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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건강행동 유도 전략:넛지(Nudge) 개념의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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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일 남서울대학교 교수최명일 남서울대학교 교수

기존 건강행동 유도 전략의 한계
공중에 효과적으로 건강정보를 전달하고,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일은 헬스커뮤니케이션 전공학자 및 실무자들에게 늘 고민거리이다. 예를 들어, 공중 설득을 위한 공익광고의 경우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활력이 넘치는 중장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폐암, 후두암 등을 겪게 된 흡연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는 등 건강행동을 유도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받는 공익광고의 경우도 인지도 향상에 그치곤 한다.

공익광고와 같은 접근 방법은 공중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즉, 인간은 건강정보에 관해서도 비용-편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운동의 효과, 건강에 대한 이익 등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비교해서 최상의 대안을 선택한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사례를 보면,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믿음과는 조금 다른 사례들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먼저, 1999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Amsterdam Airport Schiphol)에 있는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에 등장한 ‘파리 스티커’ 사례를 보자(아래 <그림 1> 참조). 소변기 앞에 ‘소변을 밖으로 흘리지 말자’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남자 화장실에서도 종종 ‘한 발 앞으로 다가서세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와 같은 표어가 붙어 있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 없다는 건 마찬가지다. 이러한 고심 끝에 스키폴 국제공항의 화장실 관리 담당자가 소변기 중앙에 파리 스티커를 붙이게 되었고, 이는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였지만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감소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이번에는 2009년 스웨덴의 지하철 출구에 설치된 ‘피아노 건반 계단’의 사례를 보자(아래 <그림 2> 참조). 사람들이 계단을 밟을 때마다 다른 음의 피아노 소리가 나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의 재미와 흥미를 돋우고, 계단 이용률을 66% 증가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계단 이용이 칼로리 소모는 물론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자료에 기초해서 사람들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했던 사례들과 비교해봐도 놀랄만한 성과이다.


‘넛지’란 무엇인가?
앞서 소개한 파리가 그려진 소변기, 피아노 건반 계단 등은 모두 넛지를 잘 적용하여 공중의 자발적 참여와 행동을 변화하게 했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이러한 넛지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이지만, 넛지 관련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개념으로 확대하고 있다. 즉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콘(호모 에코노미쿠스, 경제적 인간)’이 아니라, 비이성적인 선택을 자주하는 허점투성이기 때문에 사소한 개입 혹은 부드러운 개입만으로도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이 의사결정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대안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에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경우와 같이 간단한 결정을 하는 경우에도 한식, 중식, 양식, 일식 등과 같은 다양한 음식 종류의 장단점을 따져보아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가령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식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비교·분석하고, 결정해야 하는 한식의 종류 역시 엄청나게 많다. 

우리의 일상이 모두 이런 식이라면, 과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겠는가? 이에 대한 방어기제로서, 인간은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판단의 지름길을 활용한다. 휴리스틱은 간편법, 편의법, 눈대중, 어림짐작 등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하거나 선택해야 할 때 직관이나 감정에 의존하는 심리적 기제를 말한다.

이러한 휴리스틱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기준점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이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수치로 임의의 기준선을 설정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마치 선박이 닻을 내린 곳에 머물며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는 것처럼, 사람들의 추론도 설정된 기준선 주위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8×7×6×5×4×3×2×1’의 값을 물어본 1번 집단과 ‘1×2×3×4×5×6×7×8’의 값을 물어본 2번 집단의 응답 평균값을 비교한 실험에 따르면, 1번 집단의 응답 평균값은 2,250, 2번 집단의 응답 평균값이 512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 사이에 숫자의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이처럼 응답 평균값이 큰 차이를 보인 이유는 1번 집단의 기준점은 8, 2번 집단의 기준점은 1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넛지는 이러한 휴리스틱을 이용한 전략이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한다면 운동, 금연, 다이어트 등과 같은 다양한 건강행동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효과적인 넛지 활용을 위한 기본틀: MINDSPACE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넛지의 효용성이나 효과성은 이미 검증되었다. 효과적으로 넛지를 적용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유명한 행동과학자들이 제안하는 ‘MINDSPACE’에 그 해답이 있다.



하나의 넛지에 MINDSPACE로 제시된 9개의 요소를 모두 고려할 필요는 없다. 또한, 이들 요소 사이에 순서나 위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넛지를 활용하고자 하는 주제나 목표 공중에 따라서 적절한 요소를 적용하면 된다.

다음 <그림 3>은 영국의 환경단체인 허법(Hubbub)이 시작한 환경 캠페인의 하나로, 스포츠스타에 대한 공중의 관심과 인기를 이용한 넛지 사례이다. 영국의 런던 길거리에 ‘세계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름이 적혀있는 두 개의 쓰레기통을 붙인 후 담배꽁초를 넣어 투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쓰레기통을 ‘발롯 빈(Ballot Bin)’, 즉 인기투표 쓰레기통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스포츠와 넛지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적절하게 공중의 건강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발롯 빈’이 설치된 이후 길거리에 무단으로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46%가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발롯 빈’ 사례에 적용된 MINDSPACE 요소를 살펴보자. 먼저 세계적인 축구선수인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활용함으로써 공중의 관심을 유도했고(Messenger_전달자), 쓰레기통에 담배꽁초가 쌓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함으로써 2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였다. 즉, 두 선수에 대한 인기투표로 인식되도록 함으로써,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다른 선수보다 인기가 많았으면 하는 심리적 보상을 유도했다(Incentives_보상). 또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영국의 런던 길거리에 설치하여 스포츠스타가 등장하는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이 하나의 사회적 약속인 것처럼 인식되도록 하였다(Norm_규범).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넛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끄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과학적 가설이나 데이터 분석 결과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데에는 뜻밖의 아이디어가 큰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자. 단, 넛지를 충분히 고민했고 실제로 실행하기 전에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했다는 조건이 전제되어야만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건강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다양한 과학적 근거, 사례 등과 같은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넛지를 적용해서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하고 참여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를 바란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36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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