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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새 시대로 3국 정상 역사를 새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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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는 세계 시민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취임사를 통해 밝히는 약속들이 세계 무대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을 글로벌 중추국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이유로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를 분리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때 국내 문제도 올바른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끌어갈 때 비로소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글로벌 중추국가로의 여정은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미 대통령 전용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중대한 결실을 이뤘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날 가진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서다.
3국 정상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과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3건의 문서를 채택했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3국 협력의 원칙을 담았다. 한·미·일 협력의 비전과 이행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이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주요 안보 관련 공약을 강조한 것이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이다.
이 세 건의 문서는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표현한 대로 ‘세 나라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A New Era of Trilateral Partnership)’를 열었다. 안보·경제·사회 분야의 광범위한 협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미·일 협력이 제도화된 것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가 끝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준과 분야에서 3국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연 1회 이상 개최하고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간 협의도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미·일 3자 협력이 역내 가장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에서 벗어나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와 번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협력체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글로벌 중추국가에 한발 더 다가가는 모습이다.



마드리드에서 캠프 데이비드까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협력 기반을 다져온 윤 대통령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2022년 5월 21일 취임한 지 10일이 갓 지난 시점에 역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이 시작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6월 29일(현지시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이 모였다. 윤 대통령은 당시 한·미·일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미·일 협력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관계는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규정한 뒤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여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총회가 열리던 미국 뉴욕에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간) 어렵게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의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었다. 일본으로 돌아간 기시다 총리는 일본 의회 연설에서 한국을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하며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두 번째 한·미·일 정상회의도 열렸다.
2022년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한·미·일 3국 정상은 ‘프놈펜 성명’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한·미·일 3국 정상 간 포괄적인 성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한일관계는 급격히 정상화됐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제3자 변제’ 방식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내놓은 데 대해 일본도 호응했다. 3월 16일 일본을 찾은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를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셔틀외교’ 복원을 선언했다. 4월에는 윤 대통령이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고 5월에는 기시다 총리가 방한해 본격적으로 셔틀외교를 시작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됐던 한·미·일 정상의 만남이 캠프 데이비드로 이어진 것이다. 즉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협력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제도화하고 공고화된 한·미·일 협력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의 결과는 한미·한일·미일 간 개별적으로 맺어지던 양자관계를 하나로 통합해 공동의 비전을 실현시키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 대통령은 8월 21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그동안 한·미·일 대화는 지속 기반이 취약했고 협력 의제도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의 포괄적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하였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미·일 3국은 정상회의와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간 협의를 연 1회 이상 개최하는 것에 합의했다. 재무장관회의도 신설했고 차관보·국장급 ‘인도·태평양 대화’를 출범하고 정례화하기로 했다. 특히 3국 정상은 공약을 통해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하여 각국 정부가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메시지를 동조화하며 대응조치를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제도화된 협력 기반은 강화된 안보 협력으로 이어진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역량을 기르는 실질적인 협력 방안이 마련됐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2023년 내 가동하고 3국 간 방어훈련을 연 단위로 실시한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는 ‘사이버 협력 실무그룹’도 개설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은 재확인했다.
기존의 양자협력 체계가 각국의 안보, 특히 대북 안보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과 원칙, 공약을 바탕으로 역내 평화를 증진하는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는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주권존중, 영토보전,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같은 국제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해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약화시키는 행위를 우려하는 측면에서다. 이 과정에서 3국 정상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필요하는 데 뜻을 같이하고 양안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촉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는 데도 합의했다.
공동의 번영을 위한 경제안보 증진과 첨단기술 협력에도 합의를 이뤘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3국의 국민경제와 직결된 경제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 에너지 안보를 위한 3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함께 구축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잠재적인 국제 공급망 교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시범사업을 출범하기로 했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규합하는 다자 경제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공조한다.
3국은 첨단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혁신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혁신기술타격대와 한국·일본 기관이 교류를 시작해 첨단기술이 불법 유출되지 않게 기술 보호 조치에 대한 협력을 강화한다. 이와 동시에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STEM) 분야에서 3국 간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교류를 확대하고 국립연구소 간 협력을 추진함으로써 과학기술 혁신을 이뤄내고자 한다.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인식해 AI 국제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데 노력한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AI, 양자, 바이오, 차세대 정보통신, 우주 분야에서 한·미·일 협력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이번 합의가 “3국이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해나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력한 협력체로 진화할 한·미·일 공조
캠프 데이비드 정신과 원칙, 그리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은 여러 측면에서 역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기후변화 등 연이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한반도에 집중돼 있던 한·미·일 협력 관계를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체로 진화시켰다는 점에서다. 특히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우리 각각의 양자 관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우리의 3자 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문구가 들어간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별적으로 유지돼오던 3국 관계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제도적으로 강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8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은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의 안보를 구축하고 평화를 증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국제규범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주도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의도 있다.
안보 차원에서도 확고한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의의가 있다. 윤 대통령은 8월 15일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안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대서양과 유럽의 안보, 글로벌 안보와 같은 축 선상에 놓여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한·미·일에 공통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해양 팽창을 꾀하고 있는 중국은 동북아 역내의 긴장을 높일 뿐 아니라 미국과의 대치 상황을 심화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은 전 세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에 대해서 3국이 공조해 신속하게 협의할 것을 공약한 점은 안보를 더욱 견고하게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일 3국 협력체가 강력한 소다자 협력체로 기능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안보 협력체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등을 꼽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8월 21일 한·미·일 3국 공조가 이들 협력체와 함께 “역내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강력한 협력체로 기능하면서 확대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일 3국의 공조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경제대국의 결합이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3국이 연대를 통해 경제적 협력을 이끌어낸다면 상호보완적인 상승작용을 만들 수 있다. 한·미·일 3국이 꾸리기로 한 ‘공급망 3각 연대’는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경제안보대화를 중심으로 조기경보시스템을 마련해 공급망을 교란하는 정보에 공동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3국은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공유해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은 8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요소수 사태와 같은 외부 교란 요인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공조 대응이 가능해지고 반도체·전기차·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광물과 소재, 장비 수급과 관련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안보 차원을 넘어서 첨단기술·금융·인재교류 등 전방위적인 공조가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큰 성과를 거뒀다. 한·미·일은 공동개발·국제표준화·기술보호·인력교류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친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AI와 우주, 양자 등 첨단기술 확보에 나선다. 국가 연구기관 간 공동연구와 기관 간 정보공유, 전략적 표준 파트너십 강화 같은 협력이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AI, 양자, 바이오, 차세대 정보통신, 우주 분야에서 한·미·일 협력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협력도 강화된다. 신설될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양자 간 금융·외환 협력을 이어왔지만 정치적 영향을 받아 불안정할 때도 있었다. 이에 3국 정상은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면서 회복된 협력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켜 3국 간 공조체계를 이뤄내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 기업과 국민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와 회복력이 더 커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한·미·일 3국 협력이 단지 3국의 개별적 이익에만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 협력과 공동 이익의 추구는 우리들만의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3국이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고 법치를 기본으로 인권을 수호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한·미·일 3국의 협력은 “인태지역의 모든 국민들과 인류 전체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자유·인권·법치라는 핵심 가치에 기반한 한·미·일의 강력한 가치 연대는 더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듯 어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에 부닥친 지금 ‘연대’야말로 자유와 평화를 보장해주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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