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정보 공포감이 어민 다 죽여 바다는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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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피해” 호소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김대성 회장
“우리 수산물 깨끗하고 안전합니다. 어민들 살려주십시오.”
7월 10일 부산역 광장에서 일제히 큰절을 올리는 2000명의 사람들에게서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들은 10톤 미만 연안어선으로 고기를 잡는 어민들이 모여 만든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어업인연합회) 회원들이다. 작은 어선으로 연안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만큼 각각의 어업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의 ‘등록어선통계’를 보면 2021년을 기준으로 등록된 어선 총 6만 5000여 척 중 연안어업에 종사하는 어선이 3만7000여 척으로 절반이 넘는다.
어업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연안어업인들은 요즘 코로나19 때보다 더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난무하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가 우리 바다와 수산물에 끼치는 영향이 없다고 말해도, 심지어 아직 오염수가 방류되지도 않았음에도 수산물 소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급기야 어업인들이 부산역 광장에 모여들었다. ‘우리 수산물 소비 촉진 어민 호소대회’를 열고 국민에게 안심하고 우리 수산물을 먹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들은 “국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대성 어업인연합회장은 “왜곡되고 잘못된 정보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어민”이라고 말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수산물을 찾는 국민들의 손길이 딱 끊겼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남 남해에서 생업을 뒤로한 채 상경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바다를 잘 아는 어업인들이 장담할 수 있다”며 “우리 바다와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이후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나?
평소의 수입을 100이라고 하면 지금은 20~30 정도다. 차라리 코로나19 때가 나을 정도다. 그때는 모임 인원이 제한됐을 뿐 수산물에 대한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산물 자체를 꺼린다. 어종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물고기가 팔리지 않는다.
특히 연안어업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는 이유가 있나?
대부분의 연안어업인은 어업을 하면서 횟집을 함께 운영한다. 횟집과 이름이 같은 어선에서 직접 고기를 잡아 올려 식당에서 판매하는 식이다. 남편이 어업을 하면 부인이 회를 뜬다. 그러니 연안어업인들에게는 여름이 제철이다. 휴가철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찾는 많은 관광객이 횟집에 들러 물고기를 먹곤 한다. 그런데 이 발길이 뚝 끊겼다.
큰 규모의 어업은 계산이 가능하다. 수입을 예측할 수 있고 조업을 계획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영세한 어업인은 며칠만 쉬어도 가계에 영향이 간다. 그러니 지금은 전에 없던 위기상황이다. 고기를 못 잡아서가 아니라 고기를 사는 사람이 없어서 손을 놓아야 한다. 벌써 빚을 쌓아가고 있다는 어업인도 있다.
아직 방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왜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었을까?
우리는 예전부터 먹거리 안전 문제에 민감하다. 그래서 거짓 정보로 공포감을 조성하면 쉽게 휩쓸린다. 거짓 정보임을 알아도 ‘왠지 꺼림칙하다’거나 공포감이 들면 좀처럼 찾지 않는다. 지금은 공포감 때문에 수산물을 멀리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 공포감이 길게 갈 것 같다는 우려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어떤 전문가는 방류된 오염수가 몇 개월만에 우리 해역에 닿는다고 말한다. 잘못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말을 믿고 몇 개월 후에도 계속해 수산물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 수산물은 안전한가?
나는 바다에서 45년 동안 고기를 잡았다. 바다와 물고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최근에 접한 거짓 정보 중 하나는 후쿠시마 연안의 우럭이 우리 바다에서 잡히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45년이 지나도록 단 한번도 일본의 물고기를 잡아본 적도 없고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바다를 알기 때문이다. 우선 해류를 안다. 태평양 해류는 시계 방향으로 돈다. 맨 먼저 필리핀 해역에서 생겨나 일본으로 북상했다가 태평양으로 빠진다. 이 물의 속도가 매우 빠른데 캐나다, 미국 서부 연안에 먼저 다다른다. 그 다음에 하와이로 갔다가 적도로 간다. 여기서 바닷물은 수평으로 흐른다. 우리 바다에 오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흐름을 알면 방류수가 우리 해역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도 전에 흩어질 것이라는 점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일부의 주장대로 후쿠시마 방류수가 곧바로 우리 바다에 영향을 주려면 지구가 반대로 돌아야 한다.
물고기도 잘 안다. 물고기는 수온에 매우 민감하다. 서식지를 벗어나 해류를 뚫고 이동하는 물고기는 없다. 아닌 말로 일본 후쿠시마의 물고기가 한국에 놀러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바다가 마치 터널로 연결된 것처럼 “후쿠시마의 물이 우리 바다에 곧바로 다다를 것이다”, “일본 물고기가 한국에서 잡힐 것이다” 말하고 있다. 심지어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도 우리 바다에 끼친 영향은 없었다.
앞으로도 영향이 없을까?
없다. 심지어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가 방류됐을 때도 영향이 없었는데 처리된 오염수를 희석해서 방류하는데 영향이 있을 리가 없다. 바다에서 난 것을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은 우리 어업인들이다. 바다가 오염된다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 우리가 말한다. 안심해도 좋다.
어업인들이 한데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연안어업인들은 모두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위해 나서서 주장을 펼칠 이유도 없다. 목소리도 작고 권력도 없다. 그러나 지금 정말로 잘못된 소문 때문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의 생계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거짓 정보를 믿는 사람에게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바다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알려줘야 했다. 거짓 정보를 믿지 않지만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바다를 가까이 하는 우리가 말해야 했다. 모두가 큰절을 올린 것은 근거 없는 공포감 때문에 발길을 끊지 말고 부디 예전처럼 찾아와주십사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우리 수산물 안전 확인하려면
누리집 ‘해양·수산물방사능안전정보’
관련기관 검사 결과 투명 공개
우리 수산물은 엄격하고 투명한 관리 체계를 통해 안전하게 생산·유통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기관들이 실시하는 방사능 검사와 안전 관리 체계는 모두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결과는 ‘해양·수산물방사능안전정보’(mof.go.kr/oceansafet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 생산된 수산물 3만여 건, 유통된 수산물 4만 6000여 건 등 총 7만 6000여 건에 대해 방사능 검사가 이뤄졌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앞으로 수산물 안전 관리는 더욱 꼼꼼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생산단계 방사능 검사 장비를 현재 29대에서 64대로 크게 늘리고 2022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검사를 실시한다.
문제 있는 일본산 수산물은 수입되지 않는다.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는 계속된다. 이외 지역 수산물은 수입되지만 식약처에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이 전체 수입 수산물 중 차지하는 비율은 약 2%에 그친다. 이외에도 수산물에 대해서 유통이력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유통 이력을 쉽게 추적할 수 있다.
원산지표시제도에 대한 철저한 단속도 이뤄지고 있다. 해수부는 5월부터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유통한 업체 2만여 곳을 전수조사해 원산지표시제도를 위반한 업체 158곳을 적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강도 원산지 점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수입 수산물 취급업체를 최소 3번 이상 방문하는 등 가용인력을 총동원해서 점검이 이뤄진다.
최근에는 수산물안전 국민소통단이 조직되고 국민신청 방사능 검사제도도 신설되면서 국민이 직접 식탁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국민신청 방사능 검사제도 누리집(seafoodsafety.kr)을 통해 원하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 검사 결과는 모두 누리집에 공개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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