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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찾는 쥐와 올빼미에 쫓기는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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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뜸 들이며 되도록 늦게 열어보는 메일이나 메시지가 있다.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이 답장을 주고 메시지를 미처 못 봤다거나 답장 보내는 걸 깜박했다는 핑계를 댄다. 그런 무례를 범하는 경우는 주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될 때다. 그리고 억지로 일을 처리했을 경우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원하지 않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회피성 행동이 일의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다.
회피와 외면이 인지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있었다. 사회심리학자 프리드먼과 포스터는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미로에서 쥐를 탈출시키는 퍼즐을 풀도록 지시했다. 미로의 중심에 그려진 쥐가 무사히 출구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길을 찾아주는 실험이었다. 두 그룹이 풀어야 할 퍼즐에는 서로 다른 조건이 주어졌다. 한쪽에는 미로의 출구 근처에 스위스 치즈 조각을, 다른 쪽에는 공중을 맴돌며 먹이를 노려보는 올빼미를 그렸다. 한쪽 쥐는 치즈를 먹기 위해서, 다른 쪽 쥐는 올빼미에게 벗어나기 위해서 미로의 길을 찾는 전혀 다른 상황이 설정된 것이다. 실험 결과 두 그룹이 미로를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실험 뒤에 이어진 창의력 시험에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스위스 치즈’ 그룹이 ‘올빼미’ 그룹보다 50%나 뛰어난 성적을 낸 것이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실험자들이 미로를 풀면서 느꼈던 ‘접근성과 회피성’에서 찾았다.
먼저 치즈가 그려진 미로를 풀었던 실험자들은 자신이 쥐에게 맛있는 치즈를 찾아주고 있다는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마음은 실험을 유쾌한 게임처럼 즐기게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실험자들이 적극적으로 실험에 참여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올빼미 미로를 풀던 실험자들은 올빼미의 공격으로부터 쥐를 도망치게 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을 갖게 된다. 빨리 출구를 찾지 못하면 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걱정과 자책감이 빨리 퍼즐 실험을 마치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회피성을 자극한다. 바로 이런 차이가 창의력 점수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누구나 어려운 일을 겪거나 불편한 사람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진다. 마치 올빼미를 만난 쥐처럼 빠져나갈 구멍만 찾으며 조급해진다. 하지만 상황을 외면할수록 오히려 문제는 더 복잡하게 얽히고 만다. 어차피 맞서야 할 문제라면 치즈를 찾으러 가는 쥐처럼 좀 더 유연하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을 때 창의력 또한 발휘될 수 있다. 창의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게 해준다.
회피가 아닌 접근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작은 도전을 반복하며 마음 근력을 키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불편하지만 용기를 내서 극복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녁 10시 이후에는 누리소통망(SNS)을 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루틴을 만드는 것도 소소한 도전일 수 있다. 편하지만 버려야 할 생활습관, 몸에 좋지 않은 음식 취향,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분야의 공부 같은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뤄나갈 때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해결해나가는 혜안이 생길 수 있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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