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클래식 여름음악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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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시절을 보낸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유럽의 인기여행지중 하나다. 커피와 클래식음악만으로도 유명한 이 도시의 여름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배낭족과 여행객들로 넘쳐난다.
슈테판 성당을 중심으로 링을 따라 돌아다니면 호프부르크 왕궁을 포함해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 시민공원, 국회 의사당 등을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시청은 많은 여행객들의 인기장소다.
특히 더위가 식는 저녁시간이 되면 전통음료수인 사과사이다 또는 맥주를 들고 시청 앞에서 펼쳐지는 필름 페스티벌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펼쳐지는 무료 음악회는 6000석규모의 좌석을 제공하며 세계각국의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 도시를 대표하는 빈 필하모닉과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은 휴가시즌에 돌입하며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각종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다.
매년 여름시즌에 열리는 세계적 음악축제들은 도시와 자연 그리고 음악의 아름다움을 모두 느낄 수 있으며 음악가와 관광객 모두가 만족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전통과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세계적 클래식 여름음악축제들은 어디에서 열리고 있을까.
◆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er Festspiele)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의 촬영지로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모차르트(Mozart)가 탄생한 고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차르트라는 상징성 하나만으로도 클래식 음악 팬들을 설레게 하는 이 도시는 매년 7~8월에 잘츠부르크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빈 필하모닉이 상주하며 콘서트를 열고 있고 세계적인 독주자와 체임버 연주자, 지휘자들이 오페라와 실내악, 협주곡, 독주 리싸이틀등 잘츠부르크 곳곳에서 200여회에 달하는 연주를 한다.
또한 음악아카데미를 통해 많은 음악도 들이 세계적 명성의 연주자와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역사는 1870년대 모차르트 연구기관인 모차르테움이 발족되면서 시작 되었는데 1910년대까지 간헐적으로 열리다가 1920년대부터 본격적인 음악축제를 시작했다.
1920년 8월 22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Strauss)와 함께 공연을 준비한 극작가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의 연극 <예더만(Jedermann-Everyman)>의 초연은 이후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전통이 되었다.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1924년과 1944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매년 열리고 있는데, 지휘자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와 브루노 발터(Bruno Walter)가 음악제를 이끈 1934~37년을 첫 번째 황금기라 불리고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실제주인공인 트라프(Trapp) 가족합창단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민속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이 시기다.
이후 나치의 지속적인 방해로 음악제가 축소되는 등 풍파를 겪다가 세계2차대전 뒤인 50년대이후 카라얀이 음악감독으로 임명 되면서 세계최고의 음악축제 중 하나가 되었다.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명성이 현재와 같이 유지되는 것은 빈 필하모닉과 카라얀의 공이 크다 말할 수 있겠다.
◆ 루체른(Luzern Festival)
스위스 중부의 호반도시 루체른은 알프스와 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1866년부터 1872년까지 루체른에 머물며 오페라 <마이스터 징어> 등을 작곡한 바그너는 이 아름다운 도시를 “진정한 꿈속의 나라”라고 묘사했고, 음악 평론가 루드비히 렐스타프(L. Rellstab)는 루체른 호수에 비친 달빛을 보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에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도시의 상징인 카펠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로 도시와 르네상스 성당 로젠카르트 미술관을 이어주고 있다.
매년 여름 1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루체른 페스티벌을 찾아 음악회를 감상하는데, 8월중순즈음 시작해서 9월초까지 이어진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보다 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짤스부르크에서 연주하고 루체른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38년 나치에게 점령된 오스트리아를 떠난 토스카니니는 루체른의 바그너 별장 야외무대에서 루체른 페스티벌을 시작했다.
이때 유럽의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주자들을 규합해 만든 오케스트라가 바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전신이며 국제 루체른 음악주간(IMF)로 불리던 축제는 2000년에 루체른 페스티벌로 다시 명명되었다.
베를린과 빈 필하모닉, 런던심포니, 암스텔담 콘서트 헤보우등의 뛰어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을 포함해 솔리스트, 세계적 명성의 실내악단 연주자들이 포함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드림팀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토스카니니 이후 솔티등 거장들이 거쳐간 루체른 페스티벌은 베를린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있던 아바도가 루체른 페스티벌을 이끌면서 황금기를 구가했다.
아바도가 세상을 떠난 이후 이듬해 추모공연에서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는 단원들이 마지막에 울음을 터트린 장면은 그가 한 음악인으로 얼마나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았었는지 느낄 수 있다.
현재 루체른 페스티벌은 아카데미를 통한 학생들의 교육과 현대음악에도 많은 열정을 쏟고있다.
◆ 바이로이트(Bayreuther Festspiele)
바그너의 오페라는 신화와 철학 미학이 결합되어 장엄하며 독특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당대 뛰어난 지식인과 명사들이 그의 음악을 사랑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대중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 바그너 음악의 열광적인 마니아를 부르는 단어인 ‘바그네리안(wagnerian)’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장소가 있다. 바로 독일 바이에른주의 소도시 바이로이트(Bayreuth)다.
인구 8만의 작은 도시인 바이로이트는 매년 7월 하순부터 한 달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로 전세계 바그네리안들과 음악가들로 북적인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바그너 오페라를 공연하는 축제로 바그너가 지정한 자신의 오페라 10개중 5~6개를 매년 공연하는 독일의 중요한 문화행사 중 하나다.
바그너가 자신의 역작들을 초연하기 위해 계획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1876년 8월13일 4부작인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의 첫 번째 오페라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을 초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첫 번째 축제에는 친구인 사상가 니체를 포함해 차이코프스키, 브루크너, 각국의 국왕과 귀족등 많은 명사들이 초대되었고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당시 첫 번째 공연 이후 적자에 시달렸던 바그너는 런던 등 여러 도시에서 공연을 했고 재정적 기틀이 마련된 6년후 자신의 마지막 작품 <파르지팔(Parsifal)>을 다시 초연할 수 있었다.
이듬해 바그너가 사망하자 리스트의 딸이자 아내 코지마가 축제를 맡아서 주관했고 이후 아들과 손자, 증손자, 증손녀까지 바그너 가문의 사람이 현재까지 축제의 총감독을 책임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연출과 해석을 내놓고 있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여타 다른 오페라 연출에도 수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티켓을 구하는 과정도 쉽지 않고 여러모로 ‘힘든’ 과정을 거쳐야 입문할 수 있는 콧대 높은 축제이지만 여전히 이야깃거리가 많은 오페라 축제로, 우리나라의 필립 강, 사무엘 윤, 연광철등의 성악가들이 무대를 빛내기도 했다.
◆ 아스펜 (Aspen Music Festival and School)
미국 콜로라도의 아름다운 도시 아스펜은 한때 은을 생산하던 탄광촌이었다. 지금은 부자들이 은퇴 후 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로, ‘샴페인 파우더’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고급 스키장과 여름 음악축제로 유명한 장소다.
미국의 대표적인 여름 음악축제인 아스펜 음악제는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열는데,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공연, 실내악, 독주회, 현대음악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짜여있으며 음악학도를 위한 교육과정 또한 유명하다.
축제기간 동안 콘서트 홀은 물론 다운타운의 거리까지 수많은 연주자들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며 대가들과 떠오르는 스타연주자,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 등의 연주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최고의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다.
음악회의 메인 무대는 2000년에 완공된 2050석 규모의 <베네딕트 음악텐트(Benedict Music Tent)>인데 곡선형 지붕을 가진 노천 공연장으로 가장 중요한 콘서트는 거의 이곳에서 열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스펜 음악제는 1949년, 시카고의 기업가 부부가 괴테탄생 200주년 기념 강의와 음악회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했으며 알버트 슈바이처와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등 명사들을 초청하면서 명성을 쌓아갔다.
1950년에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가 자신의 작품을 음악제에서 지휘하며 선보이기도 하였다.
매년 10만명이상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며 시(市) 관광수입의 40%를 차지하는 아스펜 음악제는 미국 클래식문화의 상징과도 같다고 볼 수 있으며 신예들의 등용문 역할도 하고 있다.
◆ 그 밖에
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1946년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보덴호수에서 오페라공연을 시작해서 영화 007의 배경으로도 나온 브레겐츠 페스티벌(Bregenz Lake Festival)이 있다.
또한 역사는 짧지만 세계적 명성의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Verbier Festival)과 미국의 아스펜과 쌍벽을 이루는 탱글우드 음악제(Tanglewood Music Festival)등이 여름 클래식음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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