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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원 고충 해결에 미화원이 나섰다 210g짜리 빗자루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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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을 위한 빗자루’ 만든 환경미화원 태병석
“환경미화원의 고충은 환경미화원인 제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환경미화원 대부분이 업무에 적합한 빗자루가 없어서 빗자루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어요. 이런 불편함과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에게 빗자루는 없어서는 안되는 장비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환경미화원에게 빗자루를 보급하고 있지만 하루 평균 1만~2만 보를 걸으며 수천 번 빗자루질을 해야 하는 환경미화원에게 기존의 빗자루는 너무 크고 무겁다. 그대로 쓰다 보면 몸에 무리가 생기는 까닭에 환경미화원 대부분이 자르고 엮고 붙이고 묶어 자신에게 맞는 빗자루를 직접 만들어 쓴다. 올해로 8년 차인 대전 대덕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태병석(36) 씨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잘 만든 빗자루도 두세 달밖에 쓰질 못한다는 거였다. 1년에 몇 번이고 빗자루를 만들어 쓰는 게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중에도 딱 맞는 빗자루는 없었다. 태 씨가 환경미화원을 위한 빗자루를 만든 이유다. 태 씨가 1년여의 개발 끝에 올해 1월 출시한 빗자루는 환경미화원 사이에서 단연 화제다. 환경미화원이 만든 빗자루는 무엇이 다를까? 지난 5월 22일 태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환경미화원이 직접 빗자루를 만들어 쓴다는 게 놀랍다.
나도 환경미화원이 되고서야 알았다. 업무를 하다 보니 왜 빗자루를 만들어 쓰는지 알게 됐다. 환경미화원의 업무 특성상 빗자루는 가볍고 쓰기 편해야 한다. 각 지자체가 보급해주는 빗자루는 환경미화원이 쓰기엔 크고 무겁다. 환경미화원에게 맞는 빗자루가 없다 보니 각자 만들어 쓰는 것이다.
빗자루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당장 목수인 친구만 봐도 전용 줄자에 전용 망치가 있다. 환경미화원에게 빗자루는 없어서는 안되는 장비인데 전용 빗자루가 없다는 게 말이 안되는 거 아닌가? 환경미화원이 언제까지 직접 빗자루를 만들어야 하나.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고 싶었다.



빗자루는 어떻게 만들었나?
본업이 환경미화원이고 그전에는 축구를 하던 운동선수였다. 사업이나 제조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먼저 시중에 나와 있는 빗자루를 살펴봤다. 그중에서 환경미화원 업무에 적합해 보이는 제품을 최대한 추렸다. 사비로 제품을 구입해 주변 환경미화원들에게 나눠주고 직접 써보게 한 뒤 의견을 받았다. 제품마다 개선해야 할 점을 취합해 어떤 빗자루를 만들지 구상했다. 그다음 제품을 제작해줄 업체를 찾아다녔다. 일일이 부딪혀가며 금형을 만들고 빗자루를 제작했다. 그러다 보니 빗자루가 출시되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

기존 빗자루와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으로 빗자루는 솔이 촘촘하고 봉은 두껍고 튼튼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을 위한 빗자루는 솔이 적고 가벼워야 한다. 환경미화원의 업무는 거리 청소다. 거리에 있는 담배꽁초나 종이컵 등을 쓰는 데 솔이 촘촘할 필요는 없다. 솔이 촘촘하면 빗자루가 무거워지기만 할 뿐이다. 아무리 가벼운 빗자루도 몇 시간씩 들고 움직이면 몸에 부담을 준다. 그래서 무게를 줄였다. 알루미늄으로 봉을 만들었다. 빗자루 전체 무게는 210g에 불과하다. 빗자루가 가벼우니 한 손으로 다루기도 쉽다. 환경미화원은 한 손에 빗자루를 들고 한 손으로는 쓰레받기나 쓰레기봉투를 들어야 한다. 알루미늄으로 봉을 만드니 부식될 걱정도 없다. 나무로 만든 봉은 비를 맞으면 부식되기 쉽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거리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을 고려했다.

빗자루를 써본 환경미화원의 반응은?
환경미화원마다, 청소구역 특성에 따라 빗자루를 만들고 쓰는 방법이 다 다르다. 그래서 환경미화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게 세상에 아예 없던 제품이 아니라 기존의 빗자루를 환경미화원에게 맞게 만든 제품이지 않나. 빗자루가 출시된 지 4개월이 지났는데 직접 써본 환경미화원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미화원의 고충을 이해하고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제작 취지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또 이런 점은 좋다, 이런 점을 개선해달라는 의견도 준다. 제품이 개선되면 자신들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단체 주문도 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사용해본 환경미화원이 소속 지자체에 의견을 내 단체 주문하는 일이 늘고 있다. 울산 중구청과 서울 구로구청, 대전 대덕구청, 수원 장안구청 등에서 보급품으로 빗자루를 구매해 쓰고 있다. 이런 반응을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뿌듯하기도 하다.

환경미화원이 아닌 일반 구매자도 많다.
빗자루를 구매하는 절반이 일반 고객이다. 야외 청소를 하는 데 유용하다는 반응이다. 기능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빗자루 제작 취지를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놀랍다. 대부분 환경미화원에게 이런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면서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고 응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사실 그런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도 왜 이런 일을 하나 자문했다. 생활비를 털어 금형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의 오랜 문제를 꼭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원동력이 됐다. 모든 환경미화원이 좋아하지만은 않을 거다. 여태 해오던 방식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 20~30대 환경미화원도 늘고 있다. 그들에겐 빗자루를 만들어 쓴다는 게 상상이 안되는 일이다. 이런 변화로 전국의 환경미화원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제품도 개발할 생각인가?
출시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먼저다. 제품을 써본 환경미화원의 의견을 반영해 지금보다 사용하기 편한 빗자루를 만들 생각이다.

빗자루 외에 개선돼야 할 장비가 있다면?
환경미화원은 쓰레받기도 빗자루처럼 각자 개조해 쓴다. 쓰레받기에 손잡이를 길게 대거나 입구에 날을 대고, 바퀴를 대서 쓰는 식이다. 흰색 플라스틱 기름통을 잘라 쓰레받기 대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이 기름통이 쓰레받기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빗자루처럼 쓰레받기도 하루 종일 들고 다니다 보면 무겁고 불편하다. 환경미화원 업무를 안해본 사람은 이 불편한 지점을 모른다. 그래서 환경미화원 업무에 적합한 제품을 스스로 만드는 거다. 이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

덕분에 환경미화원의 고충을 알게 됐다. 장비 문제 말고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환경미화원 업무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불법 투기된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생각보다 불법 투기되는 쓰레기 양이 상당하다. 종량제봉투를 사용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10명 중 5명에 불과할 정도다. 그걸 치우는 데 시간이 더 든다. 불법 투기된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환경미화원은 자기 구역을 깨끗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 치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쓰레기 불법 투기는 반복된다. 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만 잘 담아 버려도 환경미화원의 업무 부담이 줄어든다. 불법 투기된 쓰레기를 치우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쓰레기 배출에 관한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해주길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환경미화원의 근무 환경이 나아지고 거리도 더 깨끗해질 것이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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