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아타카마사막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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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순간을 사막에 비유할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믿었던 친구의 배신, 갑작스러운 퇴직과 사업의 실패 등 헤어나오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마치 황량한 사막을 홀로 횡단하고 있는 것처럼 막막하고 고독한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숨 막히는 절망의 열기가 사막의 태양 같고 가끔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마저 흙먼지가 돼 시야를 가린다. 그럴 때면 나는 칠레의 아타카마사막을 떠올린다.
아타카마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메마른 지역 중 한 곳이다. 이곳의 연평균 강수량은 15㎜에 불과하다. 2015년, 이렇게 건조한 땅에 12시간 동안 비가 내리는 기상이변이 일어났다. 7년 동안 내려야 할 비의 양이었다. 비가 그친 후에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삭막한 땅 위로 분홍색 꽃들이 피어나 광활한 모래사막 위를 뒤덮는 장관이 펼쳐진 것이다. 그 어떤 생명도 살 수 없을 것 같던 사막의 기후 속에서 생명을 지켜왔던 꽃의 씨앗들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사막에 핀 꽃은 내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며 힘들 때마다 찾아보게 되는 장면이 됐다. 사막처럼 메마른 마음에도 언젠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꽃피우게 할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다만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또 다른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기다림을 위해 우리는 스티브 도나휴의 조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도나휴는 사하라사막을 횡단한 작가이자 강연가다. 오지 탐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준비도 없었던 그는 사막에서의 경험을 인생에 비유하며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썼다. 책 내용 중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나침반과 타이어에 대한 조언이었다. 먼저 모래사막에서는 지도가 아닌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야 한다. 지도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을 때만 쓸모 있기 때문이다. 사막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지형이 바뀐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나침반이다. 나침반은 현재 위치를 몰라도 내가 어느 쪽으로 가고 있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 그 방향을 잃지 않게 해준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지치고 힘든 상황을 겪게 되면 모든 상황이 불확실해진다. 이때 타인이 정해놓은 방식을 따르다 보면 길을 잃거나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내면의 나침반은 삶의 본질적인 가치와 철학에 비유할 수 있다. 본질의 가치를 추구하는 선택들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마음이 가야 할 길을 잃지 않게 한다.
사막에서 타이어가 모래에 빠지면 타이어 바람을 빼야 한다. 만약 타이어 바람을 빼지 않으면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타이어는 점점 더 모래 속으로 빠지게 된다. 대신 타이어 바람을 빼면 타이어 표면적이 넓어져 모래에 닿는 면이 커지고 모래 속을 빠져나올 확률 역시 높아진다. 때로는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마음에 힘이 들어갈수록 잦은 실수를 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바람을 빼듯 잠시 긴장을 풀고 상황을 관망하면 시야가 넓어져 더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의 힘을 빼고 내면의 끌림이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으로 묵묵히 가다 보면 머지않아 암울한 시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밝은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생명이 움트는 마음의 초원을 다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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