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다자 아키텍처 출범 :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의미와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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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그야말로 상징적이며 역사적인 의미 부각에 손색이 없었다. 우선 이번 정상회의는 다자무대가 아닌 독립적으로 개최된 최초의 한미일 정상회의였다. 소위 새로운 여정 출발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의 역사성과 상징성은 회의 장소에서 더 도드라진다. 미국이 직면한 가장 복잡한 국제정치 퍼즐 중 하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중동분쟁 해결이다. 난이도가 가장 높은 이 퍼즐을 풀기 위해 미국이 선택한 장소는 캠프 데이비드였다. 1978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이곳으로 초대하여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만들어 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이러한 상징성을 넘어 실체 있는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역사성’에 ‘효과성’을 더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정신 :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The Spirit of Camp David : Joint Statement of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성명이 이러한 평가의 적실성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성과로는 첫째, 북핵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의 전략적·작전적 태세가 높아진다는 강점이 있다. 한미일 군사훈련이 정례화되고 이 훈련에는 미사일 탐지·추적·요격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핵 대응 효과가 실질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수준을 점검한 결과를 언급하며 북한 미사일 대응능력이 이미 신장되었다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은 그 효과성이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 나아가 사이버안보 등 다른 안보 이슈에서도 공동으로 대응하는 체계화된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대북 레버리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한미일 회의 정례화에 합의함으로써 국제정치 사상 처음으로 동북아 3대 강국이 중심이 된 소다자(minilateral) 아키텍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한미일 외교·안보 협력을 주도하는 4개 수준의 회의체(정상회의, 국가안보보좌관회의, 외교장관회의, 국방장관회의)가 정례화됨으로써 체계적인 소다자 플랫폼으로 제도화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공동성명에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을 담아낸 것은 한미일 신(新)아키텍처 제도화 여정의 첫 단추라는 의미가 있다.
셋째, 국제무대에서 3국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제시한 점이다. 선진강국이자 유사입장국인 한미일 3국은 도전에 직면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지켜내기 위한 핵심 철학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에는 규칙기반 질서, 주권 수호,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 반대 등 신냉전 역학에 점증하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요소를 명확히 했다. 따라서 이 원칙이 3국을 넘어 국제사회의 작동원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진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넷째,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되어온 아시아 안보 메커니즘을 변혁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국제정치는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다자적 아키텍처인 집단방위가 작동되어왔고, 아시아에서는 양자적 아키텍처인 양자 동맹이 작동되어 왔다. 새로운 한미일 아키텍처는 분명 3자 동맹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한미일이 다자차원에서 안보 협력을 공고화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양자 아키텍처를 다자 아키텍처로 변혁하는 특징을 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섯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글로벌 중추국가 지향 외교,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디자인 등을 통해서 한국의 외교적 지대를 한층 확장 시키며 연대외교를 펼쳐오고 있다.
특히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윤석열 정부는 연대외교의 동력으로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 수호를 제시하여 왔다. 이번 한미일 안보 협력도 바로 이 보편적 가치를 지켜내는 소다자 연대외교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 원칙이 소다자 원칙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 포괄적 아키텍처 출범은 미국의 적극적인 기대와 지원 하에 한국 정부의 과감한 외교로 시동이 걸리고 일본이 호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 및 레버리지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예고한다.
여섯째, 유엔 등 국제기구의 위상과 기능이 약화 되는 현실 속에서 선진강국인 한미일이 국제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유엔 안보리 결의 무실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무실화를 방치하면 기정사실화되는 위험성이 있는데 이것이 북한이 노리는 회색지대전략이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 기능 정상화를 위해서 밀도 있게 논의하는 유사입장국이 필요한데 2024년에는 한미일 모두가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약한다는 점에서 유엔 약화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효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 정례화의 순풍을 타고 속도감 있고 완성도 높은 후속조치를 통해 북핵대응, 자유의 확산, 보편적 가치 수호 등 다양한 도전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길 기대해본다. 정례화가 성공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면 각국의 국내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제 창출의 성격을 담은 제도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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