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의 특이한 능력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희토류의 특이한 능력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최근 스웨덴 북부 키루나 지역에서 희토류 100만 톤 이상이 매장된 광산이 발견됐다. 이는 유럽 내 희토류 최대 매장량이자 유럽연합(EU)의 희토류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할 만한 양이다. 에바 부슈 토르 스웨덴 에너지산업부 장관은 키루나 광산에 대해 “스웨덴이 금광이 됐다”며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EU가 자원 독립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8일(현지시간) 스웨덴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스톡홀름에서 울프 크리스터손 총리와 회담을 가졌을 때 양국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공급망 협력 방안을 찾자고 한 것도 스웨덴의 매장량 때문이다. 대체 희토류는 어떤 광물이고 어디에 어떤 원리로 쓰이기에 전 세계가 앞다퉈 확보하려는 것일까?

희토류의 능력은 독특한 전자 덕분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흙’을 뜻한다. 원소 주기율표의 원자번호 57번에서 71번까지인 란타넘(La), 세륨(Ce), 프라세오디뮴(Pr), 네오디뮴(Nd), 프로메튬(Pm), 사마륨(Sm), 유로퓸(Eu), 가돌리늄(Gd),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 홀뮴(Ho), 에르븀(Er), 툴륨(Tm), 이테르븀(Yb), 루테튬(Lu) 등 란타넘족 원소 15개에 스칸듐(Sc), 이트륨(Y)을 포함한 17개 원소가 희토류다.
희토류는 그 수가 적긴 하지만 이름처럼 매장량이 극히 드문 물질은 아니다. 한곳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지 않고 넓은 지역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 채굴하기가 어렵고, 화학적으로 분리해 정제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약 20단계로 까다로워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었다.
희토류 금속에서는 대부분 17개 원소가 동시에 발견된다. 철광석이나 각종 탄산염과 인산염 속에서 희토류가 발견되면 17개가 조금씩 다 들어 있다. 17개 원소를 각각 분리하려면 강력한 용매를 사용해 여러 번의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고, 라듐 같은 위험한 방사능 물질도 감수해야 한다. 이 정제·가공 과정에서 동반되는 환경오염 물질 배출 또한 심각하다. 추출비용도 상당히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희토류 발굴을 포기하는 국가들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19년 희토류의 전 세계 매장량은 1억 2000만 톤으로 추정된다. 이 중 4400만 톤(36.7%)이 중국에 있다. 브라질과 베트남도 각각 2200만 톤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1200만 톤, 인도는 690만 톤, 호주는 340만 톤, 미국은 140만 톤을 보유 중이다. 매장량이 가장 많은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90%를 담당할 만큼 주요 생산국이기도 하다.
세계 기업들이 희토류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른 원소와 달리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 원소는 독특한 전자를 가지고 있다. 전자들이 궤도를 돌면서 어떠한 자극이 가해지면 에너지를 내뿜는 것이다. 희토류의 이런 특이한 성질과 전자가 만드는 에너지를 활용해 다양한 원자재로 사용한다. 전자제품은 물론 광학유리, 금속 첨가제, 촉매제, 신재생에너지 등에 쓰인다. 희토류를 ‘첨단산업의 비타민’, ‘4차 산업의 쌀’로 부르는 이유다.
희토류 원소들의 화학적 성질 또한 매우 안정적이다. 보통 다른 원소들은 양성자 숫자가 하나만 달라져도 성질이 완전히 바뀐다. 하지만 란타넘족 희토류 원소는 특이하게도 다른 물질에 녹거나 결정 속에 들어가도 자신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건조한 공기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열전도성 또한 높고 자성적·발광적 성질도 탁월하다. 디스플레이용 산화물에서 원래의 선명함을 그대로 유지하며 빛을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희토류는 금속 형태로서 반응성도 커서 합금을 만들기에도 유리하다.



첨단기술 핵심 소재 희토류
희토류의 쓰임새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자석이다. 일반적으로 자력은 전자가 원자핵의 주위를 회전해 발생한다. 희토류 전자들은 궤도를 회전하는 성질이 있고 이때 전자의 자극이 동일한 방향으로 향하기 때문에 자석에 흡착하게 된다. 이를 이용하면 영구자석을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희토류의 소비량은 연간 17만 톤 정도인데 이 중 30%가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쓰인다. 영구자석은 자석 물질에 강한 자기장을 더해 강한 자석의 성질을 오래 보존한다.
한 손 안에 착 들어오는 스마트폰 역시 강한 ‘희토류 자석’ 덕분에 탄생했다. 희토류의 하나인 ‘네오디뮴’은 초강력 자석이다. 기존 영구자석에 비해 10배 이상 자성이 강하다. 네오디뮴 자석 3㎏으로 300㎏ 이상의 물체를 들어 올릴 만큼 작은 크기로 충분한 자기장을 형성한다.
이러한 능력은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모든 기계에 쓰여 혁명을 불러왔다. 전기차의 핵심인 모터는 물론 컴퓨터 하드디스크, 스마트폰 배터리, 비행기 제트엔진, 위성통신, 풍력·태양열 발전기 등에도 희토류 자석이 사용된다. 현재 자석 시장의 80%를 희토류가 차지하고 있다.
희토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중요한 원자재다.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등 디스플레이들은 내부 산화물에 발광 물질 입자를 넣어 빛을 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다. 희토류가 아닌 다른 발광 물질들은 산화물에 들어가면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 시간이 지나면 빛의 선명함이 퇴색한다.
우리나라는 희토류 매장량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광물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공급망이 막히면 우리 산업은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첨단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도 스스로 ‘구슬 꿰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다른 나라 광산에 묻힌 희토류의 원료화나 가공 기술을 개발해 제휴를 맺는다면 우리가 먼저 희토류를 차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