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는 청년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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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만 나이 31세의 청년입니다. 만 나이 도입으로 한국 나이 33세, 연 나이 32세였던 저는 두 살이나 어려졌어요. 나이가 어려지는 게 기분 나쁠 이유는 없겠죠. 요즘 주목하는 Z세대(1995∼2009년생)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청년으로 분류됩니다. 청년의 정의는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에 잘 나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봐요. 그런데 이 기준은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는 제도일 뿐 지역별 조례에 따라 다르게 잡을 수 있어요.
서울시는 19세 이상 39세 이하까지 청년으로 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울 성북구도 이 기준을 따라요. 만약 도봉구로 이사를 가면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좀 더 오래 누릴 수 있습니다. 도봉구는 올해,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청년 기준 연령의 상한선을 만 45세로 높였거든요.
청년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책 수혜자인 청년의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청년기본법이 정의하는 나이 범위로는 수혜자 수가 너무 적어 정책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어요. 청년의 나이 상한선이 지역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게 이것 때문입니다. 2만 7000여 명이 거주하는 경남 의령군에서는 2021년 청년 나이 상한선을 39세에서 49세로 높였더니 청년정책의 수혜자가 인구의 10%에서 20%로 늘었다고 하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수혜자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최근 사례만 해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만 34세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소식에 ‘4050세대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었죠. 청년우대형청약통장은 가입 연령을 19~34세, 생계급여수급자 청년을 위한 청년희망키움통장은 가입 연령을 15~39세로 잡고 있습니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에서는 15세 이상 29세 이하를 청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나이 말고 다른 대안을 내놓으라는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닙니다. 다만 충분히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출산, 고령화, 지역 인구 감소, 청년 실업, 기업 구인난 등 여러 사회적 문제와 관련돼 있으니까요. 결국 어떤 기준으로 정책 수혜자를 나누는 게 국민의 편익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일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자칫 잘못 설계하면 정책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닿지 못하고 예산만 소진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요.
<어피티> 머니레터의 독자분들은 정책 집행의 효율과 취지를 감안하면 현행 나이 기준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청년의 나이를 넘어선 사람들은 구제나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해요.
100세 시대에 돌입했으니 어린이·청소년·청년으로 분화된 것처럼 청년 이후의 세대도 세세하게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과거의 30대처럼 현재의 4050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거죠. 요즘 사용하는 의미로서 청년이라는 말은 189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해요. 그전에도 청년이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세대를 나누는 개념보다는 ‘젊은 시절’이라는 뜻이 강했습니다. 세대를 나눌 때는 청년보다는 ‘소년’, ‘자제’를 주로 썼어요.
이쯤에서 청년의 의미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세대를 구분하는 의미의 청년 말고 마음속 푸름이 있는 시절을 부르는 청년이 됐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박진영
금융·경제 콘텐츠를 26만 MZ세대에게 매일 아침 이메일로 전달하는 경제미디어 <어피티> 대표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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