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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지금도 방사능 물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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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영향 무시해도 되는 수준”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말하다
‘당장은 알 수 없어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다’, ‘암을 유발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같은 문장은 당장 미간을 찌푸리게 만든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옹호하는 과학자에게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까지 듣고 나면 판단의 추는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 L-글루탐산나트륨, 흔히 MSG라고 불리는 식품첨가물에 대해 일부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오해다. 과학적으로 무해한 것으로 드러난 MSG에 대한 오해는 때때로 대상을 바꿔 반복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염수 방류 논란을 짚어보면 전문가 대다수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전 설계와 안전분야에 대해 손꼽히는 전문가인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마찬가지다. 출처가 불분명한 주장이 쏟아질수록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과학이다. 정용훈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정 교수는 “과학자는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이야기할 뿐”이라면서 “이 문제에서는 감정적인 접근이 아니라 과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처리된다. ALPS는 어떤 장치인가?
ALPS는 62종의 핵종을 제거할 수 있는 장치다. 여러 단의 필터로 구성돼 있는데 일종의 정수기라고 보면 된다. 핵종의 화학적 성질에 따라 침전시킬 수 있는 것은 침전시키고 이온교환수지 필터로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잡아내 다단계로 오염수를 걸러낸다.
이렇게 처리된 처리수의 방류 기준은 엄격하다. 핵종별로 법적 규제 농도가 정해져 있고 측정된 농도와 규제 농도의 비를 합해 1이 넘지 않을 경우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분류한다.

ALPS 필터의 성능이 좋지 않아 오염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면 다시 반복 여과한다. 처리수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처리 과정이 반복된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된 130만 톤의 처리수 중 30% 정도가 방류 기준을 만족하고 있고 70%는 이에 미치지 못해 추가적인 ALPS 처리를 거칠 것이다.
단 삼중수소는 필터로 잘 걸러지지 않는다. 물에서 물을 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어떻게 물 형태로 존재하나?
삼중수소는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로 화학적으로는 수소와 동일하지만 물리적으로는 3배 무거운 수소다. 화학적으로 수소와 같다는 얘기는 삼중수소가 기체나 물의 형태(삼중수소수, HTO)로 존재할 경우 일반적인 증기나 물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약한 에너지의 전자, 즉 베타선을 배출하면서 안정적인 헬륨으로 바뀐다. 이때 방출되는 베타선에 우리 몸이 피폭된다.
방사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전문가 중에서는 삼중수소의 베타선이 세슘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하는데 틀린 이야기다. 세슘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에너지가 크고 베타선도 방출하고 있어 한 번 방사성 붕괴를 통해 받는 영향은 300배 더 크다.



일부에서는 삼중수소가 체내에서 유기화합을 일으킬 경우 생물학적 반감기(체내 방사선 물질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길어져 위험하다고 한다.
물 형태로 우리 몸에 들어오는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일 정도다. 다만 극히 일부는 유기물에 결합된 삼중수소(OBT)로 우리 몸에 결합되기도 한다. 이 비율은 3% 정도로 반감기는 40일 정도로 길다. 그러나 이 효과도 이미 삼중수소의 피폭 평가에 포함돼 방류 기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유기삼중수소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틀린 것이다.
단지 생물학적 반감기가 350일 정도 되는 유기결합 삼중수소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 연구에서 파악된 유기결합 삼중수소는 전체의 1%다. 이 중 0.98%의 반감기가 40일이고 0.02%의 반감기가 350일이다. 계산해보면 기존의 평가 기준, 즉 체내에 들어온 삼중수소의 3%가 40일의 반감기를 가지는 경우를 고려한 것이 더 보수적인 것이 된다. 그러니 지금의 방류 기준은 그런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삼중수소가 생물체에 농축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것도 틀렸다. 물 형태의 삼중수소를 섭취해서 생물체에 농축되지 않는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하는 삼중수소는 물 형태(HTO)로 유기결합 삼중수소가 아니다. 물의 형태로 섭취된 후에 결합되는 영향은 피폭 평가에 보수적으로 고려돼 있어 추가적인 위험은 없다.

그렇다면 오염수에서 걸러지지 않은 삼중수소는 어떻게 처리되나?
방류 단계에서는 처리수를 희석해야 한다. 방류 규제 제한치가 삼중수소의 경우 리터당 6만 베크렐(㏃)인데 후쿠시마에서는 리터당 1500베크렐로 농도를 낮춰 방류하게 된다. 이때 다른 핵종들도 같이 수백 배 희석되므로 방류될 때 각 핵종의 농도는 규제 제한치에 비해 아주 낮게 된다.

그러면 실제로 오염수를 마셔도 되나?
이 질문은 전제부터 잘못됐다. 먼저 방류하는 물은 식수가 아니라 정화를 거친 폐수다. 그 누구도 폐수를 먹을 필요가 없다. 방사성 물질의 방사능은 얼마든지 측정할 수 있고 정량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 먹어봐서 검증하자는 것은 감정적인 접근 방식이다.
다만 마신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 영향도 기대할 수 없다. 방류하는 물은 바닷물을 섞어 희석한 것이므로 짜서 마실 수 없지만 소금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어 마시더라도 전혀 문제는 없다. 희석하기 전에 이미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핵종은 식수 기준을 만족하는 수준으로 제거됐고 희석한 후에는 삼중수소 또한 음용수(飮用水) 기준보다 한참 낮은 리터당 1500베크렐로 배출되므로 이 물을 마신다고 해서 건강상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단지 폐수를 마신 사람으로 회자될 뿐이다.

방류된 후에는 바닷물을 통해 한국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처리수는 배관을 거쳐 먼바다로 방류된다. 방류 후에 몇 ㎞만 더 확산되면 삼중수소는 민물의 자연적인 삼중수소 농도인 리터당 1베크렐로 떨어지게 된다. 그 지점에서는 민물을 방류해 놓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는 얘기다. 거기다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0.1베크렐 정도이므로 확산되면서 점차 바닷물 농도로 수렴하게 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방류수가 우리나라로 왔을 때 우리 바닷물에서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100만 분의 1베크렐 정도가 된다. 완전히 무시할 수준이다. 만약 이 수준이 위험하다면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kg당 1베크렐인 민물고기는 극히 위험하다는 얘기가 된다. 둘 다 문제없다.

‘평형수’의 문제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서 선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입된 평형수가 우리 연안에 배출됐을 때 그에 포함된 방사능 농도는 어느 정도가 될까?
의미 없는 수준이다. 지금 방류 대상이 되는 오염수를 기준으로 희석 방류할 때 농도를 평가해보면 방류되는 순간의 농도가 우리 해역의 방사성 물질 농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2011년 이후 후쿠시마 인근 6개 현에서 주입해 우리나라에 입항한 선박이 배출한 평형수를 조사해보니 우리나라 바닷물의 방사능 농도와 유사한 것으로 나왔다.

장기적으로도 영향이 없나? 오염수가 ‘대량’으로 ‘장기간’ 방류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대량’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된 총 삼중수소의 양이 2.2g이다. 동해바다에 비로 내리는 삼중수소의 양이 연간 5g 내외다. 전 세계에는 매년 200g 이상의 삼중수소가 비와 눈으로 내린다.
후쿠시마의 2.2g을 30년에 나눠 방류하므로 연간 방류랑은 0.07g 정도에 그친다. 극히 미미한 양이다. 극히 미미한 양은 아무리 쌓여도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생선만 먹어서 받는 연간 피폭량이 100분의 1마이크로시버트(m㏜) 수준인데 100년 먹어도 1마이크로시버트가 된다.



‘피폭’이라는 단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가 있다.
우리 몸에서는 1초에 7000번의 방사성 붕괴가 일어나 7000개의 방사선이 나오고 있다. 내 몸에 방사성 물질이 있어서다. 자연 상태의 음식에 모두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인한 피폭은 연간 500마이크로시버트 정도 된다. 하루에 약 1마이크로시버트다. 10m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서 살면 연간 피폭량이 1마이크로시버트 정도 추가된다.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을 더 맞기 때문이다.
그러니 후쿠시마에서 비롯되는 방사능은 우리 몸에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양이다. 손상이 생겨도 회복할 수 있는 피폭량이다.

그래도 해양 방류 외의 다른 처리 방법은 없을까? ‘바다에 방류하지 말고 일본 내에서 해결하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일본에도 농업용수, 공업용수, 식수로 쓰는 물이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폐수를 가져다가 쓰라는 것은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심지어 일본에서 식수로 쓰더라도 결국은 바다로 오게 돼 있다. 다만 그 길을 확인할 수 없으니 감시하기가 더 어려워질 뿐이다. 말하자면 해양 방류가 안전성을 담보하고 감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증발시켜 방출하는 경우는 해양 방류에 비해 피폭량이 더 크게 평가된다. 사실 이마저도 얼마 되지 않지만 굳이 안전성을 따진다면 해양 방류가 더 낫다.

‘소금 사재기’가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희석된 바닷물은 안전하다고 해도 바닷물이 증발하고 남는 소금에는 농축된 오염물질이 남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삼중수소는 물을 이루고 있는 원소이므로 소금을 만들면서 물을 증발시키면 소금에 삼중수소가 남아 있을 수 없다.
다만 삼중수소 외의 방사성 물질은 대부분 소금에 남는다. 하지만 2011년 지금 후쿠시마 원전 탱크에 저장된 양의 1000배가 넘는 오염수가 한번에 방출됐을 때도 우리나라 해역의 방사능 농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때의 1000분의 1을 방류한다면 그 영향은 더욱 관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방류 이후 만든 소금도 방류 전에 만든 소금과 방사성 물질의 양은 동일할 것이다. 소금을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미 5차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IAEA의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IAEA에서는 오염수의 정화 처리, 저장, 방류에 대한 전반적인 절차와 설비 설계, 시설에 대한 실사를 했다. 가장 중요한 방사성 핵종 농도 측정 방식에 대해서는 블라인드 테스트 비교도 수행됐다. 미국, 프랑스, 스위스, 한국 등 여러 원자력 분석기관이 참여한 검증에서 도쿄전력의 핵종 농도 측정 방식이 타당하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다시 말하면 방류하는 물에 어떤 핵종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측정하는 방식이 중요한데 그에 대해서 검증이 이미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료를 채취할 때도 바로 앞에서 보는 상황에서 샘플이 채취돼 전달된 것이라 이에 대한 논란, 아무도 모르게 떠준 물을 분석했다는 소문 같은 것은 무의미하다.

많은 과학자가 부풀려진 두려움을 없애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좀처럼 믿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왜 이런 불신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논란을 둘러싼 전형적인 오해 중 하나는 “나는 평소에 방사성 물질이라고는 하나도 접하지 않고 살았는데 방류를 하는 바람에 느닷없이 방사성 물질을 먹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방사성 물질을 접하고 있고 그 양에 비하자면 방류로 인한 방사성 물질 섭취량은 무시해도 될 정도다.
그러나 모든 인위적인 배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핵종의 여과도 없이 제어도, 계측도 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방류를 한다면 그 양이 아무리 적어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가능한 모든 핵종을 여과하고 영향이 없을 수준으로 희석해 방류하며, 방류하는 핵종의 종류와 양을 모두 정량적으로 계측해 정보를 주변국에 공유한다면 방류를 막을 명분도 이유도 없다.
만약 방류로 인해 우리 바다에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의미 있게 변화할 것이라는 정량적인 근거가 있다면 나 역시 방류를 반대할 것이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1
방사능 정보Q&A

방사능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베크렐(㏃)은 방사성 물질이 방사선을 방출하는 능력, 시버트(㏜)는 사람이 방사선을 쬐었을 때 받는 영향 정도를 말한다.

방사능은 배출이 되나?
체내로 들어간 방사능은 자연 붕괴되거나 자연스럽게 체외로 배출된다. 세슘 137의 경우 체내로 들어왔을 때 약 110일이 지나면 절반이 배출되고 1년 정도 지나면 거의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방사능 관리 기준은?
우리나라는 방사성 세슘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식품 1㎏당 100베크렐을 초과해서는 안 되고 영유아용 식품이나 우유 및 유가공품 등은 1㎏나 1리터당 50베크렐 이하여야 한다.

박스기사2
건강과 안전을 위한 올바른 정보 찾기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정책정보 모아보기 ● korea.kr/news/policyFocusList.do
매일 실시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 내용과 여러 부처에서 제공하는 정보 및 언론보도와 관련된 정보를 종합적으로 얻을 수 있다.

해양·수산물방사능안전정보 ● mof.go.kr/oceansafety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양·수산물방사능안전정보’ 누리집을 통해 생산단계의 수산물 방사능 정보는 물론 국내 해역의 방사능 정보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생산단계의 수산물의 경우 매일의 검사 건수와 적합·부적합 판정 결과가 게시된다. 유통단계의 수산물과 수입수산물에 대한 검사 결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방사능안전정보’ 누리집(radsafe.mfd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가까운 연안 및 항만 52개 지점을 대상으로 방사성세슘(세슘 137), 삼중수소 등을 감시한 결과도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안에서 300㎞까지 떨어진 먼바다의 감시 결과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누리집(nsic.nssc.go.kr/rad/environRadiation.do#ocean)에서 구체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국민신청 방사능분석 사업 ● seafoodsafety.kr
주변의 수산물 방사능을 직접 확인하고 싶으면 해양수산부의 누리집 ‘국민신청 방사능분석 사업’을 통해 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 국민 누구나 신청 가능하고 검사 결과 또한 모두 공개된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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