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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젊고 재미있게 사는 어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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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신드롬
젊음은 언젠가 놓아야 하지만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더 어려보이길 원하고 나이보다 어리게 사는 것을 원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나이보다 어리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거나 현 상태를 유지하길 원한다. 또 아이처럼 명랑하고 재밌게 생활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간한 〈2023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이런 현상을 ‘네버랜드 신드롬’이라고 명명했다. 과거 연령대에 맞는 성숙한 성인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면 지금은 나이보다 더 젊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우리 사회의 유년화는 단지 일부의 취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활양식이 돼가고 있다”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생애주기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청춘의 기간이 길어져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주류 문화가 된 네버랜드 신드롬
네버랜드 신드롬은 ‘피터팬 신드롬’과는 다르다. 피터팬 신드롬은 영국작가 제임스 매튜 베리의 소설 〈피터팬〉의 주인공 피터팬에서 따온 말이다. 피터팬은 나이를 먹지 않는 마법에 걸려 영원히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캐릭터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런 피터팬의 모습에 착안해 몸은 어른이 됐지만 심리적으로 아이의 상태에 머무르려 하는 퇴행적 심리상태를 피터팬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피터팬 신드롬이 홀로 아이처럼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네버랜드 신드롬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더 젊은 생활방식을 추구하고 이를 즐기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피터팬 신드롬이 지닌 부정적 어감 대신 보편적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돌아감’ ▲더 나이 들지 않으려는 ‘머무름’ ▲아이처럼 재미있게 놀고 싶어하는 ‘놂’이다. 돌아감은 키덜트(kidult)문화에서 주로 볼 수 있다. 키덜트는 아이를 뜻하는 ‘키즈(kid)’와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어른이 됐음에도 여전히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문화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들을 말한다. 과거에는 키덜트족에 정신적 퇴행이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했지만 지금은 이런 문화가 주류가 되면서 돌아감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늘어났다.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물건이 요술봉이다. 애니메이션 〈웨딩피치〉에 등장하는 ‘천사의 크리스탈 요술봉’ 풀 박스가 최근 중고거래 시장에서 980만 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다. 〈웨딩피치〉는 마법소녀가 등장하는 일본만화 〈애천사전설 웨딩피치〉를 말한다. 천사의 딸인 피치가 사랑의 천사 웨딩피치로 변신해 악마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내용을 다룬 애니메이션으로 1990년대 우리나라 TV에 방영되면서 당시 어린이였던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머무름은 외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을 말한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옛날 30대와 요즘 30대 비교’라는 글이 누리꾼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게시물은 1990년대 방송에 출연한 30대 일반인과 최근 방송에 출연한 30대 일반인의 외모를 사진으로 비교한 것이다. 1990년대 30대는 현재 40대 중후반처럼 보인다. 과거보다 생활환경이 좋아진 것도 이유지만 나이가 들어도 스타일, 취미, 취향 등을 어릴 때처럼 유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조직에서도 승진을 거부하고 현 상태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여승현(42) 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승진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승진하는 만큼 책임감이 커지고 지금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 씨는 “승진함으로써 얻는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 승진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진지함 대신 재미 추구
놂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다 재미있고 가벼운 놀이로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명랑골프의 유행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골프에 입문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이들은 룰을 엄격하게 따지기보다 편하게 즐기는 골프를 선호한다. 이것을 명랑골프라고 한다. 2023년 6월 기준 누리소통망(SNS) 인스타그램에 명랑골프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수는 56만 건에 달한다. 이들은 골프가 본래 지닌 복잡하고 엄격한 룰을 따르기보다 야외에서 친목을 다지는 것을 더 선호한다.
무지출챌린지도 이런 현상 중 하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무지출챌린지는 고물가를 극복하기 위해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챌린지(Challenge·도전)’로 놀이화한 것이다. 또한 혼자서 챌린지를 하는 것보다 거지방 등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함께하면서 놀이처럼 재미있게 접근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번진 데는 인간의 수명이 연장된 것과 연관이 깊다. 인류의 평균수명이 늘면서 청춘이라 부를 수 있는 연령대도 과거보다 훨씬 길어졌다. 또한 생애 과정이 다양해지면서 과거에 어른이라고 불렀던 기준이 사라진 것이다. 과거에는 직장에 들어가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어른의 조건처럼 여겨졌지만 요즘은 경제활동을 그만두고 다시 배움의 단계로 돌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과거에 규정한 사회적 나이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다. 때문에 최근 서점가에는 40대를 새롭게 규정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사회적 나이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나이로 인한 고정관념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부정적 측면도 있다. 사회 전체가 미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주장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주류가 될 수 있고 문제 발생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나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우려도 있다.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네버랜드 신드롬은 현실을 살아갈 위안이 돼준다. 다만 과거의 추억과 재미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건강하게 자아를 탐색하는 어른이 된다면 영원히 네버랜드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조이현 객원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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