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원년 K-씨름 확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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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대한씨름협회 ‘K-씨름 진흥’ 업무협약 체결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민속문화이자 전통 스포츠인 씨름이 K-스포츠 대표 종목으로 거듭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씨름의 저변을 확대하고 씨름을 경쟁력 있는 K-스포츠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한때 국민적 인기를 누렸으나 한동안 팬들이 사라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씨름을 부활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5월 17일 국립민속박물관과 대한씨름협회는 K-씨름 진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민속과 전통이라는 특성을 공유하는 두 기관이 협업해 씨름의 재미와 매력을 널리 확산한다는 취지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국립민속박물관은 주요 행사의 메인 콘텐츠에 씨름을 활용할 계획이다. 세시풍속, 명절 행사와 연계해 씨름 체험 행사와 씨름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박물관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씨름 마케팅에 나선다. 아울러 두 기관은 씨름 관련 콘텐츠를 활성화하고 씨름 저변 확대·진흥을 위한 각종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
힘 대신 기술로… 최경량급 ‘소백’급 신설
씨름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은 문체부가 지난 1월 발표한 ‘K-씨름 진흥방안’에 더욱 구체적으로 담겼다. 그간 스타선수 부재와 기술씨름 쇠퇴로 침체기를 겪어온 씨름을 전통과 품격, 매력을 두루 갖춘 K-스포츠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진흥방안을 수립한 K-씨름 진흥 민·관합동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한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1980년대에 우리 씨름은 최고의 부흥기를 누렸으나 현재는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침체기를 겪고 있다”면서 “씨름 진흥방안이 수립되고 올해 기업팀(MG새마을금고 씨름단)도 창단하는 등 씨름이 1980년대 인기 이상으로 국민스포츠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씨름 경기장과 경기방식 등 씨름대회 전반에 대해 혁신한다. 차별성 없는 유사한 대회가 난립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역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경기가 전개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군 단위 체육관에서 주로 열려 미디어 주목도와 접근성이 떨어졌던 설·추석·단오·천하장사 4개 주요 씨름대회는 서울 및 대도시 개최를 추진해 주목도를 높인다. 또 경기장은 멀티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경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한때 씨름 열풍을 일으킨 KBS ‘씨름의 희열’과 같은 예능 방송 속 씨름의 재미를 경기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씨름 체급 중 가장 경량급인 ‘태백(80㎏ 이하)’급보다 낮은 체급인 ‘소백’급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힘보다 다채로운 기술이 중심이 되는 기술씨름으로 경기의 흥미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기술보다 체중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하는 이른바 ‘힘씨름’은 경기의 흥미를 저해해 씨름의 인기를 떨어뜨린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현재 씨름은 태백(80㎏ 이하)·금강(90㎏ 이하)·한라(105㎏ 이하)·백두(140㎏ 이하) 등 4개 체급으로 분류된다.
아울러 한 번 지면 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 대진 외 다양한 경기방식을 도입하는 등 경기 규칙을 개편한다. 또 실업리그에 기업팀, 지역 연고, 리그제 등 프로스포츠 요소를 도입해 프로리그로 전환하기 위한 직전 단계로 운영한다. 현재 국내 남자 씨름 실업팀은 19개로 다른 종목에 비해 적지 않은 숫자지만 씨름의 저변이 더 넓어지기 위해선 프로리그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1월 MG새마을금고 씨름단의 출범은 의미가 크다. 기업팀이 출범한 건 2016년 현대코끼리씨름단이 해체된 지 7년 만이다.
MZ세대·외국인도 즐기는 스포츠로
씨름이 중장년층·남성이 즐기는 스포츠에서 탈피해 청소년과 여성,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외국인까지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로 거듭나도록 대상별 맞춤형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어린이집·유치원을 대상으로 놀이형 씨름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초등학교 씨름 교과를 개발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는 씨름을 주제로 한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확산하고 씨름 소재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 씨름 스타를 내세운 SNS(누리소통망)마케팅을 강화한다. 이밖에 찾아가는 씨름 교실을 운영하고 씨름 유사 종목을 보유한 국가들과 국제교류를 통해 씨름의 일상화·씨름의 세계화를 뒷받침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2023년을 K-씨름 부활의 원년으로 삼아 전성기 씨름의 환호와 갈채, 추억을 되살리겠다”면서 “대회·경기방식·경기장을 포함한 씨름의 모든 것을 혁신해 제2의 이만기, 강호동이 나오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윤 기자
박스기사
백발의 모래판 대부가 눈물 흘린 이유
백발의 모래판 대부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5월 17일 K-씨름 진흥을 위한 국립민속박물관과 대한씨름협회의 협약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씨름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씨름은 전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K-팝처럼 인기몰이 할 것이란 확신이 있다. 외국인들은 일본 스모보다 훨씬 흥미롭다고 얘기한다”며 씨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김민재(영암군민속씨름단) 선수 같은 슈퍼 루키의 등장 등으로 30~40년 전 인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약이 시작됐다. 국민 스포츠로 다시 서도록 문체부가 강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인사말이 끝나자 황 회장은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에 감사드린다”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다 감정에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황 회장은 이만기, 이봉걸, 강호동 등 시대를 풍미한 천하장사들을 배출한 지도자로 ‘씨름계 대부’로 불린다. 그는 “이번 협약으로 씨름이 K-스포츠 대표 브랜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협약식 후 눈물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박 장관과 정부의 씨름에 대한 진심이 고마워 울었다”고 귀띔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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