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아, 엄마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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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과 이제껏 100번이 넘는 여행을 했다. 물론 그 아이들이 여행을 온전히 즐긴 적은 사실 거의 없다. 갖고 간 게임기만 죽어라 들여다봐 집어던진 게임기만 몇 개인지 모른다. 경치 좋은 곳을 가도 시큰둥, 차에서 내려 경치 좀 보라고 해도 “뭐, 그냥… 산이네? 바다네?” 하고 끝이었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학벌은 입사할 때나 필요하지 그 후론 서로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 궁금하지도 않다.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 아이들에게도 100점을 맞고 최고의 학교를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다. 다만 엄마는 너희가 무엇을 선택하든 무조건 지지하겠노라고 했다.
큰아들이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내게 면담을 요청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했다. 내심 놀랐으나 평소 늘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말해 왔으니 “너의 선택을 지지한다. 다만 일주일만 더 고민해보라”고 했다. 아들은 사흘 만에 고민을 끝내고 미국 유학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음… 돈이 없는데 어떡하지? 고민은 내 몫이었다.
지금 미국 뉴욕에 있는 두 아들은 비싼 ‘엄마 장학금’을 받으며 열심히 자기 길을 가고 있다. 시간만 나면 뉴욕의 미술관과 뮤지컬, 건축물을 보러 다니고 트렌디한 공간을 찾아다닌다. 자기들끼리 여행을 다녀도 공원, 시장, 박물관, 미술관에 다니는 걸 보며 자식 교육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란 걸 느낀다. 어릴 적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데리고 공연, 전시 찾아다니고 같이 여행 다닌 게 헛짓은 아니었구나 싶다.
두 아들의 꿈은 수시로 바뀌었다. 큰아이는 경제, 작은아이는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데 큰아들은 야망이 좀 큰 편이고 작은아들은 반바지 입고 지중해 바닷가 마을에서 어슬렁거리며 놀고먹는 게 꿈이란다.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아직 모르나 보다.
공부는 결국 세상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하는 건데 다들 공부가 지상 목표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또 공부는 하나의 재능일 뿐 분명 다른 재능도 있을 터인데 공부만 강요하다 부모와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종종 보지 않는가.
은퇴하면 놀아야지? 아이들 대학 가면 놀아야지? 아니다. 노는 것도 몸에 배지 않으면 못 논다. 잘 놀아야 행복한데 노는 방법을 평생 배우지 않았으니 놀 줄 모른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노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노는 법은 세상에 있다. 등수에 있지 않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누가 가장 행복할까 생각해보면 결코 돈 많은 사람, 학벌 좋은 사람, 출세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천성대로 사는 사람, 잘 노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 아이가 스스로 천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게 부모의 역할 아닐까?
윤영미
S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캐스터다. 현재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산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주 무모한집을 소개하며 뉴미디어를 향해 순항 중인 열정의 소유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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