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따라 28개 해변 여름 바다의 일몰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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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천국 충남 태안
샛별, 먼동, 운여, 파도리, 어은돌, 구름포, 바람아래, 꾸지나무골…. 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해수욕장 이름 하나하나가 새롭고 낯설다. 충남 태안에 해수욕장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랍다. 태안은 서산과 맞닿은 동쪽 일부를 제외하면 삼면이 바다를 접하고 있는 반도(半島)다. 559.3㎞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28곳의 해수욕장이 있다. 만리포나 꽃지, 몽산포해수욕장처럼 유명하고 북적이는 해변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해변이 더 많다. 이른 더위에 개장을 서두르는 해수욕장이 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눈여겨볼 만한 태안의 해수욕장을 찾았다.
갯벌과 노을에 반할지도
서해에선 푸른 바다는 보기 어렵지만 광활한 갯벌을 만날 수 있다. 밀물과 썰물 풍경도 다르다.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동해와 비교할 수 없는 서해만의 매력이다.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해는 붉었다 푸르렀다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눈과 마음을 취하게 한다. 태안에서도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해변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이다. 꽃지해수욕장은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해변으로 이곳의 낙조는 서해를 대표하는 풍경으로도 꼽힌다. 서해라고 언제 어디서나 일몰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계절마다 해가 지는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꽃지해수욕장에선 비교적 실패 없이 석양을 즐길 수 있다. 금실 좋은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서린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해가 떨어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 썰물 땐 모래톱이 드러나 두 바위를 이어주는데 이때의 풍경도 색다르다. 일몰 30분 전부터 서서히 물들어가는 하늘은 오렌지빛과 푸른빛이 뒤섞이며 바다를 물들인다.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지면 감탄사와 함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수평선 아래로 해가 사라져도 한동안 오묘한 빛의 여운이 하늘과 바다를 품는다. 천천히 여운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학이 노닐던 바위가 있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학암포해수욕장’의 일몰도 아름답다. 넓은 해변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석양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물이 빠지면 펼쳐지는 갯벌은 탄탄한 모래가 깔려 있어 걷기에 좋다. 작은 물고기나 조개를 잡으며 놀기에도 좋아 일몰 때문이 아니라도 찾아갈 만하다.
‘운여해수욕장’에서도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운여는 파도의 포말이 마치 구름과 같다는 뜻이다. 해수욕장 남쪽에 소나무를 심어놓은 방파제가 있는데 밀물 때면 바닷물이 들어와 고이면서 호수처럼 비친다. 섬처럼 떠오른 솔숲과 일몰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초여름이면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포인트로 유명하다. 하늘을 꽉 채운 은하수를 별을 보며 낭만을 즐기기 좋다. 운여해수욕장의 해변 풍경도 놓치지 말 것. 구름 같은 파도의 포말도 아름답지만 썰물 때 펼쳐지는 갯벌이 광활하다.
구례포해변을 지나 굽이굽이 숲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먼동해변’은 숨어 있는 낙조 명소다. 작은 해변이지만 거북이를 닮았다는 거북바위와 그 위에서 자라난 두 그루 소나무가 붉은 석양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암매’라고 불렸던 이 해변은 1993년 방영된 KBS 드라마 <먼동>을 촬영한 뒤로 먼동해변으로 불리는데 이후에도 <야망의 전설>, <불멸의 이순신> 등의 드라마를 촬영한 명소다.
한국의 사막, 사진 명소 해식동굴도
‘신두리해수욕장’은 오랜 세월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언덕인 해안사구(海岸沙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신두리 해안사구는 해변을 따라 길이 3.4㎞, 폭 0.5~1.3㎞ 규모의 구릉을 이루고 있다. ‘한국의 사막’으로도 불릴 만큼 독특한 지형이다.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경관과 해당화 군락 등 식생이 독특해 경관·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입구에 있는 신두리사구센터에 먼저 들러 해안사구의 형성 과정과 중요성 등을 예습하고 둘러보면 보이는 게 더 많아진다. 산책로를 유유히 걸으며 풍경을 즐기다 전망대에 오르면 해안사구와 해수욕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인근에 해안사구가 만들어지면서 바닷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습지가 된 ‘두웅습지’를 함께 둘러봐도 좋다. 2007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으로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맹꽁이, 표범장지뱀 등이 서식한다. 습지 생태를 관찰해볼 수 있도록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기지포해수욕장’ 입구에도 해안사구가 있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훼손된 해안사구를 보존하기 위해 울타리가 서 있다. 울타리를 지나면 광활한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길이 800m, 폭 200m의 해변이지만 삼봉해수욕장, 안면해수욕장과 해변이 이어져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 광활한 해변에서 바닷물이 빠지면 조개와 게 등 바다 생물이 바빠진다. 갯벌 체험에 나선 가족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해변을 벗어나 주변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해안사구와 해송숲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기지포의 노을도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시간을 맞춰 방문한다면 서해 갯벌과 일몰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
‘파도리해수욕장’은 해식동굴로 이름난 곳이다. 파도리는 태안반도 남서쪽 제일 끝자락에 붙어 있는 작은 백사장이다. 거친 파도소리가 그치지 않는다고 해 파도리라고 이름 지었을 정도로 파도가 거세다. 이렇게 거센 파도가 깎아 만든 해식동굴이 해변 끝에 자리하고 있다. 두 개의 아치형 동굴은 연인들의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동굴이라는 액자 속에 에메랄드빛 바다와 은빛 백사장, 청명한 하늘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인생 사진을 만들어준다. 파도리 해변은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 반들반들한 해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나는 옥’이라는 뜻으로 천연 조약돌이다. 햇빛이 비치는 맑은 날이면 해옥이 반짝반짝 빛난다. 신기한 마음에 가져가고 싶겠지만 외부 유출은 금지돼 있다.
서퍼들의 성지 ‘만리포니아’
‘만리포해수욕장’은 서퍼들에겐 이미 잘 알려진 해변이다. 서해에서도 파도가 좋은 해변인 데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찾는 이가 많다. 특히 바닷속 암초가 없고 수심이 얕고 완만해 초보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노을 지는 풍경을 보면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선셋 서핑’이 가능하다. 서핑족과 넓은 해변이 어우러진 이색 풍경이 캘리포니아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만리포니아’라고도 불린다. 해변 곳곳에는 서핑숍이 있어서 강습을 듣거나 장비를 빌릴 수 있다.
만리포에는 바다 위를 아찔하게 나는 스릴 만점의 집라인이 있다. 만리포 해변 동쪽에 자리한 집라인은 최대 26m 높이에서 뛰어내려 560m를 활강한다. 만리포를 짜릿하게 즐기고 싶다면 집라인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올여름 찾아볼 해변이 있다. ‘천리포해수욕장’이다. 태안군은 올여름 천리포해수욕장을 서해안 최초 반려동물 동반 해수욕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태안군은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3 반려동물 친화관광 도시 공모’에 선정됐다. 꽃지해수욕장에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요가수업 ‘도가(Dog+Yoga)’도 시범 운영한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태안 해수욕장과 함께 가볼 만한 곳 5
대하랑꽃게랑
안면도 백사장항과 태안반도 드르니항을 연결하는 해상인도교 ‘대하랑꽃게랑’에서는 아름다운 석양을 즐길 수 있다. 조선 인조 때 운하 건설로 섬이 된 안면도는 1970년 연륙교가 놓이면서 태안반도와 이어졌다. 지금은 안면대교가 놓였는데 이 해상인도교는 걸어서 안면도로 갈 수 있는 색다른 길이다. 멀리서 보면 꽃게를 닮은 다리 양쪽 항구에서 꽃게와 대하가 많이 잡힌다. 다리 위에서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볼 수 있고 해가 지면 색색의 조명이 들어와 걷는 재미를 더한다.
안면도자연휴양림
태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나무숲 산책도 놓치지 말자. 안면도 소나무는 예로부터 재질이 뛰어나 선박 제조와 궁궐 건축에 사용돼 고려 시대부터 나라의 특별관리를 받은 귀한 몸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엔 안면송(安眠松)이라 불리는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위엄이 넘치는 적송은 곧게 뻗어 올라 큰 그늘을 제공하고 쉴 새 없이 피톤치드를 뿜어낸다. 소나무숲을 따라 삼림욕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휴양림과 수목원에 걸쳐 조성돼 있다.
천리포수목원
국내 최초 사립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신록을 즐기기 좋다. 1970년부터 수목원으로 조성된 바닷가 언덕엔 1만 6000여 종에 달하는 국내외 다양한 품종의 꽃과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노을길’은 바다와 수목원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꼭 걸어보길 권한다. 환상적인 일몰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산책로를 설계해 누구나 둘러보기 좋다.
팜카밀레
팜카밀레는 동화 같은 풍경과 아기자기한 허브 정원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어린왕자 정원, 로즈 가든, 케이크 가든, 라벤더 가든, 키친 가든 등 다양한 테마로 꾸민 허브 정원을 천천히 걷다보면 익숙하면서도 낯선 허브향에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허브농원 곳곳에 아기자기한 분수와 벤치 등 사진 찍기 좋은 쉼터가 숨어 있다. 거위가 사는 연못과 토끼, 산양 등이 있는 동물농장까지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당근, 건초 등 동물 먹이주기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안면도 영목항 전망대
6월 1일 개장한 따끈따끈한 신상 전망대다. 태안군 최남단인 고남면 고남리에 조성된 안면도 영목항 전망대는 51.26m 높이에 연면적 576.12㎡ 규모로 지어졌다. 태안 해안에서 자생하는 해당화의 꽃잎을 형상화해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태안의 수려한 경관과 낙조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전망층과 바다 경치를 볼 수 있는 2층 테라스 등 다양한 휴게공간을 갖췄다.
사진 C영상미디어, 태안군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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