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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과 듣는 것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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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수많은 생물 중에서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키고 지배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꿈꿀 수 있는 능력, 바로 ‘상상력’인 듯싶다. 어쩌면 우리의 역사는 상상하던 것을 현실로 이루고자 노력한 치열한 생각과 욕망의 역사라 말할 수 있겠다. 

인간의 상상력은 유추적 사고와 순간의 영감 등에 의해 떠오르지만 그것의 실현은 우리의 시선과 손발, 목소리에 의해 발현 되고 있다. 

고대 라스코동굴의 벽화에서부터 현대 전위미술에 이르기까지 예술은 그것이 가지는 목적성이 있다. 

그것이 어떠한 목적을 가지지 않는 무작위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도 ‘무작위’라는 목적성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표현에 대한 원초적 욕구는 타고 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눈을 뜨지 못하고 손발로 무언가를 표현하기 어려운 유아기 때의 표현수단은 무엇이었을까. 그 시절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목소리, 즉 ‘소리’였을 것이다. 

소리는 우리가 무언가를 손발로 표현하고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원초적이며 즉각적인 표현수단으로 우리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소리의 역사는 19세기에나 와서 기록되기 시작되었지만 어쩌면 그림의 역사보다 오래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소리가 하나의 ‘싸인(sign)’이 되고 단순한 여러 음절들이 모여 의미가 부여될 때  소리의 언어기능은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언어로서의 기능, 그것은 의미전달과 의사소통을 뜻하는 것으로 리듬을 포함한 소리 즉 ‘음악’ 역시 의미를 전달 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다.

모차르트는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되었다고 말했지만, 좀더 넓은 의미에서 언어의 탄생은 곧 음악의 탄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음악은 어떠한 방식으로 발전되어 왔을까.

인류는 언어적 특성을 가진 음악의 수월한 의미전달을 위해 시각적 요소와의 결합을 택하였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의 만남,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시작한 장르의 역사는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살펴본다. 

지난 5월 18일 오후 대구 북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연극

의미 전달을 위한 모든 시각과 청각의 만남은 연극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연극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에서 찾을 수 있는데, 기원전 500년경쯤 기록으로 아테네의 대(大) 디오니시아 제전 때 상연된 비극들이 그것이다. 

초기 연극은 오이디푸스나 프로메테우스 등 주로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공동체의 평화와 안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연극은 보통 하루 이내의 시간과 사건, 장소가 일치하는 삼일치의 법칙을 다루고 있으며 배우 한 명이 여러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다면극이 주로 성행하였다. 

이러한 특징들은 현대의 연극의 수업방식으로 종종 쓰이기도 하는데, 고대 연극의 특징을 살펴보면 몇몇 용어의 기원을 통해 그것이 음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후렴구나 합창단을 뜻하는 ‘코러스(chorus)’와 관현악단을 뜻하는 ‘오케스트라(orchestra)’다. 

먼저 코러스의 기원은 둥글게 추는 원형 무 또는 원형 무를 추는 곳을 뜻하는 그리스 단어 ‘khoros’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고대 연극에서 코러스는 주로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고 관객과도 소통하며,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함께하는 집단을 뜻하였는데, 그들은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하고 클라이맥스를 유도하기도 하였으며 극적인 반전에도 종종 등장했다. 

이는 한두 명의 주인공만 등장하는 고대 연극의 특성상 극의 단조로움을 보완해 주는 중요한 역할이라 볼 수 있다.

현대에 관현악단을 뜻하는 오케스트라 또한 그 기원을 고대 연극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극장은 언덕을 이용한 노천 원형극장 이였는데 무대와 관객 사이의 공터 또는 배우가 나오는 곳(skene)과 원형 제단(thymele) 사이의 빈 공간을 그리스어 ‘오르케스트라(orkhestra)’라고 불렀다. 

오케스트라(orchestra)는 바로 이 오르케스트라에서 유래되었는데, 고대연극에서 공터로 활용된 오르케스트라는 무용수들이 나와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던 장소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16세기 오페라의 등장과 함께 반주를 담당하는 음악가들을 모아두는 장소를 ‘오케스트라(orchestra)’로 부르게 되면서 이후 오페라무대 아래 반주를 하는 관현악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발전되었다.

◆ 오페라

연극에서 보여지는 시각과 청각의 만남이 보다 음악적으로 발전된 장르를 우리는 오페라라고 부른다. 흔히 오페라를 성악과 기악의 만남이라고 부르지만 넓은 의미로는 발달된 연극과 음악의 만남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오페라는 연극처럼 무대 위에서 의상을 입고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연극과 동일 하지만 대사의 대부분을 노래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연극과의 차이점이 있다. 

오페라(opera)의 어원은 작품을 뜻하는 ‘opus’의 복수형에서 유래되었다. 바로크시대와 함께 시작된 오페라는 당시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발생되었다. 

총체적 예술형태인 오페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문학과 연극, 무용, 미술 등 모든 예술분야들을 망라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오페라의 기원은 16세기 말 이탈리아의 작곡가 페리(Jaccop Peri)의 작품 <다프네(Dafne)>를 최초의 오페라로 보고 있는데 아쉽게도 작품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이후 작곡된 <에우리디체(Euridece)>를 현존 최초의 오페라로 보고 있다. 

초기 바로크 시대 귀족들은 궁전에 모여 예술을 논하는 ‘카메라타(Camerata)’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였는데, 카메라타에 모인 학자와 예술가들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으며 이후 이것이 오페라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피렌체에서 탄생된 오페라는 17세기 후반 베니스와 나폴리에서 더욱 발전하였고 이후 북상하여 프랑스, 오스트리아, 영국으로 퍼져나갔다. 

독일의 바그너(R.Wagner)와 이탈리아의 베르디(G.Verdi)와 푸치니(Puccini)를 정점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오페라는 20세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오페라 작품 이후로 다양한 현대적 악기와 음악적 장르, 무대를 접목한 뮤지컬에 대중적 인기를 내어주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적 오페라라 할 수 있는 뮤지컬 또한 훨씬 다양한 시청각적 정보를 보여주는 20세기 영화산업에 왕좌를 내주게 된다.

◆ 영화

20세기 필름산업의 발전은 단순히 무대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었던 제약적인 사고방식의 틀을 무궁무진한 스크린으로 전환시켜 사고의 확장을 이끌어 내었다. 

우리는 그 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여러 장소와 사건, 미래와 과거의 모습 등 그동안 무대(stage)라는 장소에 국한되어 제한 받았던 모든 상상력을 스크린을 통해 쏟아내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각적 요소만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청각적 요소는 때때로 시각적 요소보다 의미전달에 있어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초기 무성영화조차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변사(narrator)라든지 극장의 상주 오르가니스트 등 영화의 의미전달을 수월하게 해주는 역할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청각적 요소는 단순한 정보전달 이상의 수월한 의미전달을 이끌어 내어 정서적인 공감을 만들어 준다. 

영화에서 음악을 포함한 음향적 요소는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이며 혹자는 20~21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을 영화음악이라고 꼽기도 한다.

세계적 거장인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은 제대로 된 음악이 없다면 영화는 물거품에 불과하다고 까지 말하였다. 

영화에서 음악은 복선의 암시, 주인공과 배우들의 감정선, 심리변화 등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밖에 주변소리와 배경음을 통해 분위기를 나타내주기도 한다. 

영화음악의 역사는 무성영화시대 19세기 프랑스의 천재 음악가 생상(Saint-Saens)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08년 설립된 프랑스의 영화사 필름 다르(Film D’art)의 첫 작품인 무성영화 <기즈공의 암살>의 영화음악이 생상의 작품이다. 

이후 영화산업은 20세기초, 전쟁으로 정신 없던 유럽에서 미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었으며 유럽에서 망명한 훌륭한 음악가들이 영화음악가로도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물론 미국 출신의 조지 거쉬윈(George Gershwin)도 영화음악가로 명성을 떨쳤지만, 유럽에서 건너온 막스 스타이너(Max Steiner)와 볼프강 코른골드(E.W.Korngold) 또한 초창기 영화음악가로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클래식음악에 기반을 두었던 영화음악은 이후 다양한 장르와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며 발전해오고 있다.

◆ Coda

음악은 의미전달과 같은 언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류는 음악의 수월한 의미전달을 위해 시각적 요소와 결합을 택했으며 연극, 오페라, 뮤지컬, 영화를 통해 역사적으로 발전되었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의 만남, 그것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었고 실현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언어적 요소와 밀접히 연관돼있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요한 게오르크 하만(Johann Georg Hamann)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언어 없이는 이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고, 이성 없이는 종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우리 본성의 근본인 이 세가지가 없다면 정신도, 사회적 결속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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