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않으려면?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코끼리는 생각하지 않으려면?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건강검진을 하다 보면 “하세요”보다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초등학생들에게 “손 뜯지 마세요”, “과자 먹지 마세요”부터 어른들에게 “담배 피우지 마세요”, “술 드시지 마세요”까지. 그런데 습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루는 잦은 음주로 간이 나빠진 50대 남자 환자가 내원했다. 두 손을 잡고 간곡히 부탁드렸다.
“더 이상 술 드시지 마세요. 큰일 나요.”
환자가 다음 날 울먹이면서 찾아왔다. 밤에 술을 안 먹으려고 노력하긴 했는데 매일 마시던 술을 안 먹으니 잠도 안 오고 외로워서 힘들었다고, 그래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다시 술을 먹게 됐다며 나에게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이름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누군가에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반대로 ‘코끼리’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의사가 환자에게 말할 때뿐만 아니라 스스로 다짐할 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담배 피우지 말아야지’, ‘술 안 마셔’, ‘손톱 뜯으면 안돼’, ‘과자 먹지 말아야지’라고 하는 순간 사람의 머릿속에는 담배, 술, 손톱, 과자가 저절로 떠올라 담배를 피우고 싶고, 술을 마시고 싶고, 손톱을 뜯고 싶고, 과자를 먹고 싶어진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방어기제’로 설명한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방어기제가 있는데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처럼 생각이나 욕망을 잊으려 하는 것을 ‘억압’이라고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원시적인 메커니즘이며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코끼리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코끼리가 생각나는 것처럼 억압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반동형성’이라고 한다. 억지로 누르면 풍선처럼 다른 곳이 더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경기 의정부에는 젊은 군인 환자가 많이 찾아오는데 10명 중 7명은 담배를 피운다. 금연 상담을 할 때 매번 하는 말이 있다.
“나쁜 여자 친구와 쉽게 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면 으레 “제가 먼저 차야죠”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나는 웃으면서 말한다.
“더 좋은 여자 친구를 만들면 됩니다.”
나쁜 습관을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억압이 아니라 다른 습관으로 바꾸는 ‘대치’가 필요하고, 나아가 더 좋은 습관으로 바꾸는 ‘승화’를 해야 한다. 술을 끊고 싶다면 술을 참는 게 아니라 술 먹는 시간에 운동을 하든지 책을 읽어야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최선은 ‘토끼’를 떠올리는 것이다.
삶 또한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수많은 상처를 받으며 나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과거의 나쁜 기억을 미래의 좋은 기억으로 덮는 것이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