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수영교육 사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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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교육은 필수인가? 선택인가?
힘든 몸을 이끌고 100m 자유형을 겨우 했다. 앞서 ‘1m 점프대에서 세 걸음 뛰어 머리로 입수하기’, ‘20m 잠영하기’, ‘자유형과 평영 각각 25m씩 수영하기’ 등의 실기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팔과 다리에 힘이 없었다.자유형 100m를 겨우 완주했으나 합격기준 기록인 1분 48초 안에 들어오지 못해 불합격하였고, 3주 후 재시험을 보고 나서야 합격할 수 있었다. 이는 필자가 1996년 2월 독일체육대학교 입학 실기시험을 보던 경험이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름대로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시험에 임했는데, 아침 7시 30분부터 보는 실기시험은 너무 힘들었다. 입학 실기시험을 보면서 느낀 점은 독일 학생들은 체력이 좋고, 수영을 너무 잘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수영시험 덕분인지, 학부 수영 실기수업은 거의 선수급이었다. 독일체육대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응급처치 강의를 들어야 하며, 수상인명구조자격증을 소유 해야 한다. 수상인명구조 강의를 수강했는데 매주 조금 연습하고 시험을 보았다. 함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체력과 수영 실력이 좋아서 모든 시험들을 쉽게 합격했다. 그리고 학기 말에 독일인명구조협회(Deutsche Lebens-Rettungs-Gesellschaft/DLRG)의 수상인명구조자격증 실버를 받았다. 이 친구들이 멋진 폼으로 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깊은 물에서 오랫동안 수영할 수 있는 체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늘 궁금했었다. 독일인들은 어떠한 수영교육을 받기에 수영을 잘할까?
우리나라의 수영교육은 1차 체육과 교육과정부터 2015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까지 교육내용으로 꾸준히 언급되었다. 그러나 수영교육이 실질적으로 잘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존수영교육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주된 현안이 되었으며,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 후 점차적으로 초등학교 전학년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생존수영교육에 대한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기술(Life Skill)들을 습득한다. 그중 하나가 수중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생존수영능력이다. 특히, 삼면이 바다이며 강과 계곡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가진 우리나라에서의 수영능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 능력이다. 또한 육상, 체조, 수영은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신체활동으로서 학생들이 배워야 할 필수 내용들이다. 독일 역시 이러한 수영능력에 대하여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독일은 체육수업에서 필수로 수영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단계별 수영능력을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3m 깊이와 50m 길이의 수영장뿐만 아니라 호수와 강에서도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다. 과연 독일의 수영교육은 어떻게 실행되고 있을까? 크게 체육수업에서의 수영교육과 수영교육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체육수업에서 수영은 필수
독일에서 체육수업은 매우 중요한 과목이며, 학생들의 스포츠활동을 보장하는 과목이다. 특히 체육과 교육과정 내용 요소 중에 수영이 명시되어 있으며, 중학교 9학년까지 필수로 수영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의 체육과 교육과정을 보면, 내용 요소로 ‘수중에서의 움직임’이 명시되어 있다. 초등학교 수영교육은 학생들이 수중에서의 기본 움직임 습득 및 수영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느 정도 수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수영 영법을 잘하는 것보다 깊은 물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초등학생들은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배우고 역량을 갖추게 된다.
체육수업에서 실행되는 수영수업은 주로 담임교사, 체육교사 등 교사가 가르치며 필요에 따라서 수영강사 및 학부모가 수업보조 역할을 한다. 주로 수심 1.3m~4m의 수영장에서 수영수업이 진행된다. 수업내용은 물에 적응하기부터 시작하며, 영법은 평영부터 배운다. 수영장이 있는 초등학교는 교내수영장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수영장이 없는 학교는 버스를 타고 인근 공공수영장으로 이동하여 수업한다.
학교체육정책 사업 ‘수영증진’
독일 스포츠정책 및 학계에서는 청소년들의 수영 실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걱정하고 있다. 특히, 소위 요즘 청소년들은 트로피칼 아일랜드(Tropical Islands), 갤럭시 에르딩(Galaxy Erding), 바데파라다이스 검은 숲 (Badeparadies Schwarzwald), 유로파 파크(Europa Park) 등과 같은 워터파크에서 유희적인 물놀이를 즐기는 것을 선호하며, 생존과 직결된 수영능력을 기르는 데 소홀히 하고 있다는 염려이다. 수영교육은 체육정책분야의 주요 현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수영증진(Schwimmförderung)’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https://www.schulsport-nrw.de/schwimmfoerderung.html). 정책 사업으로 ‘학교수영자격증(Schulschwimmpass)’, ‘학교수영 주간(Schulschwimmwoche)’,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수영할 수 있다(Nordrhein-Westfalen kann schwimmen)-수영 방학프로그램(Schwimmen lernen in den Ferien und in der Freizeit)’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사업에서 제공되는 수업들은 체육수업의 시수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수영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추가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학교수영자격증(Schulschwimmpass)’은 2017년 9월, 학생들의 수영 실력을 향상시키며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고자 만들어졌다. 학교수영자격증은 수영단계별로 성취기준을 정해서 점진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진하도록 고무한다. 자신의 수영 실력(수영단계)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떤 단계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학교수영자격증은 수준별 4단계로 이루어졌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학교수영 주간’은 일주일간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수영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에 있는 학교스포츠청의 학교스포츠위원회, 학교, 지역위원회, 지역수영장, 버스운송업체, 수영스포츠클럽 등이 함께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 학교수영 주간은 학교 수영교육 강화, 학생의 수영능력 증진, 학교에서의 움직임과 건강증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모든 유형의 학교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최소 실행하기 2주 전에 학교스포츠청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영수업 진행을 마치고 결과보고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수영수업은 학급별로 진행되지만, 필요에 따라서 수준별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할 수도 있다. 주로 체육교사 및 수영교사가 수영수업을 지도하며, 자격을 갖춘 사람이 수영보조강사로 지원한다. 학교수영 주간에는 집중적이고 효과적인 수영교육을 위해서 수영수업을 5일 연속으로 총 5차시를 진행해야 하며, 1일 1차시로 진행해야 한다. 재정적 지원은 수영그룹 수에 따라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학교 학급 및 학생 수에 따라 지원한다. 20명 이상의 학생 수가 참여하는 학급당 각 120유로(176,400원)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대략 학생 1인당 6유로(8,820원)이다. 지원금은 수영수업 보조강사비, 수영장 이용료, 교통비로 사용되며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 이 수영수업은 우리나라 초등학교 생존수영교육과 유사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우선 수영수업을 체육교사 및 수영교사가 지도하며, 필요에 따라서 수영보조강사가 지원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수영수업을 일주일간 매일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수영할 수 있다(NRW kann schwimmen)-수영 방학프로그램(Schwimmen lernen in den Ferien und in der Freizeit)’은 안전하게 수영할 수 없는 초등학교 1~6학년을 대상으로 실행되는 수영교육정책이다. 즉, 수영을 잘 못하는 학생들이 방학 또는 여가시간에 참여해서 개인의 수영 실력을 증진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교육부, 스포츠청, 자원봉사부, 안전 사고공제회, AOK 보험회사, 체육회 등이 함께 협력하여 추진되고 있다. 시·군·구체육회와 수영 스포츠클럽이 수영 방학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연휴 또는 방학에 총 10차시(10일)가 제공되며, 하루에 1차시 45분 수업으로 진행된다. 즉, 방학 때는 일주일에 5차시, 총 2주 동안 진행된다. 예외로 60분씩 8회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참여자 수는 각 프로그램에 최소 8명~12명이 참여해야 한다. 각 수영수업은 350유로(514,500원)를 지원받는다. 참여자가 지불해야 하는 수업료는 최대 10유로를 넘을 수 없다. 초등학생들은 1회당 1유로(1,470원)를 지불하고 수영 방학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수영능력을 향상시킨다. 프로그램 전과 후에 수영시험을 시행해야 하며, 프로그램 종료 후 2주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책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재정적 지원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수영 방학프로그램의 특징은 학생들이 저렴하게 수영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있다는 것이다. 수영 방학프로그램은 2009~2011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였으며, 2022년에는 43개 도시에서 총 730개의 프로그램이 제공되었다.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체육회뿐만 아니라 주청 관계부서, 안전사고공제회, 보험회사가 함께 예산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학생들이 수영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위해 관련 부처들이 협력해서 추진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우리나라 수영교육의 과제
독일에서 체육수업의 입지는 확고하다. 수영수업 역시 중요한 내용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독일에서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수영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영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두 가지 제안을 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수영자격증 또는 수영인증제를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계열성 있는 수영수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국기원의 태권도 품과 단처럼 말이다. 흔히 태권도 단수를 말하면 대략 그 사람의 태권도 실력을 파악할 수 있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수영자격증에 따라 그 학생이 수영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또는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영교육 관련 유관기관들의 재정지원이 요구된다. 학생들의 수영능력은 생존과 직결된다. 학생들이 수영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영교육이 필요하며,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수영교육을 위해서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시도체육회, 학교안전사고공제회, 보험회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영 관련 협회 등이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한다면 대한민국의 수영교육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 기대된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31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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