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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700톤 폐장난감에 새로운 삶을 찾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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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무브공작소 이채진 대표
전 세계에서 한 해 버려지는 장난감은 240만 톤이다. 매년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800만 톤 가운데 장난감이 약 30%를 차지한다. 코로나19를 지나며 그 양은 더 많아졌다. 플라스틱은 썩는 데도 50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더 사용할 수 있어도 버려지는 물건이 많은 세상이라지만 장난감 문제는 더 심각하다. 과거에는 형제·자매가 많아 장난감을 물려주며 재활용했다. 요즘엔 1~2명의 아이가 쓰고 버리고, 주변과 나눠 쓰는 걸 불편해하는 경우도 많다. 사용 연한이 짧다 보니 상태는 예전보다 양호하다.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던 친구가 미래세대의 환경을 해치는 모순을 만드는 셈이다.
사회적협동조합 그린무브공작소는 이 점에 주목했다. 2014년 울산에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을 먼저 설립하고 기부받은 장난감을 수리·소독해 취약계층에 나눠주기 시작했다. 폐장난감 배출량이 많은 수도권 지역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020년부터 현대차그룹과 협업해 경기 안양에서 그린무브공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린무브공작소가 수도권의 3000개 아동 관련 기관에서 수거하는 장난감 양은 연 40톤, 코끼리공장이 전국의 개인·기관에서 받는 장난감 양은 월 40~60톤에 이른다. 월세 5만 원의 작은 공간에서 출발한 코끼리공장의 나눔 정신은 이제 경기·인천·울산에서 4개 사업소를 운영할 만큼 확장됐다. 그린무브공작소 이채진 대표의 말이다.
“초기에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는 안 쓰는 장난감을 기부받아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은데 과거에는 지금처럼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지 않았거든요. ‘그냥 버리면 되지, 왜 다시 써야 하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이젠 상황이 완전 달라졌어요. 받는 사람도 좋아하고 이 활동을 지지하고 동참하는 가정과 기관도 늘었어요.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거죠.”



장난감만큼은 빈부격차 없길
그린무브공작소가 기부받은 장난감은 1차 선별 작업에 들어간다. 비교적 상태가 괜찮은 장난감은 수리와 소독을 거쳐 새로운 주인을 찾아간다. 대상은 대부분 취약계층 아이들이다. 이 대표는 아이들의 꿈과 가능성을 키우는 놀이에서만큼은 격차를 최소화하고 싶었다.
“장난감에도 빈부격차가 반영되는 게 안타까웠어요. 여유 있는 집의 아이뿐 아니라 복지예산이 많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아이들은 좋은 장난감을 갖고 놀거든요. 반면 취약계층 아이들의 상황은 어렵죠. 의식주 문제 해결이 당장 급한데 연령대에 맞는 장난감을 가질 수 있겠어요? 연령에 맞는 장난감을 갖고 놀아야 발달 단계에 맞는 적정한 자극이 이뤄져요. 시기에 맞는 장난감만 갖고 놀아도 아이가 타고난 역량을 더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거예요. 기부받은 장난감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우는 엄청난 일을 하는 셈이죠.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복지 예산이 줄어드는 효과는 덤이고요.”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 장난감은 매립·소각행이 되지만 그린무브공작소에서는 그렇지 않다. 색이 바랬거나 고쳐 쓸 수 없는 장난감은 재활용한다. 먼저 분해에 들어간다. 장난감은 플라스틱 외에도 전선, 나사, 스피커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을 위해서는 플라스틱만 모아야 한다. 그 밖의 부품은 다른 장난감을 수리할 때 사용하거나 폐기한다.
플라스틱은 소재별로 분류한다. ABS(Acrylonitrile-Butadiene-Styrene·합성수지),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등 장난감에 쓰이는 소재가 다양한데 녹는점 등이 제각각이라 분류 과정을 거쳐야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소재별로 나눈 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녹이면 또 다른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다. 폐플라스틱은 책상, 조명, 장난감, 화분 등이 돼 새로운 가치를 얻는다. 폐기될 뻔한 장난감의 사용 연한이 늘어나고 폐플라스틱이 재사용돼 탄소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린무브공작소의 활동이 단순한 나눔을 넘어 더 큰 의미를 지니는 지점이다. 이러한 가치에 기업들도 주목한다. 현대차는 폐플라스틱을 차량 물품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롯데케미칼은 자원선순환을 지원하고 있다.



폐장난감이 화분·열쇠고리로?
이 과정이 아이들에겐 교육으로 활용된다. 안 쓰는 장난감을 가져오면 수리한 장난감이나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물품으로 교환해준다. 가령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화분에 탄소를 줄이는 식물을 심어 나눠주거나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열쇠고리를 가방에 달아주는 방식이다. 한때 소중하게 여겼던 장난감이 한 번의 쓸모를 더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환경 문제에 친숙하게 접근한다. 이러한 교육을 접한 아이들은 연 1만 명이 넘는다. 장난감에서 출발한 교육 효과가 다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도 생긴다. 이채진 대표를 비롯한 일부 직원이 유아교육을 전공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이 대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도덕성이 거의 7세 미만에 많이 형성돼요. 도덕성은 환경보호 인식과 연관성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장난감 친구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더 흥미를 갖고 환경에 대한 이해도 훨씬 잘됩니다.”
친환경 교육 효과는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어른들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장난감 분류 작업에는 다수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한다. 폐기될 뻔한 장난감이 재사용되는 걸 눈으로 보면서 폐플라스틱의 변신을 확인한다. ‘이렇게 버리면 재활용이 잘 안되겠구나’, ‘재활용도 소재별로 나눠 배출하는 게 중요하겠구나’ 등을 인식하게 되고 이는 일상의 변화로 이어진다.





생애 첫 나눔을 배우는 시간
영화 <토이 스토리3>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가. 대학생이 된 주인공 앤디는 더 이상 장난감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됐고 어려서부터 함께한 장난감 우디·버즈·제시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버리자니 이들과 보낸 추억이 밟히고, 다락방에 넣어두자니 방치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아서다. 결국 앤디는 이웃 소녀에게 장난감을 건넨다. 유년 시절을 지켜줬던 소중한 친구들을 소개하면서. 쓰레기 매립장에서 운명을 달리하거나 다락방에서 먼지가 쌓일 뻔했던 장난감들은 소녀와의 또 다른 삶을 시작한다. 앤디와 우디가 택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방식이다.
그린무브공작소를 찾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추억이 가득한 자신의 장난감이 다른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길 희망하며 보낸다. 그들 곁은 새로운 장난감 친구가 채운다. 생애 첫 나눔을 배우는 시간이자 장난감에 새 삶을 불어넣어주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오늘도 그린무브공작소에서는 수많은 앤디와 우디가 헤어지고 또 만난다.

선수현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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