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1초면 끝! 관세청 적발 마약 17% 탐지 “과학 탐지만큼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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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쟁 최전선, 관세청 마약탐지견이 지킨다
2022년 10월 6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할 때였다. 입국장 컨베이어벨트(캐러셀)에서 짐(기탁수하물)을 찾고 면세점으로 가는 길이었다. 축 늘어진 귀에 점박이 무늬,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개 한 마리가 25㎝쯤 되는 꼬리를 좌우로 끊임없이 흔들며 캐러셀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개는 아주 신이 나 보였다. 이 개는 ‘CUSTOMS K-9’이라는 문구가 적힌 하늘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마약과 전쟁’을 최전선에서 치르고 있는 관세청을 취재하기 위해 2023년 5월 인천공항을 찾았다. 7개월 전 입국장에서 기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 개를 다시 만났다. 이름은 ‘유로’. 수컷이고 스프링거 스패니얼 종이다. 올해 여섯 살이며 복제견이다. 중형견으로 집중력과 체력, 기동력이 좋고 호기심이 왕성하다. 사냥개로 유명한 종이다. 유로는 관세청이 운용하는 마약탐지견(이하 탐지견)이다. 유로가 입고 있는 조끼에 적힌 ‘CUSTOMS K-9’ 문구에서 CUSTOMS는 세관, K-9은 개를 뜻한다. 개과 동물을 뜻하는 영단어 ‘canine(케나인)’과 발음이 같아 K-9으로 표현한다.
제2여객터미널 3번 캐러셀에선 관세청 인천공항본부세관(이하 인천공항세관) 소속 이근석·오승헌 탐지조사요원(핸들러)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오는 항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객용 카트 위에 실은 켄넬(개 이동 가방)에는 탐지견 유로와 테드가 휴식 중이었다. 테드는 검은색 털을 가진 암컷으로 세 살이다. 사람에 대한 친화력이 높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탐지견의 후각 능력은 사람에 비해 최고 1만 배 이상 발달했다. 테드와 유로는 당장이라도 켄넬 밖으로 나가 냄새를 맡고 싶은지 꼬리를 살랑거렸다. 꼬리가 플라스틱으로 된 켄넬을 때리는 바람에 “탁, 탁”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탐지견은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이동이나 휴식할 때는 켄넬을 이용한다.
탐지견에게 마약 탐지는 즐거운 놀이
이근석 핸들러는 유로를 ‘일 중독견’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탐지견에 대해 “핸들러가 마약을 찾도록 강제로 시키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탐지견에게 탐지 활동은 자기주도적으로 나서는 즐거운 놀이”라고 했다.
개는 자기 감정을 꼬리로 표현한다. 테드와 유로는 꼬리를 좌우 대칭으로 흔들어대며 연신 냄새를 맡았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어 몹시 즐겁다는 몸짓이었다.
유로는 컨베이어벨트를 뛰어오르내리며 종횡무진 냄새를 맡았다. 자유분방함을 넘어 산만해보였다. 기자가 그간 취재했던 시각장애인 안내견, 119구조견과는 달랐다. 신기한 것은 탐지견들이 한번 냄새를 맡은 물건이나 사람에 대해서는 재차 탐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채 1초도 안되는 사이에 마약류 여부를 파악했다.
탐지견은 마약을 탐지하면 그 자리에 털썩 앉아 마약임을 알리고는 탐지에 대한 보상을 기다린다. 보상은 공놀이나 터그놀이다. 탐지견은 어릴 때부터 마약을 탐지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교육을 받는다.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견이 ‘손’이라는 말을 듣고 사람에게 앞발을 건네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간식을 얻어먹듯 탐지견에겐 공놀이와 터그놀이가 보상이다.
경력 33년 차인 인천공항세관 이상호 마약탐지팀장(스프링거 스패니얼 종 딘딘 담당, 6세)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벌어지는 탐지 활동은 사람으로 치면 시속 6㎞쯤 되는 러닝머신에서 전화를 받으며 책을 읽는 셈”이라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행객들은 탐지견의 실제 활동을 보며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마약을 적발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근석 핸들러는 “과거에는 탐지견이 근처에만 가도 소리를 지르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금은 탐지견을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탐지견이 앞장서면 핸들러가 따라가
유로에 이어 테드가 탐지에 나섰다. 30분간 맹활약한 유로는 냄새를 더 맡고 싶은지 켄넬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테드는 캐러셀과 카트, 캐리어 가방, 여행객 사이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냄새를 맡았다. 탐지견이 냄새를 좇아 앞장서면 줄을 잡은 핸들러는 따라갈 뿐이다. 오승헌 핸들러는 “탐지견은 30㎝ 거리면 냄새를 다 맡을 수 있다”고 했다.
관세청이 적발한 전체 마약 건수 중 약 17%는 탐지견이 찾아냈다. 2019년부터 2023년 4월까지 마약류 총 3258건을 적발했는데 이 중 탐지견이 558건(17.1%)을 탐지했다.
이근석 핸들러는 24년 차인데 군에서 군견병으로 복무했다. 유로는 그가 맡은 다섯 번째 탐지견이다. 네 번째 탐지견인 두나(리트리버 종, 13세)가 세상을 떠났을 땐 많이 울었다고 했다.
2021년부터 관세청에서 일한 오승헌 핸들러는 그전까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검역견을 관리했다. 관세청에서는 테드가 첫 번째 탐지견이다.
탐지견은 핸들러와 한 조가 돼 근무한다. 핸들러가 비번이면 탐지견도 비번이다. 인천공항세관에 근무하는 마약탐지요원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제2여객터미널 ▲특송물류센터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탐지 활동을 벌인다.
마약탐지팀원들은 마약을 탐지할 때는 집중 하느라 굉장히 힘들지만 마약을 적발해내면 긴장이 풀리면서 도파민이 분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호 팀장은 “비행기가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오지 않고 한 번 올 때 몰아서 온다”며 “1개 팀이 하루에 항공기 15대를 맡는다. 탐지견 3마리가 40~50분을 쉬지 않고 탐지한다”고 했다.
이근석 핸들러는 “탐지견은 과학 장비만큼 정확하다”며 일화를 들려줬다.
“국외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마약을 하고 온 사람이 있었다. 마약 실물은 없었다. 탐지견이 냄새를 맡고 그 사람을 의심하자 처음에는 항의했다. 과학 장비를 통해 추가 검사를 하니 그제야 ‘마약을 하고 왔다’고 이실직고했다. 탐지견과 함께할수록 탐지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오 핸들러는 “사람의 생각과 개의 생각은 다르다. 인내심을 갖고 탐지견과 교감해야 한다”며 “테드가 아직 경험은 적지만 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이어 “테드가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탐지견으로 ▲스프링거 스패니얼 ▲래브라도 리트리버 검정·황색을 운용하고 있다. 12개월을 넘긴 자견을 선발해 훈련시켜 현장에 6~7년간 투입한다. 탐지견 활동을 마친 후에는 핸들러나 민간에 분양된다. 처음 나고 자란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여생을 보내기도 한다.
핸들러가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다가 부산 김해국제공항으로 발령을 받으면 탐지견은 어떻게 될까? 탐지견도 부산으로 간다. 한번 핸들러·탐지견 관계를 맺으면 탐지견이 은퇴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속해서 함께한다.
현재 인천·김해공항세관 등 전국 8개 주요 공항·항만에서 탐지견 39마리(폭발물탐지견 1마리 포함)가 활약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에는 23마리가 소속돼 있다.
태국에 진출한 ‘K-탐지견’
우리나라의 탐지견 역사는 1987년 12월에 시작했다. 1988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미국 관세청에서 폭발물탐지견 6마리를 무상 기증받아 김포국제공항에 처음 투입했다. 1995년 2월 김포국제공항에 마약견센터를 준공하고 2001년 9월에는 인천 영종도에 관세청 산하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이하 훈련센터)를 세웠다. 2021년에는 세계관세기구(WCO) 아시아·태평양 ‘지역 탐지견 훈련기구’(RDTC·Regional Dog Training Center)로 지정돼 회원국이 보유한 탐지견과 교관을 훈련하며 마약 탐지 역량을 발전시키고 있다.
4월 27일 관세청은 세계 78개국 관세 당국 대표가 모인 ‘KCW(Korea Custom WEEK) 2023’을 서울에서 개최했다. KCW 2023에선 훈련센터가 길러낸 탐지견 2마리를 태국에 기증하는 행사도 열었다. 주인공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제이크·조크(2021년 12월생)’다. 현재 조크와 제이크는 영종도 훈련센터에서 태국 측 탐지조사요원 2명과 팀을 이뤄 양성훈련을 받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태국에서 활동한다.
앞서 태국 세관 당국은 2023년 2월 서울에서 열린 한·태국 관세청장 회의에서 우리 측에 마약탐지견센터 설립과 운영에 대한 노하우 전수와 탐지견 무상 기증을 요청했다.
이경훈 기자
박스기사
마약탐지견은 어떻게 훈련되나
교육 원칙은 자유분방·자기주도
“마약 탐지는 개의 본능을 극대화하는 것”
훈련센터를 찾아가 탐지견 양성 과정을 관찰했다. 훈련센터는 축구장 8개를 합친 규모다. 견사를 비롯해 훈련동(4개), 운동장 등을 갖췄다. 현재 54마리(예비견·은퇴견)가 생활하고 있다. 훈련센터의 교육철학은 ‘자유분방’, ‘자기주도’였다.
훈련센터 김락승 훈련교관은 동물을 좋아해 관세청에 들어왔다. 올해로 21년 차다. 이 중 7년은 일선 현장에서 탐지견과 함께 탐지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김 훈련교관은 “마약 탐지는 개의 본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탐지견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에서 훈련받는다”고 했다.
훈련센터는 어떤 곳인가?
탐지견을 번식하고 육성하고 돌보며 끝까지 책임지는 곳이다. 요람과 같다.
탐지견 훈련 과정은 어떻게 되나?
생후 약 4개월까지는 자견 훈련을 한다. 체력과 소유욕, 집중력을 기른다. 이후 8개월간 양성 훈련을 한다. 복종, 마약 냄새 기억, 수하물 탐지 등을 배운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친 탐지견은 16주간 집중 교육을 받는다. 대마, 해시시, 코카인, 필로폰, 헤로인, 아편, 엑스터시(MDMA) 등 마약 탐지 능력을 확인하고는 일선 공항·항만에 배치된다.
탐지견이 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예비견 중 40~50%가 최종적으로 탐지견이 된다. 탐지견에서 탈락한 개는 사회화 교육을 거친 뒤 일반 가정에 입양된다. 사람마다 적성이 다르듯 개도 적성에 맞는 삶을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탐지견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능력, 유전이 중요한가?
그렇다. 이 때문에 유능한 탐지견은 번식에 활용하고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는다. 단 핸들러가 원할 경우 중성화 수술을 한다.
탐지견 성별에 따라 탐지 능력도 다른가?
그렇지 않다.
탐지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활동성, 독립성, 스스로 해결하려는 능력이다. 회피하거나 누군가에게 의지해선 안된다. 탐지견 훈련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기주도 학습 방식으로 이뤄진다.
공항과 항만 중 탐지견들에게는 어디가 더 근무 환경이 좋은가?
공항이든 항만이든 큰 차이가 없다.
탐지견이 틀릴 때도 있나?
탐지견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실수를 한다. 핸들러는 탐지견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쓴다.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
훈련교관으로 훈련견의 능력이나 성격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훈련 방법을 결정한다. 훈련견이 계획했던 만큼 훈련을 따라오면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훈련견이 예상과 다르게 행동하면 고민을 하게 된다.
탐지견의 전성기, 수명은 어떻게 되나?
3~7세가 전성기다. 8~9세에 은퇴한다. 수명은 약 15년이다. 탐지견이라고 해서 일반 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탐지견은 자기 본능을 발휘하면서 살기에 더 행복한 삶일 수도 있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주변에서 탐지견을 보면 ‘눈’으로만 응원하고 사랑해주면 감사하겠다.
탐지견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한배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같은 자음(ㄱ~ㅎ)을 이용해 이름을 짓는다. ‘ㅎ’ 돌림이 끝나면 알파벳(A~Z)을 이용한다. 모견 ‘가을’이 새끼 3마리를 낳으면 자음 순서에 따라 ‘알렉산더’, ‘알파’, ‘엠버’로 짓는 식이다. 훈련센터에서는 12주 차부터 훈련교관이 정해져 일대일로 훈련견을 양성한다. 훈련교관은 예비견(훈련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을 정해준다. 이름은 훈련센터에서 공모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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