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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국가에 영감을 받은 여술가들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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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여행의 역사와도 같다. 고대부터 유목생활을 하며 수렵과 채취의 시대를 살아온 인류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과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후 안정된 농경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그 불안감은 줄어들었을지 모르나 이국적이며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현대의 우리에게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대 별을 보며 여행하던 사람들이 중세에는 지도와 나침반을, 현대에는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며 여행하고 있다.

점점 수월해지는 여행과 함께 여행의 목적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고대에는 수렵채집, 중세 길드사회에서는 타지역 장인의 기술을 배우는 수행의 과정, 현대에는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가 크다.

예술가에게도 여행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많은 예술가들이 여행을 통해 얻은 에너지와 영감을 통해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일례로 반 고흐가 아를(Arles)을 여행하지 않았다면, 고갱이 타히티를 가지 않았다면,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과 생명력 넘치는 화려한 색채는 우리 곁에 없었을 것이다.

음악가의 아름다운 곡들도 여행을 통해 종종 탄생되었는데, 어떤 도시와 국가가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는지 살펴 보도록 하자.

관람객들이 디지털로 재구성된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하이든 : 런던

지금도 런던은 세계적인 도시로써 문화와 역사가 혼재되어 있다. 18세기 후반 런던은 급속한 산업혁명과 셰익스피어 이후 연극과 공연의 중심지로 많은 예술가들이 꿈을 쫓아오는 도시였다.

합스부르가 에스터하지 가문의 후원을 받고 있던 당대 최고의 음악가 하이든에게도 런던은 그 동안 접하지 못했던 활기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30년간 봉직하던 에스터하지 가문의 후작이 사망하자 자유로워진 하이든은 바이올리스트이자 공연기획자인 잘로몬(Johann Peter Salomon)으로부터 런던 공연을 제안 받고 런던으로 향한다.

두 번에 걸친 런던여행은 대성공이었고 잘로몬으로부터 요청 받아 작곡한 12개의 교향곡은 잘로몬 교향곡 또는 런던교향곡으로 불리며 하이든 교향곡의 정수가 되었다.

작품번호 93번부터 104번까지를 잘로몬 교향곡으로 명칭하는데 놀람 교향곡, 시계교향곡, 군대교향곡, 드럼롤 교향곡, 런던교향곡 등이 포함되어있다. 당시 급부상하던 부르주아 계급의 취향에 맞게 세련된 구성의 특징이 작품 속에 잘 나타나있다.

◆ 멘델스존 : 이탈리아

북유럽의 다빈치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로부터 헨델과 모차르트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꿈을 쫓아 여행하고 영감을 받아간 곳, 그곳은 바로 이탈리아다.

낭만파의 시작을 알린 독일의 천재 음악가 멘델스존도 21살에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당시 유럽의 부유층들은 자녀가 성년이 되면 르네상스가 꽃피웠던 로마로 여행을 보내는 그랜드투어가 유행했다.

이탈리아를 그랜드투어를 하던 멘델스존은 그곳에서 티치아노(Vecellio Tiziano)등 위대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았고, 자신이 보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화려한 부와 역사 뒤 비참함과 가난함을 보았고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여행을 통해 성숙해진 그는 자신의 교향곡 4번에 <이탈리아(Italian)>라는 부제를 달았다.

로마에 머물 때 착수해서 만2년만에 완성된 교향곡 <이탈리아>는 1833년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1악장은 이탈리아 남부의 푸르고 상쾌한 바다와 하늘이 느껴지고 2악장은 나폴리의 종교행렬을 묘사했다.

3악장은 여행의 즐거움을 4악장은 이탈리아 무곡인 살타렐로(saltarello)와 타란텔라(Tarentelle)를 통해 이탈리아의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

◆ 드보르작 : 아메리카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세계’ 미국은 사실 유럽인의 관점에서 유래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 살던 인디언과 원주민에게 미국은 신세계가 아닌 그냥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체코의 국민 작곡가 드보르작은 50세가 넘어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내셔널 음악원의 원장이 된다. 19세기말 그가 발 디딜 무렵의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심한 사회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드보르작은 보수적인 클래식음악계의 사고를 벗어나 모든 인종의 미국인에게 입학을 허용했으며, 그의 조수로 흑인바리톤 가수를 고용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전통적인 음악인 인디언의 민요나 흑인들의 영가 등을 듣고 극찬했고, 그것이 진정한 미국의 음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 음악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자신의 작품에 접목하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와 현악사중주 곡인 <아메리카(American)>를 작곡했으며 이 작품들은 그의 대표곡이 됐다.

두 작품은 드보르작이 미국에 3년동안 머물 때 작곡되었으며 특히 사중주 곡 <아메리카>는 그가 휴가를 보내던 아이오와(Iowa)의 자연풍광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민악파인 그의 음악적 성향은 미국의 전통적인 음악스타일과 만나면서 독창적이며 개성 넘치는 명작을 만들어냈으며, 이후 영화나 CF에도 그의 음악적 모티브는 종종 차용되어 쓰이고 있다.  

◆ 생상 : 아프리카

세계최초의 영화음악 작곡가인 생상은 음악 외에도 심리학자이자, 지질학, 수학, 식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소유한 학자이자 다재 다능한 예술가였다.

그런 그가 또 하나 못 말리는 취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여행이었다.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과 호기심은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원동력 이였을 것이다.

아버지와 자식을 폐렴으로 잃은 생상은 자신도 폐렴에 대한 걱정을 많이했고, 추운 겨울이오면 유럽을 떠나 따뜻한 아프리카로 여행을 하곤 했다. 그가 사랑한 여행지는 이집트, 모로코, 그리고 알제리였는데, 알제리는 생상이 86세에 생을 마감한 곳이기도 하다.

그의 <아프리카 환상곡>은 피아노 협주곡으로 1891년에 완성된 곡이다. 아프리카 환상곡은 지중해를 끼고 프랑스령이었던 알제리와 모로코를 소재로 생상이 여행하면서 받았던 이국적이며 강렬한 에너지를 표현한 곡으로, 빠른 선율과 밝고 경쾌하며 즐거운 느낌을 준다.

1896년 그의 나이61세에 완성된 피아노 협주곡 5번도 아프리카를 소재로 작곡됐다. 작품의 부제는 <이집트인(Egyptian)>인데 1870년대부터 생상이 자주 여행하던 곳으로 룩소르의 신전마을에서 작곡했다.

작품은 마치 이집트의 풍경을 수채화로 그리고 있는듯하며 특히 2악장은 나일강의 뱃사공들이 부르는 <누비아의 사랑노래>를 모티브로 작곡됐다. 이외에 나일강의 개구리와 귀뚜라미, 배의 프로펠러 소리 등도 작품 속에 녹아서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 거슈윈 : 파리

재즈를 클래식음악에 접목해 20세기 미국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조지 거슈윈은 1928년 파리를 여행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유럽의 정통 클래식음악을 좀더 가다듬기 위해 라벨, 스트라빈스키, 뿔랑(Francis Poulenc) 등이 있는 파리로 떠난 것이다.

하지만 파리에서 라벨(Maurice Ravel)과 그에게 소개받은 나디아 불랑제(Nadia Boulanger)는 거슈윈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벨은 거슈윈에게 2류 라벨이 되지 말고, 1류 거슈윈이 되라며 자신을 따라 하기보다 개성을 살려 독자적인 음악가가 되기를 조언했다. 

작품 <파리의 미국인(An American in Paris)>은 거슈윈이 파리에 머물던 시절 착수되어 뉴욕 필을 지휘하던 담로쉬(Walter Damrosch)의 요청을 받아 1928년 겨울 초연됐다.

전체 3부분의 구성으로 첫 부분은 자동차를 피해 파리의 거리를 두리번거리는 미국인의 모습을 표현했고, 중간부분은 특유의 블루스적인 선율과 바이올린으로 로맨틱한 느낌을 주며 여유 있게 카페에 앉아있는 파리지엥과 경쾌한 느낌도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쾌활한 행진곡풍으로 앞부분 묘사된 자동차경적소리 와 미국인 특유의 낙천성을 표현하고 있는듯하다. 작품 <파리의 미국인>은 이전보다 휠씬 편성이 커지고 작곡기법적으로 세련된 교향시로, 그의 파리여행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투명한 바다로 사랑을 받고 있는 마나가하섬.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여행(Voyage)

이제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실망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어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만약 멀리 못 간다면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함께 마음의 밧줄을 풀고 항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 추천음반

하이든의 런던교향곡집은 요이겐 요훔(Eugen Jochum)과 원전에 충실한 로저 노링턴(Roger Norrington)의 음반을 추천한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는 솔티(G.Solti)가 지휘하는 시카고심포니, 가디너 (John Eliot Gardiner)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음반이 개인적으로 좋다.

드보르작의 심포니9번은 카라얀의 베를린 필과 솔티의 시카고심포니 모두 명연이다. 현악사중주 작품 은 클리블랜드 사중주단(Cleveland Quartet)의 연주를 권해본다.

생상의 아프리카 환상곡과 피아노협주곡 5번은 리히터(Sviatoslav Richter)와 장 이브 티보레(Jean-Yves Thibaudet)의 연주를 추천하겠다.

마지막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은 번스타인의 뉴욕 필 레코딩이 대표적이고,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과 피츠버그 심포니(Pittsburgh Symphony)또한 위트 넘치고 훌륭하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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