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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헌신·희생 더 많이 알려졌으면 우리 할아버지가 더 자랑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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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참전용사 후손 교류캠프 대표 박채원·트리스탄 코트니가 본 정전 70년
7월 27일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3년 1개월 2일, 1129일간 한반도에서 이어지던 전쟁이 멈췄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날은 ‘유엔군 참전의 날’이기도 하다. 6·25전쟁 당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해 유엔군의 이름으로 함께 싸운 16개 전투지원 국가와 6개 의료지원을 포함한 총 22개 국가, 195만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는 날이다. 정부는 이들 국가와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동시에 후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재정립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7월 27일을 국가기념일인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6·25전쟁 기간 중 유엔군은 공식적으로 총 195만 7733명이 참전했다. 이 중 약 13%인 15만 1129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6·25전쟁에서 희생된 11개 참전국 2309기의 유엔군 묘지가 있다. 올해 7월 27일에는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이곳에서 22개 유엔참전국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유엔 회원국도 아니었던 생소한 나라, 대한민국에 이들이 바친 희생과 헌신은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참전국 후손들이 만나 연대하는 행사가 열렸다. 국가보훈부가 개최한 ‘2023 유엔참전용사 후손 교류캠프’다. 각국에서 모인 참전용사 후손들은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6박 7일간 비무장지대(DMZ)와 공동경비구역(JSA), 전쟁기념관, 부산 유엔기념공원 등을 둘러보며 머나먼 이국땅에서 자신의 나이 때였을 할아버지가 지켰던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겼다.
국적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참가자들은 참전용사의 후손이라는 연결 고리로 금세 친구가 됐다. 한국에서 그들이 함께 나눈 시간들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참가자 대표인 박채원(22)·트리스탄 코트니(20)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박 씨는 대북 첩보임무를 맡았던 켈로(KLO)부대에서 활약한 참전용사 김명철 씨의 후손이다. 코트니 씨는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코트니(90) 씨의 후손이다. 빈센트 코트니 씨는 매년 11월 11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유엔참전용사를 추모하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을 제안한 인물이다.



유엔참전용사 후손 교류 캠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박채원(이하 박)
외할아버지는 당신이 참전용사였다는 사실을 평생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런 할아버지가 나도 자랑스러웠다. 할아버지는 2년 전 세상을 떠나셨고 현재 국립괴산호국원에 안장돼 있다. 이제는 할아버지께 직접 그 당시의 얘기를 들을 수 없다. 캠프에 참가해 할아버지가 왜 평생 자부심을 안고 살았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유엔참전국 후손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참전용사들이 얼마나 용감했고 어떻게 우리나라를 지켜냈는지 배웠다. 과거의 동맹관계를 미래의 동맹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었다.
트리스탄 코트니(이하 코) 유엔참전용사 후손 교류 캠프에 참여한 건 202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에 오고 싶었다. 할아버지로부터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 있는 곳인지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참전용사인 건 언제 알았나?
할아버지는 항상 참전용사 모자를 쓰고 다녔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자세히 말해준 적이 없어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 몰랐다. 이번 캠프에 참가해 할아버지가 켈로부대에서 전시에는 첩보 수집 과 군사시설 폭파, 휴전 후에는 월북하는 인민군 체포와 저지 등의 임무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힘써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참전용사였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할아버지의 활약이나 전쟁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건 최근 5년이다. 6·25전쟁 중에 할아버지가 했던 일, 전쟁 후에 한국을 위해 한 일과 봉사에 대해 배웠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를 정말 존경하게 됐다. 할아버지는 한국을 위해 싸웠을 뿐만 아니라 전쟁 후에는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위해 활동했다. 6·25전쟁이 잊혀지지 않도록, 또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평생을 바친 분이다.

켈로부대는 6·25전쟁 때 미군 소속으로 첩보 수집 등의 비정규전을 수행했다. 한반도에서 낯선 중국군과 인민군을 상대해야 했던 미군에겐 작전 수행을 위한 살아 있는 정보가 필요했다. 결국 남한 지역에서 요원들을 뽑아 직접 북한 지역에 침투시킨 뒤 유용한 군사 정보를 얻으려 했다. 이런 특수공작임무를 맡은 이들이 켈로부대였다. 이들은 인민군 복장으로 위장한 뒤 수송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북한 지역에 침투해 중국군이 주둔하는 곳을 걸어다니며 정보를 취득한 뒤 미군 기지로 되돌아오는 식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첩보 수집뿐 아니라 요인 암살, 시설물 파괴 등의 비밀공작 활동을 펼쳤다. 인천상륙작전을 가능케 했던 ‘팔미도등대 탈환 작전’의 주역도 켈로부대원이었다.



이렇게 활약한 할아버지가 자랑스럽겠다.
친구들에게 할아버지가 참전용사라고 하면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번 캠프에서 할아버지가 더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할아버지가 지킨 우리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항상 고맙고 자랑스럽다.

코트니 씨 할아버지인 빈센트 코트니 씨의 활약도 눈부시다. 캐나다 출신으로 열여섯 살인 1950년 11월 6·25전쟁에 참전했다. 1951년 4월 중공군에 맞선 경기도 가평지구전투로 해리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부대표창을 비롯해 여러 훈장을 받았다. 대학 진학 후 미국으로 옮겨 신문기자 생활을 한 뒤 대기업 임원을 지냈다. 은퇴 후 캐나다 한국전 참전용사협회장을 맡았고 한국전 참전 캐나다 전몰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캐나다 기념동상을 만들어 2001년 11월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기증했다. 2년 뒤인 2003년 10월 기념동상 하나를 더 제작해 캐나다 오타와에도 설치했다. ‘턴 투워드 부산’ 행사의 첫 제안자로 잘 알려져 있다. 11월 11일 오전 11시 전 세계가 유엔기념공원 전몰자들을 향해 1분간 묵념하는 행사다. 2014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을 받았다.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한 일들을 알고 있나?
할아버지가 어떻게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캐나다 기념 동상을 만들고 ‘턴 투워드 부산’ 행사를 준비했는지 보여주곤 했다. 할아버지는 6·25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의 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늘 열정적이었다. 매년 한국을 방문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할아버지는 한국에 갈 때마다 당신이 참전용사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신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을 보며 뿌듯해하신다. 자신의 희생과 헌신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해외에서 6·25전쟁과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면서 느낀 건 6·25전쟁과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거다. 학교에서 6·25전쟁에 대해 배우지만 한국을 위해 원조하고 지원한 많은 유엔참전국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슬픈 일이다. 나는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싸운 용감한 사람들이 더 많이 인정받고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엔참전용사 후손을 만난 기분은?
국적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처럼 6·25전쟁에 참전한 할아버지를 둔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타국에서 일어난 전쟁에 참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그 친구들과 할아버지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들이 자신이 참전용사 후손임을 더욱더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정말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18개국, 140명에 달하는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모여 우정을 쌓고 평화에 대한 생각을 전파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 중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나?
우리 팀 멤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튀르키예에서 온 일라이다, 프랑스에서 온 움블린, 태국에서 온 민트, 인도에서 온 아딧티야, 스웨덴에서 온 시몬 등이다. 일라이다는 유엔참전용사 후손 국가장학금을 받아 공부하고 있다. 움블린의 사촌언니도 지난해 유엔 평화캠프에 참가했고 유엔참전용사 후손 국가장학금도 받고 있다. 시몬의 할아버지는 군인은 아니었지만 6·25전쟁 당시 부산 병원에서 의료진을 도왔다. 민트와 아딧티야의 할아버지도 한국을 돕겠다며 6·25전쟁에 참전해 용맹하게 싸웠다. 참전용사 후손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만나 7일간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내 룸메이트 네이선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네이선은 한국에 살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을 위해 참전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후손이 이제 한국의 도움을 받아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참전용사 후손에게 이런 멋진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게 흥미롭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현장을 둘러봤다. 기억에 남는 곳은?
DMZ와 JSA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켈로부대 소속이었던 할아버지가 복무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쟁 당시 혼돈의 현장이었을 그곳이 지금은 드넓고 평화롭기만 한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지금 이 평화를 가져다준 참전용사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꼈다.
DMZ와 JSA 방문은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내가 남과 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걷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여전히 긴장감 높은 양측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전쟁기념관이었다. 그곳에서 전쟁의 역사, 그리고 참전용사들이 무엇을 위해 용감히 싸웠는지 더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기념관이야 말로 모든 것을 걸고 용감하게 싸웠던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는 멋진 장소라고 생각한다.

참전용사 후손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할아버지와 함께 복무했던 참전용사분들을 만나고 싶다. 할아버지에게 듣지 못했던 복무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다. 국가보훈부가 주최하는 참전용사와 후손 관련 행사에 또 참가하고 싶다. 특히 할머니, 엄마, 이모, 삼촌 등 가족과 함께 참가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평화를 위해 싸운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묻히지 않고 살아 있는 역사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참전용사의 후손으로서 더 많은 나라에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역사에 대해 알리고 싶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유엔참전용사 후손 교류캠프



올해 14회째, 18개국 140여명 참여
代이어 참전국 인연 이어가
유엔참전용사 후손 교류캠프는 유엔참전용사들의 희생을 통해 맺어진 참전국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2009년 시작돼 올해 14년째를 맞았다.
캠프 참가자는 유엔참전국 22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뉴질랜드, 에티오피아,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룩셈부르크,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참전용사 후손으로 대학교(대학원) 재학 중이거나 입학 승인을 받고 대기 중인 학생이 대상이다.
올해는 ‘자유를 향해 걸어온 여정,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주제로 국내외 대학에 재학 중인 유엔참전용사의 후손과 한국 대학생 등 18개국 140여 명이 참여했다.
6월 22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캠프 참가자들은 23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주한유엔군사령부의 안내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했다. 24일에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6·25전쟁 당시 유엔군 전사자들에게 헌화·참배했다. 25일에는 6·25전쟁 제73주년 정부 주관 행사에도 참석했다. 26일에는 부산 유엔기념공원과 유엔평화기념관을 돌아봤다.
캠프 일정 중 전쟁기념관과 유엔기념공원에서 시민 인터뷰, 참전시설 찾아가기 등의 조별 임무를 수행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증·공유하며 자유·연대의 이야기를 사회관계망에 전파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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