·아세안 협력에 대해 대체로 만족을 표하면서 신정부의 대아세안 정책 방향에 궁금증을 나타내 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핵심 파트너로서 아세안’에 대한 외교 기조를 확고히 하면서 상호 번영으로 함께 가는 길을 제시하였다.

두 번째로는 최근 주요국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외교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이번 행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전통적으로 아세안과 관계가 깊은 일본, 미국, 중국은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왔다.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아세안이 대등한 파트너임을 강조하면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과거 침략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였으며, 최근 싱가포르 연구기관 ISEAS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아세안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은 최근 국제관계에 있어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아세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광역 경제권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은 오래된 정서적·문화적 유대감과 K-팝 등 한류로 인한 호감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전 연간 일천만 명이 넘는 상호 인적교류를 시현하였다. 주요 자원의 공급처이자 높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 아세안은 우리의 제2의 교역 파트너이자 우리 기업의 주요 생산 활동 거점이기도 하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7천만 명, GDP 1조 달러가 넘는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아세안 핵심 국가로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과 2017년 특별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였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연간 25만 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완성차 공장을 구축하여,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아세안 전체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간의 아세안과의 우호적 관계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번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표명된 우리의 대아세안 정책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후속 조치에는 다음과 같은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포괄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접근이다. 아세안은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지만 10개국 각각의 상황이 다르고 우리와의 협력에 있어 우선순위도 다르다.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핵심 파트너’라는 대아세안 외교 기조에서 넓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일부분으로가 아니라 ‘핵심’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아세안 개별국가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호혜적인 사업을 발굴하고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문 시 인도네시아가 관심이 많은 전기차 부문에서 우리 정부가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좋은 사례이다. 

둘째, 미래 세대에 대한 관심과 교류의 확대이다. 인구면에서 볼 때 아세안은 어느 지역보다 청년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고, 한국 청년들도 아세안을 미래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 청년들 간 우호적 인식을 공유하고 교류를 촉진시키는 것은 한국과 아세안의 지속가능한 관계 발전에 든든한 축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09년 한국의 대아세안 외교 강화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설립된 한-아세안센터가 작년 실시한 ‘한-아세안 청년 상호 인식 조사’ 결과는 고무적이다. 특히 아세안 청년(만 19세~34세)들은 미국, 일본보다 한국을 더 신뢰하는 국가로 인식하면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꼽았고, 한국 청년들도 양측 관계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올해에는 보다 유의미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해 내고자 심층적인 청년 상호 인식 조사도 실시 중이다.

한-아세안센터는 양측 간 우호적 관계 발전을 위해 지난 10여 년간 경제, 문화, 인적교류 부문에서 아세안의 필요를 반영한 다양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환경 속에 아세안의 관심 분야를 토대로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업으로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역량 강화, e-모빌리티, 한·아세안 포럼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오는 9월 제주 아세안 홀 개관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아세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를 제고하고 인적교류 증진을 위한 기반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인도네시아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신정부의 대아세안 외교가 본격적으로 시동되기를 기대하면서, 한-아세안센터는 개별 사업의 범위와 깊이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한·아세안 관계가 한층 더 진일보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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