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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시간도 많다! ‘요즘 어른’들의 2막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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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세대
이현숙(58) 씨는 아침에 일어나 새벽배송으로 온 식재료를 들여놓는다. 식사 준비를 마치면 필라테스로 몸을 풀고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검색한다. 임영웅이 광고하는 제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한다. 좋아하는 가수를 향한 애정 표현 방식이다. 팬카페 회원들과 안부를 나누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활력이 그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 씨는 대표적 리본세대다. 리본(reborn)은 ‘다시 활발해지다’, ‘다시 태어나다’라는 의미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인생 2막을 새롭게 시작하는 5060세대를 지칭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순자산액이 가장 많은 세대는 50대(5억 3473만 원)였다. 60세 이상(4억 8327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가운데 기존 중장년층보다 몸도 건강한 편이다. ‘나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시기’로 이보다 더 적합한 때가 있을까?
리본세대와 유사한 표현으로 ‘신중년’, ‘오팔세대’, ‘액티브 시니어’ 등이 있다. 모두 활동적인 시니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기를 부모세대보다 활동적으로 보내게 된 데는 이들이 겪은 경제·사회·문화적 진화라는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 1980~1990년대 10% 넘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특히 50대에 진입한 1970년대생은 1990년대 X세대 문화 부흥기를 주도한 세대로 문화적 자부심이 강하다.
디지털 활용도 익숙하다.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등 PC통신을 거쳐 야후, 라이코스 등 포털 서비스를 처음 이용한 디지털 세대이다. 개인PC 태동기부터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고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Z세대를 자녀로 둔 경우가 많아 디지털 문턱에 가로막힐 때면 자녀 찬스를 쓸 수도 있다. 온라인에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누리소통망(SNS) 참여도 활발하다.



‘나’를 위한 소비, 젊은 라이프스타일 지향
무엇보다 ‘나’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교육, 운동, 취미, 패션, 미용 등에 돈과 시간을 투자할 뿐 아니라 이 씨의 사례처럼 젊은 세대의 팬덤(열성 팬) 문화를 그대로 학습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공연을 관람하고 애정하는 연예인 이름으로 기부를 하며 신곡 스트리밍, 굿즈(팬 상품) 구매 등을 통해 스타를 지원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광고하는 물품을 구입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시간적 여유와 경제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와 같은 배경 덕분에 리본세대는 주요 문화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CGV에 따르면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의 개봉 첫 주, 이 영화를 가장 많이 본 관객은 50대가 차지했다. 20~30대가 주 고객인 영화관에 생긴 이변이었다. 이들은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봉을 흔들며 임영웅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N차 관람객(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임영웅이 시축한 FC서울과 대구FC의 축구 경기 관람객은 4만 5007명. K리그 유료 관중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래 최다 관중이다. 좌석 입장권은 1분 만에 매진됐다. 도서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는 발행 1주일 만에 3쇄를 찍었고 예약 구매자 중 50대 이상 여성이 63.3%를 차지했다. 이는 트로트 열풍과 임영웅 효과가 맞물리면서 생긴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리본세대가 문화 소비의 큰손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온라인 소비에서 떠오른 ‘큰손’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쓱닷컴)의 주문 데이터 분석 결과에도 5060세대의 소비 경향이 드러난다. 2021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5060세대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었다. 전체 주문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2016년 약 8%에 불과하던 것에 비해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이들은 주로 손주를 위한 유아용품, 반려동물을 위한 애견용품 등에 관심을 보였다.
기존 중장년층의 패션 스타일과도 차이를 보인다. 나이키, 아디다스, 파타고니아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에 거부감이 없다. 높은 안목과 취향, 스타일을 기반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한다. 유튜브에서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밀라논나’나 시니어 모델 김칠두 등은 일찌감치 틀을 깨며 정체성을 확립한 대표주자다. 등산복과 우중충한 점퍼 대신 트렌치코트와 꼭 맞는 셔츠로 젊은 패션 바람을 일으킨 ‘더 뉴 그레이’의 ‘메이크오버 프로젝트’는 누구나 멋지게 나이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021년 기준 기대수명 83.6년. 본격적으로 퇴직자 반열에 들어선 1960년대생은 은퇴하기엔 여전히 창창하다. 가족을 향해 무조건적 희생에 시간을 쏟아부은 부모세대와는 다른 행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인생 후반전만큼은 자신에게 집중하며 가꿔가고 싶은 욕구가 오늘날의 리본세대를 만들었다.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을 기반으로 자아실현,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리본세대의 진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조이현 객원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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