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기 위한 생활지식 어디서 배우지? 그 질문으로 시작 ‘대한민국 배움터’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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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 대상 ‘청성’
“스무 살이 넘었지만 근로계약서나 부동산계약서는 어떻게 쓰는지, 자산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요. 대학에 막 입학한 새내기를 위한 배움터처럼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들에게 필요한 기초 생활지식, 청년정책 등을 알려주는 배움터나 가이드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에서 청년들의 사회적 자립을 위한 교육 플랫폼 ‘대한민국 배움터’로 대통령상인 대상을 받은 ‘청성’팀의 설명이다. 윤석열정부는 역대 최초로 청년정책을 상위 20대 국정과제에 명시하고 중앙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두는 등 청년의 정책과정 참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국무조정실과 청년재단은 이에 더해 일반 청년들의 직접적인 정책 참여를 확대하고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이번 공모전을 추진했다. 지난 3월 1일부터 3월 21일까지 공모전에 응모한 청년은 총 710여 개 팀 2000여 명에 달한다. 이중 최종 6개 팀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6월 4일 열린 최종 심사에는 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전문가 등 5명의 패널과 청년 150명이 나섰다. 순위는 패널들의 평가와 청년들의 지지도를 집계해 선정했다.
약 3개월간 이어진 공모전에서 ‘대한민국 배움터’로 대상을 받은 청성은 스무 살이 된 청년들이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 겪는 당혹감에 주목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청년들이 ‘나는 성인이다’라고 느끼는 나이는 평균 28세다. 성인이 됐으나 성인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자립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대한민국 배움터’는 성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생활지식 등을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제공하고 청년정책에 따른 혜택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가이드북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공모전에서 최종 선정된 제안은 각 중앙부처의 청년보좌역, 2030자문단 등과 논의해 정책 반영 방향을 모색하고 예산 편성이나 입법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후속조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최종 수상작이 실제 정책으로 잘 구현될 수 있도록 제가 직접 챙길 생각”이라며 “청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청년과 함께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상팀들도 정책으로 어떻게 연결될지 기대하고 있다. 대상 수상팀에는 1500만 원의 상금도 주어진다. 화제의 주인공인 ‘청성’의 김연수(21)·원동희(20)·전효은(20) 씨를 만났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공모전 경쟁률이 엄청났는데 대상까지 받았어요.
김연수(이하 김) 대상은커녕 최종예선에 올라갈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워낙 규모가 큰 공모전이라서 예선만 통과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가끔 팀원들이 우리 이러다 상 받는 거 아니냐고 하면 기대하지 말아라, 공모전은 자주 떨어지기 때문에 안 될 거다, 그래야 상처 안 받는다고 한 게 저예요. 그런데 대상이라니, 정말 놀랐어요. 팀원들이 항상 말하는 ‘R=VD(Realization=Vivid Dream·꿈꾸면 이뤄진다)’가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원동희(이하 원) ‘R=VD’를 늘 외치는 게 전데요. 사실 1차 예선이 끝나고 예선 통과한 팀들이 모였을 때 우리가 너무 어린 것 같아 위축됐어요. 그래도 우리끼리 열심히 해보자, 할 수 있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기뻤어요.
전효은(이하 전) TV조선에서 방영된 최종심사에 참여하게 된 것만 해도 ‘꿈같다’는 말이 계속 나올 만큼 놀라운 결과였어요. 최종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우리 팀에게 표를 많이 줄 땐 설마 방송이라서 그런가 의심하기까지 했다니까요(웃음).
공모전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김 저희는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들이에요. 모의국회라는 학회를 같이하는 동아리 친구이기도 하고요. 하고 있는 공부나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같이 할 수 있는 공모전을 찾아봤고 이번 공모전이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또 청년들에게 열려 있는 공모전이어서 함께 도전해보자고 했어요.
‘청성’이란 팀명은 무슨 뜻인가요?
원 청성(淸省)은 ‘잘 조사하여 까다로운 규칙을 고치고 융통성 있게 만든다’라는 의미예요. 저희의 정체성을 담은 ‘청년성신인’을 줄인 말이기도 하고요.
각자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원 저는 대본을 쓰거나 자료를 글로 정리하는 서류 작업을 맡았어요.
전 저는 프레젠테이션(PT)을 담당했어요. 팀의 마스코트 역할도 맡고 있죠.
김 저는 팀장이면서 디자인과 영상을 만드는 일을 담당했어요.
‘대한민국 배움터’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요?
원 청년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광범위하더라고요. 다양한 나이대의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하려니 막막했어요. 우리가 모든 청년을 대변할 수 없으니 우리 나이 또래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우리가 공감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기를 하기로 한 거죠. 그런데 연수가 어느 날 ‘나는 아직 주거지원 받는 법도 모른다’라고 하는 말이 귀에 꽂혔어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정책은커녕 우리가 당장 아르바이트할 때 필요한 근로계약서 쓰는 법, 자취방 계약할 때 부동산계약서 쓰는 법도 잘 모른다는 걸 깨달았죠. 여권은 어떻게 만드는지, 전입신고는 어디서 하는지 모르는 것투성이였죠.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면서 이런 교육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김 스무 살이 넘었는데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어른이라고 할 수 있지, 이걸 어떻게 하면 정부가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어요. 갓 성인이 된 청년들이 원활히 성인으로 이행하도록 다양한 지식과 생활기술을 교육하는 교육 플랫폼을 고안하게 됐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했나요?
전 처음에는 ‘대한민국 배움터’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어요. 생활지식이나 청년정책을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는 많지만 정보가 분산돼 있다 보니 일일이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하지만 새로운 사이트를 만드는 건 시간이나 예산이 많이 들고 그만큼의 효과가 있는 일인가 생각하게 되더군요. 예선 과정에서 전문가 멘토링을 받으면서 케이무크(K-MOOC·국내 유수 대학의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어요. 케이무크는 대학생이라면 대부분 알고 학점 이수를 위해 활용하는 평생교육 사이트예요. 여기에 하위 페이지를 만드는 걸로 방향을 잡았죠.
원 대학생이 많이 쓰다 보니 접근성이 좋다는 게 장점이죠. 그렇다고 케이무크가 대학생만을 위한 사이트는 아니에요. 전 국민을 위한 평생교육을 제공하죠. 대학생이 아닌 청년들도 많잖아요. 누구나 성인이 되기 위한 생활지식과 청년정책을 배울 수 있게 고안했습니다.
‘대한민국 배움터’의 주요 내용은요?
김 만 19세가 된 성인에게 청년정책과 각종 혜택정보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을 배송하고 케이무크와 연계해 자산관리, 각종 계약, 생활기술 등 원활한 자립을 위한 교육을 하는 겁니다.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를 위한 배움터처럼 새내기배움키트(KIT)를 주고 필요한 정보나 교육은 온라인대한민국배움터에서 찾아보는 거죠. 케이무크에 접속해 온라인대한민국배움터를 찾아도 되고 가이드북에 QR코드가 있어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고요. 영상으로 더 쉽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온라인대학민국배움터는 주거지식과 일상생활지식, 금융지식, 자기보호 기술, 지역 사회지원, 취업노동지식 알기 등의 파트로 구성했다. 각 커리큘럼을 이수하면 청년 축하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일 방안 마련도 제안하고 있다.
최종심사는 TV조선에서 방송으로 진행했는데 떨리지 않았나요?
김 다행히 무대경험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동아리에서 모의국회를 연극으로 하거든요. 그땐 대본도 못 봤는데 대본도 있고 다행이다 했죠.
전 발표시간이 딱 5분이었어요. 2시간짜리 연극도 했는데 이쯤이야 했어요.
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패널로 앉아 있어 긴장이 되긴 했어요. 관객도 많았고. 저희 발표에 호응해주니까 신이 나고 뿌듯했어요.
최종심사까지 약 3개월이 걸렸는데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요?
전 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3개월 동안 거의 매일 회의를 했어요. 같은 학과고 수업도 비슷해서 만나는 날이 많지만 못 만나는 날에는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고요. 발표가 있을 때는 연수 집에서 밤샘 회의도 했어요. 나중엔 셋 다 피곤에 찌든 얼굴로 회의를 했던 기억도 나네요.
김 괴로웠어요, 정말.
원 몸도 힘들었지만 우리가 제대로 가는 게 맞나 의심하고 자기 검열하는 시간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 덕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공모전처럼 청년이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습니다.
전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국가 공모전이 정말 많아졌어요. 하지만 청년이라는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혼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요. 마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처럼요. 우리 교수님과 우리가 같은 MZ세대인데 교수님이 생각하는 문제와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는 정말 다르거든요. 청년도 좀 더 세분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 보다 다양한 청년 계층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대학생에게만 국한되지 말고요. 대학생이 아닌 청년도 많으니까요.
앞으로의 꿈, 목표가 궁금해요.
원 저는 정치나 정책 관련 일을 하고 싶어요. 발언권을 얻는 자리, 공직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김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아직 더 공부를 해봐야 알겠지만. 그보다 먼저 영화제에 나가 상을 받는 게 꿈입니다.
전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심이 많아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도 관심이 많고요. 창업해서 사회적 기업가가 되는 게 목표예요.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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