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섬에서 국민의 섬으로 산책로 따라 천혜의 비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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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들의 휴가지, 저도를 가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일부터 6박 7일간 여름휴가를 떠났다. 이 기간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경남 거제시 저도에 머물며 진해 해군기지와 거제고현시장 등을 찾았다.
윤 대통령의 휴가지인 저도는 행정구역상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 속한 면적 43만여㎡의 작은 섬이다. 남이섬과 비슷한 크기다. 거제도에서 직선거리로 1.3㎞, 부산 가덕도에서는 5.5㎞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깝다.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이 섬을 가로지른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를 보낸 곳으로 ‘대통령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대통령들은 왜 저도로 여름휴가를 갈까?
저도는 1972년 청해대(靑海臺)로 지정됐다. 대통령 별장과 군사시설이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으나 2019년 9월, 47년 만에 일반에 개방됐다. 이제는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섬이다. 저도는 섬 전체에 해송과 동백이 자생하고 기암괴석과 모래 해변이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제 궁농항에서 유람선을 타면 20분 만에 이 작고 아름다운 섬에 닿는다.
때 묻지 않은 천혜의 비경 속으로
부두에 내리면 가장 먼저 도로변에 설치된 대통령 기념공간인 ‘역대 대통령을 만나는 곳 저도’가 눈에 들어온다. 역대 대통령 사진과 함께 조형물이 늘어서 있다. 이곳이 대통령의 섬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저도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대통령 별장일 것이다. 저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돼지를 닮았다고 해서 저도(猪島)라고 불린다. 청해대는 풍수지리상 ‘돼지의 눈’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내부 관람은 할 수 없다. 그저 대통령이 복잡하고 무거운 현안으로 가득한 집무실에서 벗어나 잠시 쉴 수 있는 곳이자 새로운 국정을 구상하는 공간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대통령 별장 앞에는 200m 길이의 인공해변이 있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며 ‘저도의 추억’이란 글씨를 써내려간 곳이다. 원래는 몽돌로 가득한 해변이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해대를 지으면서 섬진강에서 모래를 실어와 조성한 인공 백사장이다. 작은 해변이지만 푸른 바다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저도의 진가는 손때 묻지 않는 숲속 산책로에서 드러난다. 저도 둘레에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동백림과 해송,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천혜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반세기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다. 산책로에서 마주친 곰솔나무에선 신령스러운 기운마저 느껴진다. 수령 400년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다. 두 팔을 한껏 뻗어도 나무의 반에 못 미친다. 소나무와 편백, 팽나무, 삼나무 등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인 숲에서 피톤치드가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산책로 곳곳에선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저도는 부산과 거제도 사이에 위치해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주목받았다. 일제는 1920년대 이곳에 군사기지를 짓고, 살던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제2전망대와 제1전망대에는 일본군이 만든 포진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제1전망대에는 벽돌로 쌓아 만든 탄약고가,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 사이에는 일본군 막사 건물과 우물이 남아 있다. 제1전망대에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첫 승리를 한 옥포해전, 그 역사의 현장이 내려다보인다. 거가대교와 시원한 바다 전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산책로 마지막 구간에 이르면 연리지 나무가 있는 넓은 잔디밭이 나온다. 기존의 9홀 규모의 골프장을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잘 관리된 잔디밭과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걸을 땐 눈부신 초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통령 별장을 지나 인공으로 만든 조그마한 해수욕장까지 저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대통령의 섬에서 모두의 섬으로
저도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4년 여름 휴양지로 선택하면서 대통령의 대표적 여름휴가지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저도를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하면서 일반인 거주와 방문이 불가능해졌고 어로 행위도 전면 제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저도를 ‘바다의 청와대’라는 의미에서 청해대라고 이름을 붙이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며 수영과 사격, 테니스 등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두환·노태우·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여름휴가철 저도를 방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저도를 찾아 해변가에 쓴 ‘저도의 추억’이란 글씨가 큰 주목을 받았다. ‘저도의 추억’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에 쓴 시 제목이다. 매년 함께 저도를 찾았으나 한 해 전 세상을 떠나 함께 오지 못한 육영수 여사를 그리는 내용을 담은 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저도 해변가에서 ‘저도의 추억’이라고 글씨를 쓴 사진과 1967년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2004년 저도 앞바다에서 낚시를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를 20여 일 앞둔 2008년 2월 다시 섬을 찾았다. 같은 해 7월 저도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현대건설 과장 시절에 청해대 건물을 지었다며 “내가 이곳을 쓸 줄 알았다면 더 잘 지을 걸 그랬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섬인 저도가 일반에 개방된 건 2019년에 이르러서다. 저도가 속한 장목면 주민들은 30년 전부터 ‘저도 반환’ 운동을 벌여왔다. 장목면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취임하자마자 ‘청해대’를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관리권은 여전히 국방부가 보유했고 이후에도 대통령들의 휴가지로 이용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국민에게 저도를 반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2019년 9월 17일 일반 탐방객을 실은 첫 유람선이 저도에 입항했다.
저도로 가는 유람선은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에서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운항한다. 궁농항을 출발한 유람선은 거가대교 3주탑을 지나 저도로 갔다가 거가대교 2주탑과 중죽도·대죽도를 지나 궁농항으로 돌아온다. 거가대교와 남해 관광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코스다.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일대 해역에서 상괭이떼를 만날 수도 있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
올해로 개방 20주년… 관람객 1350만 명
대통령이 사랑한 휴가지로 ‘청남대(靑南臺)’를 빼놓을 수 없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을 가진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 12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 인근에 조성됐다. 총면적 182만여㎡로 본관과 별관, 잔디광장, 골프장, 산책로 등으로 꾸며졌다. 봄을 맞이하듯 손님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영춘재(迎春齋)’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3년 뒤 청남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여름휴가, 명절 등 가장 많이 찾은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4월 충북도로 소유·관리권을 넘기면서 대통령 별장에서 국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올해로 개방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다녀간 관람객이 1350만 명에 달한다. 청남대의 본관 건물에 있는 모든 달력과 시계는 ‘2003년 4월’ ‘10시’에 멈춰 있다. 청남대를 일반에 처음 개방한 2003년 4월 18일 오전 10시를 기리기 위해서다.
청남대를 하루 만에 다 돌아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규모가 상당해 다 돌아보려면 대여섯 시간은 잡아야 한다. 우선 청남대 본관은 침실을 비롯해 거실·서재·접견실·식당 등 대통령의 공간을 두루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낡은 브라운관 TV, 노래방 기계와 전축 등 당시의 가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통령기념관 앞 연못은 과거 양어장이자 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됐던 장소다. 대통령기념관과 연못, 메타세쿼이아숲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수변 데크는 인기 포토존으로 통한다. 본관 뒤편 언덕의 봉황탑은 청남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으로 인기가 높다. 청남대는 물론이고 대청호와 대전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제1전망대도 놓치면 아쉽다. 단 전망대까지 645개 계단을 오를 각오는 해야 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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