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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강산도’ 얼마나 크기에… 옛 진명여고 강당 빌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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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6월 1일부터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다. 그런데 잠깐, 전시품에 몰두해 고개 숙이고 다니다가는 땅을 치며 후회할 수 있다. 벽에 걸린 사연 많은 미술품들을 지나칠 수 있으니 말이다.
청와대가 소장해온 미술품은 모두 606점이다. 한국화, 서예, 서양화, 판화, 사진, 조각품, 도자기, 공예품, 설치작품 등 분야가 폭넓다. 소장품 전체 목록이 공개된 적은 없다. 유명 작품만 어느 정도 알려졌을 뿐이다. 작품 상세 정보도 마찬가지다. 특정 작가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2022년 5월 청와대를 공개할 때 걸려 있던 작품 대부분도 내렸다. 대형 붙박이 작품들만 남아 관람객은 빈 벽을 보고 다녀야 했다. 썰렁하던 벽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다. 본래 있던 작품들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덕이다. 관람 동선인 세종실~무궁화실~중앙계단~2층 접견실~인왕실~충무실을 따라가며 볼 수 있는 주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 초상화 대통령 12인을 작가 7명이 그렸다. 국무회의가 열리던 세종실 입구에 있다. 이번에 대통령 이름과 재임기간을 적은 안내판을 붙였다. 그간 초상화만 걸려 있어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들이 꽤 있었다. 이제 아이들이나 외국인들도 초상화 주인공을 알 수 있게 됐다.

일월도 민화 거장 송규태가 그렸다. 해, 달, 산봉우리 다섯, 소나무, 물이 소재다. 조선시대 어좌 뒤에 걸린 그림으로 왕의 권위를 상징한다. 세종실 대통령 좌석이 있던 북쪽 벽면에 있다. 노태우정부 때 걸었는데 김영삼정부 때 제왕적 통치를 상징한다며 떼어냈다. 김대중정부 후반에는 박영율의 소나무 그림 ‘일자곡선’을 걸었다. 이명박정부 때 회의장 배치를 바꾸며 ‘일월도’ 앞에 커튼을 쳤다. 문재인정부에서 커튼을 걷고 다시 공개했다.

훈민정음 백금남이 제작한 벽화다. 세종실에서 일월도와 마주 보고 있다. 수많은 한자 위에 월인천강지곡체의 큼지막한 은색 한글을 얹었다. ‘우리말이 중국과 달라서 하고자 하는 말을 할 수 없던 백성을 위해 만들었다’는 훈민정음 창제 배경을 형상화 했다.

금수강산도 본관 중앙계단 벽면에 걸려 있는 가로 1146㎝짜리 벽화다. ‘일월도’, ‘훈민정음’과 함께 1991년부터 본관 붙박이다. 워낙 큰 그림이라 제작에 대형 작업실이 필요했다. 김식 작가가 경복궁 옆에 있는 옛 진명여고 강당을 빌려 그렸다. 김정호가 1861년 만든 ‘대동여지도’를 참고했다. 동해 한가운데 떠 있는 울릉도와 독도가 뚜렷하다. 금색 부분은 은을 섞어 그렸는데 세월이 흐르며 산화작용으로 검게 변했다. 올해 이를 복원해 본래 금빛을 찾았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금수강산도’ 위쪽 천장에 있는 한상봉의 벽화다. 세로 552㎝, 가로 1489㎝이니 청와대에서 가장 크다. ‘예로부터 제왕은 하늘의 명을 받아 백성을 다스리고 왕조는 하늘의 뜻에 의하여 세워졌다’는 천명사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시대에 무슨 왕조시대 발상이냐고 할 수 있지만, 대통령도 하늘 아래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되겠다. 이 작품의 원조는 조선 태조 때인 1395년에 만든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로 고궁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실물을 볼 수 있다. 춘추관 천장에도 한도룡이 도안한 같은 이름의 작품이 있다.



공심여일월(公心如日月) 중앙계단을 왼쪽으로 올라가면 복도 벽면에 붙어 있다. 서예가이자 전각가인 이기우 작품이다. ‘공평한 마음은 해와 달과 같다’는 뜻으로 공정하고 평등한 국정운영을 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게 옻칠한 나무판에 자개로 글자를 붙여 만들었다.

통영항 인왕실에 걸려 있는 전혁림의 2006년 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TV에서 우연히 그림을 보고 전시회를 찾아가 따로 제작을 부탁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 바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대통령이었다.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돼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이 그림이 없자 찾아보라고 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가 있다가 본래 자리로 돌아온 사연이다.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 가로 567㎝짜리 대형 병풍이다. ‘나는 날로 새로워지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글을 쓴 서예가 이수덕은 6·25전쟁 때 여군 소총수로 입대해 전쟁 뒤 대위로 전역했다. 예서체로 힘차게 눌러쓴 큼지막한 글씨에 작가의 예사롭지 않은 삶이 들어 있다. 양화대교·한남대교·마포대교 명판도 그의 글씨다.

1991년 본관을 지을 때 당시 자문위원단(위원장 이어령 문화부 장관)은 다섯 가지 인테리어 원칙을 세웠다. ▲한국적 이미지 강조 ▲전통과 현대 조화 ▲역사성과 문화성 강조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고취 ▲정중함이다. 본관에는 이러한 기준이 알게 모르게 스며 있다.

안충기 중앙일보 기자·<처음 만나는 청와대> 저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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