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이제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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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선 전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
지난 7월 19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공군 제3훈련비행단 사이의 해안도로에는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갓길에 주차하고 몇 시간 후에 있을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3시 40분경 FA-50 3대가 먼저 이륙하고 이어서 대한민국이 최초로 만든 다목적 초음속 전투기 KF-21이 활주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렁찬 소리와 함께 이륙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과 KAI 2000여 명 기술자들의 감탄 어린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륙한 KF-21는 33분의 비행을 끝내고 착륙함으로써 무사히 최초 비행을 마쳤다. 이 33분의 드라마는 대한민국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순간이었으며, 대한민국이 세계 항공우주산업의 선두 그룹(Top Tier)으로 도약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KF-21의 굴곡진 개발과정
한국형전투기 KF-21 개발사업은 공군이 장기간 운영해온 F-4와 F-5 전투기 전력을 대체하고 미래전장 운영개념에 적합한 성능을 보유하여 공군의 기반전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목적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그 성능은 4세대 전투기인 KF-16의 기동성능과 대등하되 항공전자장비는 더 우수한 4.5세대 전투기 성능을 목표로 한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공사 졸업식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는 최신예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천명함에 따라 2002년 합참은 한국형전투기 개발소요를 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사업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국내 보유기술 부족, 개발비용 과다, 수출 경쟁력 부족, 엔진 개수 등 개발형상에 대한 이견 등의 이유로 네 번의 사업분석을 반복하게 된다. 마침내 네 번째 분석에서 ‘국내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고 2011년부터 2012년 전반기까지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탐색개발을 진행한다.
그러나 탐색개발 종료 후 국회를 비롯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사업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다시 제기하면서 3회에 걸친 사업타당성 분석을 추가로 진행하여 지난 2014년 9월, ‘선진항공업체의 기술이전’, ‘제3국(인도네시아)의 투자참여’ 등의 확보를 조건으로 사업타당성 합격 판정을 받게 된다.
이렇게 사업이 잠시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2015년 개발업체 선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던 중 미국으로부터 4개 주요 항공전자장비의 기술이전이 무산됐다는 사실이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고, 이에 국회 국방위원회 주관으로 토론 및 대책을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4개 항공전자 장비들을 국내에서 자체개발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2015년 12월말 방위사업청과 KAI간 ‘한국형전투기 체계개발사업’에 대한 계약이 체결된다.
이처럼 KF-21의 개발은 시작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6년 개발착수부터 현재까지도 KF-21 개발 성공에 의구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다수 있다. 이제 KF-21이 실제로 날았으니 이런 문제 제기는 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문제제기 배경에는 전투기와 같은 복잡한 체계개발에 대한 이해도 부족, 개발실패시 8조 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헛되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KF-21의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 등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형전투기 KF-21이 지난 19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첫 이륙을 하고 있다.(사진=방위사업청) |
KF-21 개발 성공의 의미
KF-21은 이제 첫 시험비행을 했으므로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공할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첫째, 대한민국 공군은 독자적인 전투기 플랫폼을 갖게 된다. 이는 공군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능을 개량할 수 있고, 원하는 무기·장비를 개발 또는 구매하여 스스로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의 플랫폼(예: F-15, 16, 35 등)으로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승인과 함께 상대적으로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이 소요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
둘째, 국내 개발 국산 전투기이므로 부품단종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원활한 후속군수지원이 가능해져서 높은 작전 가동률 유지와 경제적 전력운용이 가능해진다. KF-21의 국산화 목표율은 양산 단가 대비 65%이며 현재는 이를 더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산화는 생산 및 군수지원에 지불되는 많은 비용이 우리 국내 방산업체에게 돌아가게 됨을 의미한다.
셋째, KF-21의 개발 및 생산은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활성화시켜서 국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상승시켜준다. 방위사업청 조사결과, 2016~ 2020년까지 1만개 이상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2조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국내 업체들에게로 투자되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양산시 생산유발효과 24조, 부가가치 유발효과 5조 9000억원, 취업 유발효과는 11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넷째, 국내 방위산업 항공분야 수출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온다. KF-21 이전의 항공분야 방산수출은 KT-1, T·FA-50 등의 완제기를 수출하는 것이었다. KF-21 이후 수출은 완제기 수출뿐만 아니라 독자개발 경험으로 체득한 체계통합기술을 활용해 국산 장비·무기 또는 고객이 원하는 장비·무기를 체계통합한 고객 맞춤형 수출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 수출된 FA-50에 국내개발 AESA 레이다와 같은 첨단장비를 장착하는 등의 성능개량도 해줄 수 있다. 심지어 다른 나라 개발 전투기 플랫폼에 국산 무기·장비를 체계통합하는 등의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KF-21에 바란다
KF-21은 향후 2000여 회의 시험비행을 거쳐서 2026년까지 공대공능력 개발 및 검증, 공대지·해 능력 개발, 2026~2028년까지 공대지·해 능력 검증을 끝으로 개발이 완료된다. 그리고 2026년부터 공대공능력을 갖춘 KF-21 40대를 공군에 우선 인도하여 전력화할 예정이다. 이어서 2028년부터는 공대공, 공대지·해 능력을 모두 갖춘 80대를 인도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이미 전력화된 40대 역시 공대지·해 능력도 갖추게 될 것이다.
나는 KF-21 개발계획 수립과 개발착수부터 금년 1월까지 이 개발사업의 책임자로서 업무를 수행했다. 이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개발을 지켜보고 있다. 국방사업관리의 전문가로서, 공군 예비역 조종사의 한 사람으로서, 항공력 발전에 관심이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군과 KF-21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몇 마디 당부를 하고 싶다.
이제 첫 비행 성공에 너무 들떠있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껏 했던 것처럼 KF-21 개발 성공에 전력투구하자. 그리고 완벽히 성공하자. 한편으로 지금부터는 미래를 위해 KF-21의 발전된 형상을 정립하고 현재 개발과 병행하여 미래 적용할 첨단기술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KF-21 스텔스화, 전자전기·함재기, 유무인복합체계로 전환 등 KF-21 작전성능을 4.5세대로 결정한 것처럼 우리 능력을 최대한 창의적으로 적용하여 KF-21을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전투기로 변환시켜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을 이제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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