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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해안선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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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철이면 누구나 한번쯤 동해바다로 떠날 생각을 한다. 동해안은 해안선을 따라 바다 빛깔과 모래가 고와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로 꼽힌다. 그런데 수십, 수백만 년의 세월 동안 형성된 한반도의 자연 해안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2014년 최초의 해안선 통계가 발표된 이후 자연 해안선(약 9877㎞)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인공 해안선은 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2023년 6월 우리나라의 총 해안선 길이는 약 1만5285.4㎞다. 이 가운데 자연 해안선은 9730.1㎞로 64%가량 차지하고 인공 해안선은 5555.3㎞로 36%에 이른다. 자연 해안선은 2022년 대비(9771㎞) 41㎞나 줄었고 인공 해안선은 69㎞나 늘었다. 자연 해안선이 줄어들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토양·암석 깎여 자?연 해안선 점점 직선에 가까워져
해안선은 바다와 육지를 나누는 경계로 우리나라 국토의 형상을 정의하는 기초 자료다. 바다가 암석이나 모래처럼 자연 상태의 육지와 만나면 자연 해안선, 파도나 해일 등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방파제 등 인위적인 시설물과 만나면 인공 해안선이라고 한다.
자연 해안선 변화의 주요 원인은 그 자리에 인공 구조물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바다에는 선박이 안전하게 드나들고 머물도록 풍랑을 막아주는 설비인 항만,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인 연륙교나 방파제 같은 시설이, 하천에는 댐 등이 세워지고 있다. 자연 해안선을 구조물로 막아 직선에 가까운 완만한 모양으로 만들면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곡선 모양으로 생긴 자연 해안선의 길이가 짧아질 수밖에 없고, 전체 해안선의 길이도 줄어들게 된다. 등산할 때 정상까지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로 올라갈 때보다 직선으로 올라갈 때 길이가 더 짧은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해안선이 굽은 정도를 수치로 환산한 값을 ‘굴곡도’라고 한다. 굴곡도가 클수록 해안선이 복잡하고 작을수록 단조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간석지(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나 습지, 모래 해안, 모래언덕 등이 발달한 서해안의 굴곡도가 컸다. 하지만 1990년대(9.70) 대비 서해안의 굴곡도는 현재(5.24) 큰 폭으로 줄었다. 서해안의 갯벌을 막아 농사지을 땅이나 공장 터 등을 만드는 간척 사업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남해안의 굴곡도는 8.54에서 7.89로, 동해안은 0.86에서 0.83이 됐다. 서해안이 이젠 남해안보다 더 단순한 직선 모양이 된 것이다.
기후변화도 해안선 길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비정상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거센 파도와 폭풍으로 모래와 바위·자갈·흙 등이 옮겨지고 깎이면서 해안선의 모습이 달라졌다. 바닷가 모래와 토양·암석이 깎여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계속 밀려나가는 현상을 ‘해안침식’이라고 하는데 해안침식이 심해지면 굴곡도가 완만해져 길이도 짧아진다.
바다에 세워진 인공 구조물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한다. 파도가 구조물에 부딪히며 파도의 방향이 바뀌고 더 거세게 해안선에 다다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완충 지대인 해변 면적은 줄고 해안침식이 일어난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은 해안선을 짧아지게 하는 주된 이유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서 거대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그만큼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해안선·갯벌 감소는 자연경관과 생태계 파괴
그러면 세계의 해안선은 어떨까? 세계 해안선의 3분의 1 이상은 모래 해변과 만나고 있는데 폭풍 등이 영향을 미쳐 해변 제거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해변을 중심으로 가장 빠르게 해안침식이 이뤄지며 해안선이 줄고 있다. 총 7만 5000㎞의 해안선 길이를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관광과 휴양지로 유명한 베네치아와 시칠리아 주변의 해안 등 여러 곳에서 해안침식이 현재 23%(1만 7250㎞) 진행되고 있다. 그리스 북부 할키디키 지역에서는 해수욕장 한 곳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곳은 드넓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해 연간 그리스 방문객 약 3000만 명 중 10%가 찾을 정도로 이름난 휴양지였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 33개 섬 중 5개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화산섬과 군도(작은 섬 무리)로 구성된 솔로몬제도의 해안선은 총 5313㎞로, 섬의 둘레가 곧 해안선이 된다. 현재 다른 6개 섬에서도 빠르게 해안선이 줄고 있다.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JRC)의 미칼리스 보스도카스 연구팀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기후와 해안선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세계가 현재 속도로 탄소를 배출한다면 세계 모래 해변의 절반이 금세기 말까지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피해가 심한 나라는 호주로 약 1만 1400㎞의 해변을 잃게 된다. 이는 호주 전체 모래 해안선의 약 50%에 해당한다.
자연 해안선이 줄어들면 어떤 영향이 나타날까? 해안침식은 바닷가 주민들의 삶을 위협한다. 해변은 파도를 막고 방호기능을 하는데 백사장이 사라지면 이런 기능이 제대로 안 돼 바닷물이 민가까지 오게 된다. 동해안에선 지금까지 축구장 70개 규모의 백사장이 없어졌다.
또 사구나 갯벌 같은 중요한 생태계의 보고가 사라질 수 있다. 연안습지로 유명한 순천만의 갯벌은 100년 전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어들었다. 인천에서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매립으로 아암도·낙도 등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섬이 수십 개에 달한다. 따라서 자연 해안선의 침식을 막아 어종과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과학기지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해변이 사라지면 바닷가 사람들의 삶이 위협받는다. 관광객이 줄고 지역의 부가가치가 떨어지며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는다. 남아 있는 해안을 더 소중하게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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