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소재로 한 클래식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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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월든>의 저자 데이비드 소로(David Thoreau)는 “한 겨울에도 우리의 마음속에 여름을 조금이나마 간직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20세기의 양심’이라 불리는 소설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한 겨울이 와서야 내 안에 여름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이들에게 여름이란 잃고 싶지 않은 마음속의 열정같은 것이고 삶의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여름은 우리에게 타오르는 열정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영어 ‘Summer’의 어원도 총계를 뜻하는 라틴어 ‘sum’과 빛을 뜻하는 ‘mer’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즉 ‘빛의 총합’이라는 강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계절 중 가장 강렬한 느낌을 주는 여름은 여러 음악가들의 작품소재로 쓰였다.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비발디의 사계 <여름> 이외에도 여름을 소재로 한 클래식 작품들을 소개한다.
◆ 멘델스존 : 한 여름 밤의 꿈 서곡
세계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는 4대 비극과 5대 희극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4대 비극이 인간본성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면 5대 희극은 휴머니즘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한 여름 밤의 꿈(Midsummer Night's Dream)>은 그의 5대 희극 중 하나로 1595년 엘리자베스1세 시대에 쓰여진 전기와 습작시대의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문학에 감수성이 풍부했던 ‘천재’ 멘델스존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하나인 <한 여름 밤의 꿈>에서 모티브를 얻어 17살에 이 작품의 서곡을 작곡했다.
이 작품은 플루트와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을 주고 있으며 그가 존경하는 바흐의 화성과 선율을 낭만파적으로 풀어낸 명작이다.
슈만은 이 곡을 듣고 마치 요정들이 직접 연주를 하고 있는 듯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 여름 밤의 꿈>은 서곡으로 따로 연주되기도 하지만 극음악으로 연주될 때 보통 서곡(Overture)으로 시작해서 스케르초(Scherzo), 간주곡(Intermezzo), 녹턴(Nocturn), 결혼행진곡(Wedding march) 순서로 연주된다.
서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17년 후인 34세에 프로이센의 국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Friedrich Wilhelm IV)의 부탁으로 완성되었다.
작품의 줄거리는 갖가지 환상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성 요하네스의 전야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극에서의 이 날은 일년 중 밤이 가장 짧은 하지(夏至)로 그리스 아테네가 배경이다.
간략한 줄거리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도망치는 커플과 그들을 쫓는 약혼남, 또 그를 사랑하는 또 다른 여인의 등장, 중간에 요정의 실수로 벌어진 엇갈린 운명과 결국 왕에게 허락 받아 결혼식까지 하게 된다는 해피엔딩으로, 희극의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서곡은 이런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멘델스존의 순수하고 꿈꾸는듯한 상상력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 베베른 : 여름 바람에
음악사에서 20세기 빈의 삼총사라고 불리는 작곡가들이 있다. 바로 쉰베르크(Arnold Schoenberg), 알반 베르크(Alban Berg), 베베른(Anton von Webern)을 일컬어 얘기한다.
이들 모두 비엔나 출신으로 시대를 이끈 작곡가들이다. 그 중 한명인 베베른은 빈에서 유학생활을 보낸 나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바로 학교가 베베른의 이름을 딴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주의 음악을 창시한 쉰베르크에게 작곡을 배운 베베른은 이후 정교하며 절제되어 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이 중 작품 <여름 바람에(Im Sommer wind)>는 그의 나이 20살에 쓰여진 초기작품으로 ‘대형 오케스트라를 위한 짧은 서사시’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1904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베베른이 브람스 별장이 있는 오스트리아 남쪽 우더(Worther) 호수 근처에서 머물며 작곡했는데, 이 시기 말러도 이 호수 근처에 머물며 자신의 6번째 교향곡을 작곡하고 있었다.
시인이자 사상가인 브루노 빌레의 같은 제목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곡은 호수와 초록나무 들판 등 여름날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아직 무조주의적인 특징이 없이 말러(G.Mahler)와 바그너(R.Wagner),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Strauss) 등에게 받은 영향을 보이고 있는 이 작품에서 베베른의 가능성을 본 스승 쉰베르크는 좀더 혁신적인 작품에 도전해 보길 권했다.
이에 교수로 활동하던 베베른은 자신의 작품이 말러나 슈트라우스의 독일 낭만주의로부터 어떻게 모더니즘으로 옮겨갔는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예시로 를 활용했다.
출판도 하지 않았던 이 작품은 1961년 베베른 사후 15년만에 발견되어 유진 오먼디의 지휘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다. 중간중간 드러나는 목관과 바이올린의 새소리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 코다이 : 여름 저녁
코다이(Kodaly Zoltan)는 바르톡(Bela Bartok)과 함께 국민악파를 이끈 헝가리의 중요한 음악가로서 그의 실내악 작품은 많은 음악가들의 사랑 받고 있다.
진정한 헝가리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목표로 코다이는 민속적인 선율과 리듬 등을 전통적인 대위법과 화성학 위에서 풀어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코다이는 16살에 첫 관현악곡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재 남아있지 않고 그의 첫 번째 관현악 작품은 졸업작품이기도 한 <여름 저녁(Summer Evening)>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당시 뉴욕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었던 20세기 지휘계의 거장 토스카니니의 초청을 받아 수정을 거쳐 연주되었으며, 이후 작품에 매료된 토스카니니는 코다이의 열렬한 후원자가 되었다.
어찌 보면 <여름 저녁>은 코다이를 성공적인 음악가의 길로 인도한 작품으로 볼 수 있겠다.
코다이는 이 곡을 어느 여름날 저녁 옥수수 밭이 있는 아드리아해의 잔물결이 이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술회했다.
아마 부드러운 음색의 호른을 제외한 금관악기들과 타악기들이 작품에서 제외된 것은 한 낮의 강렬함을 피하고 노을 지는 석양과 바다를 표현하기 위함인 듯 느껴진다.
곡의 분위기는 마치 풍경을 표현한 파노라마처럼 느껴지며 중간중간 현악기의 활기차고 발랄한 모습도 보여준다. 부드럽고 차분한 마무리는 작품을 아름다운 서정시처럼 느껴지게 한다.
◆ 윌리엄 그랜트 스틸 : 썸머랜드
작곡가 윌리엄 그랜트 스틸(William Grant Still jr)은 아프리카 아메리칸으로는 최초로 LA필하모닉을 비롯해 미국의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음악가이다.
교향곡과 오페라 등을 포함하여 약 150편의 작품을 작곡한 그는 ‘미국 흑인 작곡가의 교장 선생님’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선생님이자 밴드의 리더였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유년시절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으며 클라리넷, 첼로, 베이스, 오보에 등의 악기들도 섭렵했다.
특히 의대진학을 원했던 부모님의 권유를 따라 메디컬대학에 입학했지만 결국 자신의 꿈을 좇아 오벌린 음대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작곡을 배웠다.
스틸은 자신의 음악에 3가지 요소를 혼합해 적용하였는데 바로 재즈와 블루스 그리고 ‘영가(Spirituals)’다.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고전음악의 뿌리 위에 재즈와 블루스 특유의 리듬이 느껴지며 영적이며 명상적인 느낌 또한 주고 있다.
작품 <썸머랜드(Summerland)>는 그의 종교적 작품인 <쓰리 비전(Three Visions) 중 2번째 파트이다. 작품 <쓰리 비전>은 Dark Horsemen, Summerland, Radiant Pinnacle 순서로 인간이 죽고난 뒤 영혼의 모습, 사후세계, 환생 등에 관한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그 중 두 번째 파트 <썸머랜드>는 아름다운 내세 즉 천국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원래 <쓰리 비전>은 피아노 솔로곡으로 작곡되었다.
하지만 스틸은 두 번째 파트 <썸머랜드>를 소규모 챔버곡으로 편곡해 출판하는 애정을 보였으며 이후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윈드 앙상블 등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다.
이 아름다운 작품은 피아니스트인 아내 베르나(Verna Arvey)를 위해 작곡되었으며 1936년 L.A에서 초연되었다. 현재 스틸은 작품은 베를린 필과 런던심포니, BBC 오케스트라 등 최고의 연주단체에서 연주되고 있다.
☞ 음반추천
멘델스존의 <한 여름밤의 꿈 서곡>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쿠르트 마주어(Kurt Masur)의 지휘를 추천한다.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의 런던심포니도 수작이다.
베베른의 <여름 바람에>는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와 도흐나니(Dohnanyi) 연주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데,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와 베를린 필 역시 아름답다.
코다이의 <여름 저녁>은 안탈 도라티(Antal Dorati)지휘와 Philharmonia Hungarica의 연주를 먼저 추천하고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Orpheus Chamber Orchestra)의 연주 또한 훌륭하다.
윌리엄 그랜트 스틸의 <썸머랜드>는 마크 부저(Mark Boozer)의 피아노 연주와 왕립 스코틀랜드 국립 관현악단(Royal Scottish National Orchestra)이 연주한 낙소스(Naxos)음반을 추천 드린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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