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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중심의학’과 ‘나만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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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건강은 물론이고 재테크, 자녀 양육법까지 정보는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 누구나 관심을 갖는 것은 ‘103세 할아버지의 장수 비법’, ‘나는 이렇게 ??억을 벌었다’, ‘나는 우리 아이를 이렇게 서울대에 보냈다’와 같은 ‘나만의 비법’이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열심히 공부하기, 부자가 되려면 낭비하지 말고 저축하기, 오래 살려면 적게 먹고 꾸준히 운동하기 같은 ‘정석’보다 특별한 비법에 왠지 귀가 더 쏠린다.
현대 의학의 시발점은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나 수술을 가능하게 한 마취제의 발견이다. 그런데 초기에는 항생제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안 쓰는 것보다 좋은 것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과학자나 의사가 아니라 브래드퍼드 힐(Bradford Hill)이라는 통계학자가 이뤄냈다. 1947년 초반 영국 런던에서는 브래드퍼드 힐의 방법을 따라 당시 결핵 치료제로 등장한 항생제 ‘스트렙토마이신’을 55명의 환자에게 투여하고(실험군) 이들의 폐를 짜부라뜨리는 기존의 방법으로 치료받은 52명(대조군)과 비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스트렙토마이신’을 투여받은 실험군은 6개월 후 55명 중에 4명만 사망했지만 기존 치료를 받은 대조군은 14명이나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의학에서는 실험군과 대조군을 모두 동등한 조건으로 실험하는 무작위 대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s·RCT)가 표준이 됐다.
이렇게 현대 의학은 모든 치료의 근거를 실험과 연구를 통해 제시하면서 더 나은 치료를 위해 발전했다. 의사는 질환에 대한 치료방법을 제시할 때 약은 물론이고 실험과정까지 모두 상세히 밝혀 논문을 낸다. 논문을 읽은 다른 의사들 사이에서 격렬한 토론이 이뤄지고 다른 실험방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결국 집단지성이 인정한 치료법이 표준치료가 된다. 오늘날의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EBM)이다. 근거중심의학의 관점에서는 ‘나만의 비법’은 검증하고 토론해야 할 문제가 된다.
일상생활에서 ‘나만의 비법’을 검증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한 축구선수의 능력이 부모님의 특별한 교육법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해보자. 그 축구선수가 축구를 잘하게 된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 비법의 효과를 검증하자고 시간을 돌려볼 수는 없다.
대신 나만의 비법이 정말 효과적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나만의 비법을 주장하는 사람이 무엇을 파는지, 비법을 전파하면 누가 이득을 보는지 살펴보면 된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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