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사실 왜곡 도를 넘었다 어업인 피해 외면은 직무유기”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후쿠시마 오염수’ 입장문 낸 한국원자력학회 백원필 회장
과학에는 여야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 정치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과학이다. 지난 6월 20일 국내 원자력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원자력학회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입장문을 내고 나선 이유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실증적 자료와 다양한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처리된 오염수의 방출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우리나라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 일부에서는 노출되는 양에 대한 언급을 피한채 불확실성만 강조하면서 위험하다고 한다”며 “전문가는 숫자와 데이터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수협의 일본 오염수 대응 분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지원하는 것이 백 회장의 역할이다. 백 회장과 인터뷰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국민의 우려와 궁금증을 풀어봤다.
학회가 공식적인 성명을 낸 이유는?
처리된 오염수의 방류가 우리 바다와 우리 수산물에는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명백함에도 우리 사회 일각의 과학적 사실 왜곡과 공포 조성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수산물 소비 감소와 천일염 사재기 등 피해가 확대되는 상황을 못본 체하는 것은 원자력·방사선 전문가 단체로서 직무유기라고 판단했다. 과학계와 수산업계로부터 과학적 사실을 밝혀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국민의 불안이 아직 큰 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한국은 정말 안전한가?
그렇다. 계획대로 방류가 진행될 경우 실질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영역은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역으로 한정될 것이다. 현재 오염수 탱크에 저장된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와 그 직후에 태평양으로 배출된 양의 수천 분의 1 이하다. 다핵종제거설비(ALPS) 정화 처리를 한 오염수 내의 방사성 물질은 삼중수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배출기준 이하가 된다. 원전사고 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바다와 우리 수산물에 아무런 피해가 없었는데 그보다 훨씬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 오염수를 정화해 배출한다고 우리 바다가 영향을 받을 리가 없지 않은가.
ALPS 정화 처리를 해도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ALPS 장치를 거치더라도 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2021년 기준 후쿠시마 오염수 내 삼중수소의 평균 농도는 리터당 62만 베크렐(㏃)로 평가됐었다. 베크렐은 방사능 세기를 측정하는 국제단위로, 1베크렐은 방사선이 1초에 1개씩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일본 규제기관은 리터당 6만 베크렐을 배출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일본 측에서는 리터당 1500베크렐 수준으로 희석해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빗물이나 강물에는 우주선이 만들어낸 삼중수소가 리터당 평균 1베크렐이, 바닷물에는 리터당 0.1~0.2베크렐이 이미 존재한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인해 더해질 수 있는 양은 리터당 0.000001베크렐로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이 리터당 1만 베크렐이니 자연적으로 강물이나 바닷물에 존재하는 삼중수소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의한 것이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베크렐이라는 용어가 낯설다. 익숙한 단위로 설명한다면?
삼중수소의 양을 우리에게 익숙한 질량으로 나타내면 총량이 약 2.2g이고, 연간 배출량은 0.062g 수준이다. 그런데 삼중수소는 자연적으로도 생성되어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을 우주선이라고 하는데, 우주선 속의 중성자들이 대기 중의 질소와 반응하여 삼중수소를 만들어낸다. 매년 약 200g의 삼중수소가 만들어지며, 동해에 매년 비로 내리는 양만 하더라도 3~4g이다. 이와 비교하면 오염수에 들어있는 양은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하게 확인할 것은 방류 직전의 ALPS 처리수를 보관하는 K4 탱크의 방사능 농도다. K4 탱크는 1000톤 용량의 탱크 30기가 10기씩 묶여서 번갈아가며 처리수를 모으고, 방사능을 측정·확인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방사능 영향에 중요한 29개 핵종 중심으로 10기 탱크의 ALPS 처리수를 펌프로 순환시켜 잘 혼합한 후 시료를 채취할 계획이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이 부분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배출하든 우리 바다에는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일본 측이 약속한 대로 오염수를 정화하고 희석해 배출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일본이 약속한 배출기준을 만약 지키지 않는다면?
주변 해역에 대한 방사능 검사에서 바로 드러날 것이다. 처리된 오염수의 희석 방류가 시작된 다음에는 많은 일본 시민단체들이 주변 해역의 방사능을 감시할 것이고 우리 정부도 후쿠시마 원전에 인접한 공해상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할 예정이다. 일본의 약속 위반이 드러난다면 국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의 여론도 크게 악화해 큰 저항에 직면하고 사고 원전의 폐로 작업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IAEA의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있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IAEA는 1957년 설립돼 176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65년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확산 억제, 원자력 안전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노벨평화상도 받았다. 이러한 국제기구가 특정 국가의 이익을 위해 세계의 이익에 반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폄훼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분담금이 많아서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중국의 분담금은 일본의 거의 두 배다. 그리고 IAEA 검증단에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마셜제도 등 인접국 전문가들을 비롯해 우리나라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유해물질의 영향은 존재 자체가 아니라 노출되는 양에 따라 결정된다. 매우 많은 양에 노출되면 단기간 내 신체상 피해가 발생하지만 노출량이 매우 적으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방사성 물질이 ‘0’이 돼야 한다는 비과학적 주장이 힘을 얻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특히 안전기준이나 구체적인 수치는 이야기하지 않고 불확실성만을 강조해서 국민의 불안을 키우면 안 된다. 우리 사회 전체가 들끓었지만 나중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처럼 과학적으로 실증적으로 명백한 사안에서조차 우리 사회가 합리적 판단을 못한다면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크게 우려스럽다.
학회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할 예정인가?
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공개 토론을 제안했지만 아직 반대 입장의 전문가나 단체로부터 공개 토론을 제의받은 적은 없다. 지금은 수산업 단체 등으로부터 올바른 정보 제공과 대국민 소통 협조를 요청받고 있어서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다. 또한 다른 원자력 관련 단체 및 과학기술 전문단체들과 협력해 과학적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
김연진 주간조선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