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없애야 할 킬러규제는?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 기업 투자 막는 킬러규제 톱15 중 6개 우선 추진
기업의 투자 결정을 막는 ‘킬러규제’ 혁파를 위한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가 8월 24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렸다. 구로디지털단지는 우리나라 최초 산업단지(이하 산단)이자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현대화에 성공한 대표 산단이다. 우리나라 산업화 현장의 의미 있는 장소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관계부처 장관, 경제단체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킬러규제 혁파로 투자 물꼬를 트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정부는 7월 5일 ‘킬러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계부처, 경제단체 등과 함께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다양한 핵심규제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왔다. TF는 그중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킬러규제 ‘톱15’를 발굴·선정했다. 규제 분야별 전담작성반이 개선방안을 논의·검토해 방안이 확정된 6개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전통 제조업 산단 첨단·신산업 산단으로
TF가 확정한 킬러규제는 ▲업종규제 등 산단 입지규제 ▲화평·화관법 등 화학물질 규제 ▲환경영향평가 규제 ▲탄소중립·순환경제 규제 ▲외국인 고용규제 ▲산업안전 규제다. 이번 회의에서는 6개 과제 중 산단 입지규제,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규제, 외국인 인력활용 등 고용 킬러규제 혁파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단은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신산업 위주로 전환하고 노후화된 산단을 산업·문화·여가가 어우러진 산단으로 혁신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이 산단 내 투자를 원함에도 업종규제로 입주가 막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제철관련 업종이 밀집한 전남 광양국가산단에 이차전지·수소생산사업의 입주를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첨단·신산업의 산단 입주를 허용하기로 했다. 표준산업분류에 따라 산단 입주 가능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판단하도록 했다.
노후 산단은 문화·여가 시설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산단에 제조시설뿐 아니라 카페, 체육관 등 생활편의시설의 설치가능 면적을 3만㎡에서 최대 10만㎡로 확대했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산단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산단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0년 이상 경과한 국가 산단 개발·실시계획의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을 확대한다. 지역특화형 ‘브랜드산단’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방침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시에 있는 아우토슈타트가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자동차 테마파크가 된 것처럼 지방정부가 ‘브랜드산단’ 조성계획을 수립해 지역의 고유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환경규제를 혁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국제 수준보다 기준이 엄격했던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연간 0.1톤에서 유럽연합(EU) 등 화학물질 관리 선진국 수준인 연간 1톤으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전자 등 첨단업종 700여 개 기업이 등록비용 절감 등으로 인해 2030년까지 약 2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기업의 화학물질 등록비용을 대폭 낮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해외의 공개된 평가 자료의 출처만 제출하면 정부가 자료를 직접 확인하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법안이 확정되면 1만 6000여 개 기업이 2030년까지 1000억 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규제, 국제기준에 맞게 조정
환경영향평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이 모두 동일한 절차를 밟도록 한 규정을 개선해 환경영향이 크지 않은 사업의 평가 협의를 면제한다. 또한 지방정부에 지방자치단체 개발 사업에 대한 평가권한을 이전한다. 재정사업에만 적용되던 전략평가 면제를 민간투자 사업으로 확대해 하천정비사업 등 재난대응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에서 면제한다.
디스플레이 업종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도 국제기준에 맞춰 기업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특화시설 기준을 마련해 연간 1조 1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불소 배출 기준은 국민건강과 환경영향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기준이 완화되면 업계 추산으로 연간 최대 1250억 원의 운영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직 내 전담지원반을 운영해 첨단 산단 조성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 용인시 반도체클러스터 등 첨단 산단에 필요한 용수 공급방안 등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환경영향평가 신속처리 제도(패스트트랙)를 운영하는 등 첨단 산단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고용시장의 활력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선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됐다. 현재 저출산·지방인구 감소 등에 따른 인력난으로 빈 일자리가 21만 3000여 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현장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외국인력의 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3년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규모를 2000명에서 3만 5000명으로 확대한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규모는 2023년 4분기 신규쿼터를 4만 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비전문 외국인력(E-9)의 업무 숙련도를 높여 생산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비전문 외국인력이 4년 10개월 근무한 뒤에는 출국 후 재입국해야 고용이 가능했지만 출입국 절차 없이 계속 고용해 장기 근속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 외국인력이 입국 전·입국 후·재직 단계별로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업무 숙련도를 높인다.

외국인력 규제혁신으로 기업 인력난 완화
규모·업종별 외국인근로자 활용제한 규제를 완화한다. 외국인력을 활용하고 싶어도 개별기업 고용한도 제한 때문에 추가 고용이 어려웠던 기업을 위해 기업별 고용한도를 2배로 늘린다. 이로 인해 제조업은 외국인력 고용한도가 9~40명에서 18~80명까지 증가하고 농·축산업은 4~25명에서 8~50명까지 대폭 증가한다. 서비스업 고용한도는 2~30명에서 4~75명으로 늘어난다. 택배업, 공항지상조업 등 서비스업 중 만성적 인력난을 겪는 분야의 외국인고용을 허용하고 호텔·콘도업과 음식점업 등 관광숙박 분야는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 방안을 찾는다.
유학생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유학생의 졸업 후 3년간 국내 취업이 가능해지고 첨단분야 우수인재의 경우 동반가족의 취업도 허용할 계획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채용보장형 기업주도훈련(일·학습병행)을 통해 인구소멸 위기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기술과 산업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산업안전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안전보건규칙 680여 개를 전면 개편해 재해예방을 위한 필수적 안전기준은 확보하면서 사업장 특성에 맞는 안전조치가 이뤄지도록 한다. 특히 생명과 건강보호를 위한 핵심 안전수칙이 현장 특성에 맞춰 제대로 작동되도록 개선한다. 현장과 국제기준에 뒤처진 규제는 현행화해 중복 규제는 제거할 방침이다.
현장에서 개선의 목소리를 냈던 반도체공장 내 비상구 설치기준 등 불합리한 규제 80여 개는 철폐한다. 그동안 ‘찾아가는 규제개선 간담회’ 등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규제들은 즉시 개선하고 업종별 릴레이 소통 등을 통해 현장 밀착형 규제개선을 지속할 계획이다. 중소사업장에는 다양한 기술·재정 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 재해예방 지원을 강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민간의 자유로운 투자와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제도를 걷어내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며 “쉽게 풀 수 있는 규제를 넘어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꼭 풀어야 하는 킬러규제 혁파에 우리 모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나온 민간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해 기업이 제도 개선 사항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또한 필요한 법령은 즉시 조치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경우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규제혁신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번 킬러규제 해소방안을 시작으로 꾸준히 규제를 발굴해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규제혁신전략회의, 현안관계장관회의, 경제규제혁신TF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장가현 기자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