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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산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환경 지키기도 유쾌하고 흥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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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배’ 홍다경 대표
경북 의성군 한 폐기물처리장에 어느 순간 거대한 산이 솟았다. 멀리서 보면 화산재가 쌓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산’이었다. 축구장 2배 면적에 높이는 29m로 10층 건물과 맞먹는 규모였다. 불과 3년 만에 쓰레기산을 만든 폐기물은 20만 8000여 톤, 허용치 2000톤의 100배가 넘는 양이었다. 폐기물 더미 속에서는 쓰레기가 자연분해되며 생긴 가스로 연일 불기둥이 치솟았다. 하루라도 살수차로 물을 뿌리지 않으면 큰불로 번질 수 있는 상황. 인근 주민들은 심한 악취로 창문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건 물론 언제 불이 날지 모르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2019년 미국 이 보도하면서 그 심각성이 알려진 경북 의성 ‘쓰레기산’의 이야기다.



“대한민국에 쓰레기 홍수가 났다”
외신 보도 이후 쓰레기산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로 떠올랐다. 쓰레기산이란 건설폐기물을 비롯해 산업폐기물, 의료폐기물, 생활폐기물 등 각종 쓰레기가 모두 모여 거대한 산처럼 쌓인 것을 말한다. 모두 허용량을 초과해 불법으로 투기·방치된 ‘인간이 만든 산’이다.
“도착했을 때 쓰레기 더미에서 자연발화로 불이 났다 진압된 상태였어요. 갖가지 유해물질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죠. 함께 간 어머니는 그날 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였어요. 아파트 10층 높이의 쓰레기산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그야말로 ‘등반’을 해야 했어요. 일반 쓰레기부터 건설폐기물까지 다양한 쓰레기가 섞여 있었죠.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다 여기 있었구나, 내 눈앞에서 없어졌다고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딘가에 계속 쌓이고 있었구나 싶더군요. 정말 큰일났다고 생각했어요.”
청년 환경동아리 ‘지지배’의 홍다경 대표는 의성 쓰레기산을 처음 봤던 때의 기억을 이같이 떠올렸다. 그는 외신 보도를 본 뒤 집에서 1시간 거리인 그곳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가 쓰레기산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그날 이후였다. 그때의 충격으로 그는 지지배 회원들과 함께 전국 30여 곳의 쓰레기산을 직접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지지배’는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란 뜻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비영리 시민단체 지구시민운동연합에 소속돼 있다. 10~20대 청년으로 구성된 170여 명의 ‘지지배’ 회원은 공동행동을 통해 각종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홍 대표와 회원들은 전국 쓰레기산의 위치를 알려주는 ‘쓰레기산 지도’를 만들었고 문제의 시급성을 알리기 위해 2022년 12월엔 국회 앞에서 목소리도 냈다. 종이상자로 직접 만든 피켓에는 ‘집 앞에 쓰레기산이 솟았다’, ‘대한민국에 쓰레기 홍수가 났다’고 썼다.





‘환경 뮤직비디오’ 만들고 ‘쓰레기산 댄스’ 개발
회원들은 무엇보다 쓰레기산을 알리는 것에 집중했다. 쓰레기산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의성 쓰레기산은 외신 보도 이후 정부가 나선 덕에 1년 8개월 만에 모두 치웠지만 2019년 전국 235곳에 걸쳐 있던 쓰레기산은 두 배 가까이 더 늘었다. 2022년까지 발견된 전국의 쓰레기산은 총 437곳, 폐기물 양은 191만 톤에 달한다. 2022년 8월까지 이 중 157만 8000톤이 치워졌지만 쓰레기는 언제고 다시 늘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환경 뮤직비디오와 ‘쓰레기산 댄스’다. 지지배가 2020년 카카오의 ‘같이가치’ 펀딩을 받아 제작한 뮤직비디오 ‘enlighten(깨달음)’은 언뜻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듯하지만 실은 주인공 뒤로 펼쳐지는 거대한 쓰레기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은데, 내가 너의 일부라서’, ‘아무도 모르게 부끄러워 감춰두려 하지마’와 같은 서정적인 가사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들을 수도 있지만 쓰레기산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쓰레기산 댄스는 수화를 활용한 안무를 선보인 방탄소년단(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홍 대표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지지배는 쓰레기 없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아 직접 안무를 개발했고 쓰레기산을 찾아갈 때마다 폐기물 더미를 배경으로 춤을 췄다. 손에는 빨간 고무장갑을 무대의상처럼 착용했다. 쓰레기 앞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청년들이라니! 온라인에 올린 영상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고 지지배는 누리꾼들이 춤을 따라 춘 뒤 인증하면 친환경비누 등을 선물로 주는 ‘쓰레기산 댄스 챌린지’로 관심을 이어갔다. 홍 대표는 “지지배의 소셜 미션이 환경에 무관심했던 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편안하게 발라드 음악을 감상하다, 청년들의 흥겨운 댄스를 보다 자연스럽게 쓰레기산 문제에도 귀 기울여주길 바랐다”고 했다.



“환경에 관심 갖는 ‘에코 힙스?터’ 많아지길”
쓰레기 투기꾼을 잡는다고 해도 쓰레기산을 치우는 데 시간이 수년 이상 오래 걸리는 데다 이를 처리하는 데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애초에 쓰레기산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폐기물 불법 투기를 감시·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투기 방법까지 진화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폐기물을 분쇄해 흙과 섞어버리는 신종 투기 방법은 당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 토양이나 수도 오염 등의 형태로 나타나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홍 대표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시민들도 쓰레기 투기 감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감시·단속보다 중요한 건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홍 대표는 “수도권은 2026년부터, 그외 지역은 2030년부터 종량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그럼 그 많은 쓰레기가 다 어디로 갈까? 결국 쓰레기산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거나 분리배출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고 있다. 이를테면 ‘오늘도 고단한 박스의 하루(택배상자 테이프 손쉽게 뜯는 방법)’, ‘바다맛 사탕 치약, 씹는 치약 리뷰’, ‘새옷 대신 구제옷 쇼핑해보기’, ‘한강에서 예쁜 쓰레기 줍기’ 같은 것들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을 해도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아 ‘기후우울증’에 빠졌다면 유튜브에 ‘청년환경운동가 홍다경’을 검색해보길!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돼 있다.
홍 대표의 바람은 자신처럼 환경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그 방식은 유쾌하고 흥겹게! 그는 이를 ‘에코 힙스터’라고 표현했다. ‘힙스터’란 멋쟁이를 뜻하는 신조어다. 홍 대표는 많은 이들이 환경보호 활동을 멋진 일로 생각하고 ‘자랑’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게 어렵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돼요. 예를 들어 캠핑을 좋아한다면 하루 한 끼는 채식으로 먹는다든지, 개인용기는 다회용으로 챙겨가는 거예요. 여행 갈 때 속옷 챙기듯 식기도 챙겨간다고 생각하면 쉽죠. 중요한 건 이런 행위를 자랑처럼 알려야 한다는 거예요. 귀찮은 것도 누군가 실천하는 걸 직접 보면 따라 하게 되고 그게 유행이 되는 거잖아요. 특히 청년들이 앞장서서 환경보호에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활동을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면 좋겠어요. 우리가 살아갈 곳은 지구뿐이잖아요? 여기서 태어난 이상 미래세대가 아닌 우리 모두가 지금 당장 지구 살리기에 나서야 해요.”

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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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부터 종량제쓰레기 직매립 금지
2021년 환경부가 공표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2026년부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소각하지 않고 매립하는 것이 금지된다. 수도권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직매립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종량제쓰레기는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한 뒤 소각재만 매립할 수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매일 2000톤이 넘는 쓰레기가 매립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서울·경기·인천 등 세 개 자치단체에서 하루 평균 2998톤의 생활폐기물이 인천 서구 소재의 매립지에 묻히고 있다.
환경부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기를 법에 명시함으로써 수도권 매립지 포화시기를 늦추고 소각시설 등 폐기물 처리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만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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