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를 탄 이웃, 공동번영 위해 힘차게 항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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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국 정상과 이틀에 걸쳐 개별 회담 진행
2023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가 5월 29~30일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다자 정상회의인 동시에 한국과 태평양도서국 사이에 최초로 이뤄진 정상회의다.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우리의 관여와 기여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각 국과의 양자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태평양은 미중 경쟁의 각축장으로 떠오르며 태평양도서국의 전략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2022년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며 외교·군사적으로 가까워졌고 미국은 같은해 9월 워싱턴에서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약 8억 1000만 달러의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이 지역과 인접한 호주의 관심 역시 높다.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 한·태평양도서국 협력기금을 설립하고 누적 1240만 달러를 지원해왔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푸른 태평양 원칙 확고하게 지지”
이번 정상회의에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회원국 12개국 정상(2개의 프랑스 자치령 포함), 5개국 부총리와 장관급 인사, PIF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과 태평양도서국은 태평양을 마주한 가까운 이웃”이라며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와 평화 민주주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반세기 이상 우호적이고 성숙한 관계를 발전시켜왔다”고 밝혔다. 이어 “태평양도서국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 기후변화, 자연재해, 식량, 보건, 해양수산 위기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면서 “PIF의 역할과 모든 회원국의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하나의 푸른 태평양 원칙을 확고하게 지지하면서 태평양도서국과의 협력을 심화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태평양도서국 14개국 모두와 수립된 외교관계를 바탕으로 쌍방향 소통을 확대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켜 가겠다고 전했다. 한국과 태평양도서국 간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ODA와 한·PIF 협력기금을 증액하고 각 국가에 맞춤형 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현재 분산돼 있는 역량 강화, 연수, 교육 프로그램을 ‘한·태평양도서국 푸른 태평양 역량강화 사업’으로 통합하고 대상 인원을 3배 이상 대폭 확대함으로써 우리의 경제성장 경험을 태평양도서국과 적극 공유하기로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태평양이라는 광활한 바다에서 한배를 탄 이웃인 한국과 태평양도서국이 공동번영을 위해 힘차게 항해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한 태평양도서국의 관심과 지지도 요청했다.
PIF 정상들은 한국이 이번 정상회의에 전체 회원국을 초청해준 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태평양에 적극 관여하고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의 전무후무한 경제발전과 성공의 경험을 배우길 기대한다면서 한국으로부터 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받고 기술과 교육훈련을 지원받길 희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2023 한·태평양도서국 정상선언문: 회복력 있는 태평양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이 채택됐다. 또 이날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협력 사업을 제시하고 지속 발굴하는 내용의 ‘자유, 평화, 번영의 태평양을 위한 행동계획’도 발표했다.
한국은 파푸아뉴기니 발전의 롤모델
윤 대통령의 외교 시계는 어느 때보다 분주히 돌아갔다. 정상회의에 앞서 이틀 동안 타네시 마아마우 키리바시 대통령, 시아오시 소발레니 통가 총리, 카우세아 나타노 투발루 총리, 이스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 마크 브라운 쿡제도 총리, 데이비드 카부아 마셜제도 대통령,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 달튼 타겔라기 니우에 총리,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 등 10개국 정상과 순차적으로 개별 회담을 가졌다. 각국 정상들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기여를 기대하며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기울이는 데 크게 고무돼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키리바시가 태평양도서국 중 조업량 기준 우리의 최대 원양어업 어장으로 수산 분야의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이에 우리 어선들의 안전하고 원활한 조업을 위한 키리바시 측의 지원을 요청했다. 마아마우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며 어촌 특화 개발 등 해양수산과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확대해나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1970년 태평양도서국 중 최초로 우리와 외교 관계를 맺은 통가는 한국과 태평양도서국을 잇는 첫 연결고리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월 대규모 해저 화산 폭발 당시 소발레니 총리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처로 통가가 발빠르게 사태를 수습하며 24명의 우리 교민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발레니 총리는 한국의 지원 덕분에 재건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점, 한국과 개발협력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이뤄온 점을 높이 사며 앞으로 디지털, 식수사업, 해수 분야 공무원 역량 강화 등의 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투발루는 기후변화의 위협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확대되며 9개 섬 중 2개가 이미 침몰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여러 국제회의를 계기로 태평양도서국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경각심을 환기시킨 나타노 총리의 노력을 평가했다. 한국이 탄소배출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앞장설 것이란 의지도 밝혔다. 나타노 총리는 통신장비 개선, 기후변화 대응, 탈탄소 해운업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길 바랐다.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국가 의무에 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권고적 의견을 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을 주도한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의 국제적 리더십을 높이 샀다. 기후변화와 개발협력 분야에서 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칼사카우 총리는 지난 3월 사이클론 피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전력 공급 사업 등 우리 정부의 다양한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바누아투가 계획하는 각종 항만개발 사업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주길 요청했다.
약 1000만 인구의 파푸아뉴기니는 태평양 지역의 관문 국가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인적교류와 경제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파푸아뉴기니가 역내 리더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해 한국과 함께 노력해나가자고 당부했다. 마라페 총리는 한국이 파푸아뉴기니 발전의 롤모델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협력이 지속되길 기대했다. 특히 2022년 양국의 교역규모가 전년 대비 2.4배 증가하며 18억 달러를 기록한 사실을 강조하며 석유, 금,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파푸아뉴기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제조업 기업들의 투자와 진출을 강력히 희망한다고 전했다.
니우에와 수교로 태평양도서국 모두와 외교관계 수립
이번 정상회의는 PIF 의장국으로서 쿡제도의 브라운 총리와 공동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쿡제도가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태평양도서국을 대표해 활약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과 태평양도서국의 협력관계에 역사적 이정표가 될 이번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함께 노력해줄 것을 청했다. 브라운 총리도 이에 공감했다. 이어 2023년 수교 1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심화하고 쿡제도가 풍부하게 갖춘 망간, 철, 니켈, 구리, 코발트 등 심해저 자원 개발도 협력해나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마셜제도가 전 세계 8개 상주공관 중 하나로 한국에 공관을 운영 중인 것을 상기했다.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주마셜제도 상주공관 개설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카부아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은 마셜제도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한국이 보여준 식수 개선 사업 등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표층수와 심층수 온도차를 활용한 해수온도차 발전 사업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며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지지 의사를 전했다.
올해 11월 솔로몬제도에서 개최되는 ‘2023 퍼시픽게임’의 성공을 기원하며 윤 대통령은 선수단 수송용 차량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티나강 수력발전소 사업, 뉴조지아섬 조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양국의 경제협력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데 공감했다. 윤 대통령은 공무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새마을운동 초청 연수, 대학 역량 강화 지원 등 다양한 개발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니우에는 이번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수교를 맺은 섬나라다. 이로써 한국은 태평양도서국 모두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됐다. 인구 1600명의 니우에는 뉴질랜드와 자유연합 관계에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회원국이다. 인도, 호주, 일본, 중국, 태국 등 20개국이 니우에와 수교했으며 미국도 2022년 9월 열린 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주권 국가로 승인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니우에의 수교를 뜻깊게 여기며 향후 개발협력과 기후변화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팔라우 간 교류 확대를 위해 노력한 휩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휩스 대통령은 지난 25년간 한국 명예영사를 역임했다. 두 정상은 인적교류·개발협력 분야에서 더욱 협력해가며 직항편 재개를 통한 교류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휩스 대통령은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 등의 우수한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과 협업을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도로·항만 건설, 통신, IT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팔라우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휩스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5월 30일 접견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대신해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말스 부총리는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열린 것을 축하하며 태평양도서국 정상들이 이번 회의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음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호주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발표한 국방전략검토와 관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구축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한·호주 양국의 전략적 접근이 일치하는 바가 많은 만큼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등을 통해 긴밀히 소통해나가자고 했다.
선수현 기자
박스기사
박영규 주 피지 한국대사
“경제협력 강화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할 것”
태평양도서국의 전략적 가치가 부상하는 가운데 5월 29~30일 제1회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태평양도서국에 해당하는 피지도 빌레임 가보카 부총리가 참석해 우리 정부와 해양수산 분야,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 정부는 태평양도서국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기후변화 대응, 해양환경 보호 등의 과제 해결에 기여해나갈 방침이다. 박영규 주 피지 한국대사에게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의 의의와 성과를 들어봤다.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의 개최 배경과 의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태평양도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고 풍부한 해양수산 자원을 갖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주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할 파트너다. 이 국가들 역시 기후변화·경제·개발 등 필요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태평양도서국들과 관계를 획기적으로 격상하고, 우리의 외교 지평을 태평양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우리 외교의 대상과 협력의 범위를 넓히고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충실히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구체화하는 좋은 사례로 평가한다.
이번 회의의 구체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정상회의 결과 ‘2023 한·태평양도서국 정상선언문: 회복력 있는 태평양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과 부속문서 ‘행동계획’이 채택됐다. 이를 토대로 기후변화, 지역개발, 보건의료, 해양수산, 친환경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사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태평양도서국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한편 발전 잠재력이 풍부한 이들 국가와 경제협력 토대를 공고히 해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다.
향후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외교 계획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태평양도서국들과 관계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만큼 현지에서 해당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하며 정상회의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해나가려고 한다. 태평양도서국들은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경제회복과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협력해나가기를 원한다.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태평양도서국들의 ‘2050 푸른 태평양 대륙전략’ 이행 과정에서 전략적 접점을 모색하고 조화시켜 서로 윈윈하는 맞춤형 협력 사업을 적극 시행해나갈 계획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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