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슈퍼위크 글로벌 중추국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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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부터 독일·EU까지 숨가쁜 정상회담
‘외교 슈퍼위크’가 펼쳐졌다. 5월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처럼 윤 대통령은 5월 숨 가쁜 외교전을 펼쳤다. 시작은 5월 17일 방한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다. 이틀 뒤 윤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2박 3일간 히로시마에서 9개 정상회담과 1개 약식환담을 소화했다. 5월 21일 하루에만 5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귀국한 후에도 외교 슈퍼위크는 계속됐다. 윤 대통령은 5월 21일 저녁 방한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5월 22일에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과의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5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정말 쉴 틈 없는 빡빡한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람이 아주 컸다면서 무엇보다 “글로벌 중추국가, 글로벌 책임국가, 글로벌 기여국가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외교, 그리고 국익에 대해 되새겨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교 슈퍼위크 동안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위상을 뽐냈다. 핵심은 윤석열정부의 국정철학인 자유와 연대다. 윤 대통령은 외교무대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연대를 내세우면서 이에 반하는 러시아,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경고에 힘을 실어줬다. 다양한 글로벌 과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해 G7 국가와 협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외교 슈퍼위크의 하이라이트는 5월 21일이었다. 이날 이른 아침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처음으로 공동 참배했다. 이어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을 잇달아 열어 3국 ‘밀착 외교’를 공고히 했다. 오후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처음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공고해진 한·미·일 3국 관계 확인
먼저 5월 21일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약 2주 만에 다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나서 35분간 가진 정상회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가 외교·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산업·과학기술·문화예술·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여러 차례의 만남을 통해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관계라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들이 서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한국과 일본이 다양한 글로벌 의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날 오후에는 한·미·일 세 정상이 다시 만났다.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3자 회담을 가진 이후 반년 만이다. 세 정상은 그 사이 공고한 협력체계를 강화해오고 있었다. 2023년 1월 기시다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뒤 3월에는 윤 대통령이 일본을 찾아 한일관계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 4월에는 윤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을 강화시켰고 5월에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정상회담은 짧게 진행됐지만 그 의미는 컸다. 한·미·일 정상은 양자회담을 거쳐 끈끈해진 3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한·미·일의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 일은 대북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함께 워싱턴DC로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워싱턴DC에서 세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공급망 등 경제안보 협력 분야 등에서 밀착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와 연대, 규범과 법치 강조
윤 대통령은 5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외교활동을 벌이면서 가진 태도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의 국익은 단선적으로 정의될 수 없다”며 “안보 이슈, 경제 이슈, 기후·보건 협력 등 글로벌 어젠다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외교를 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관이 협업하며 기업과 국민이 국제무대에 나설 수 있는 외교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외교행위는 자유와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5월 21일 참석한 G7 정상회의 확대세션Ⅲ(평화안보·법치·글로벌 거버넌스)에서 한 모두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북한의 사례는 국제규범과 법치가 반드시 지켜져야만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국제법과 규범에 입각한 법의 지배가 무시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자유를 지키고 평화를 확보하는 유일한 길은 그 구성원인 국가들이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법과 규범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북한의 예를 들었다. 북한의 심각한 국제규범 위반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위반으로서 국제법 위반”이며 “북한 정권이 자행하는 인권 유린 또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사회가 더 이상 이를 외면하고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잦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G7 정상들은 “북한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무모한 행동은 반드시 신속하고 단일하며 강력한 국제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 윤 대통령은 확대세션 모두발언에서 “국제규범과 법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목적을 달성하는 전례를 남겨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자유와 연대, 규범과 법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자유와 국제연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적·경제적·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의약품, 발전기, 교육용 컴퓨터 등 우크라이나가 긴급히 필요로 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적시에 지원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종식시키고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평화와 일상을 회복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난 정상 외교
G7 정상회의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은 쉴 틈 없이 각국 정상들을 만났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자 일본 히로시마를 찾은 첫날 가장 먼저 만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가졌던 한·호주 정상회담에서도 윤 대통령은 한국과 호주가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로 역내 평화를 증진하는 데 더욱 긴밀히 협력해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앨버니지 총리는 한국과 호주의 관계가 2021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을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베트남 관계와 한·아세안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만큼 앞으로 양국이 더욱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력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이 한국의 3대 교역국임을 언급하면서 “2030년 교역 15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ODA(공적개발원조),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 등 한국의 베트남 개발협력을 확대해나가며, 국제무대에서도 양국이 함께 협력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찐 총리도 “베트남은 대외정책 추진에 있어 한국을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면서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 인도·태평양 전략, 한·아세안 연대구상은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및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5월 20일에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한·영 간 원전 협력 확대, 디지털 파트너십 체결, 사이버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수낵 총리의 관심을 당부하며 한·영 간 협력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가자고 했다. 이에 수낵 총리도 적극 동의를 표하면서 에너지·방위산업·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각별히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특히 수낵 총리는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삼고자 한다며 최단 시간 내에 한·영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과 합의를 도출하자고 제의해왔고 윤 대통령도 긴밀한 소통을 약속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 등과도 정상회담을 가진 윤 대통령은 각 정상과 각국의 협력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5월 20일 만난 모디 총리와는 민주주의의 연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3년은 한국과 인도가 수교한 지 50주년을 맞는 해다. 윤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3월 한국이 미국과 공동 주최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모디 총리가 참석한 데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인도가 연대해 글로벌 의제에 함께 대응해나가자고 말했다. 더불어 2010년 발효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발전시켜 다가오는 50년을 준비해나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5월 21일에는 위도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한·아세안 연대 구상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한·인도네시아 관계 역시 2023년에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데 위도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도 미래산업 발전의 핵심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 투자 기업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협력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가능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5월 21일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아잘리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잘리 대통령은 AU 의장 자격으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적 성장을 논의하는 G20에서도 아프리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AU의 주요 20개국(G20) 가입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54개국으로 이뤄진 아프리카 공동체와의 파트너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코모로와 같은 인도양 아프리카 국가가 인·태 전략의 중요한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아잘리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을 잘 알고 있다”면서 식량상황 개선, 제조업 협력, 교육 훈련, 기후변화 대응 등에 있어 한국의 지원을 강력히 희망했다. 이에 양 정상은 해양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청색경제(blue economy)를 위한 협력 등 상호 관심 분야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 양국 간 우호 관계를 더욱 강화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렇게 쉴 틈 없이 이어진 윤 대통령의 외교 활동은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외교 슈퍼위크를 마무리 짓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G7 정상회의를 통해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이 사뭇 달라졌음을 실감했다”며 “대한민국의 정의롭고 책임있는 리더십은 국제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부는 글로벌 어젠다에 진취적으로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기여하며 책임있게 행동해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을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기여 외교’의 밑그림 그린 윤 대통령
G7 주도 ‘기후클럽’ 동참, K–라이스 벨트’ 확대도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세계 시민의 자유와 번영을 확대하는 데 한국 정부가 더 큰 역할과 기여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확대세션Ⅰ(식량·보건·개발·젠더) 및 확대세션Ⅱ(기후·에너지·환경)에 참석해 한국이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윤 대통령이 이들 확대세션에서 약속한 것은 ‘K-라이스 벨트’ 협력 국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감염병혁신연합(CEPI)에 2400만 달러를 공여하며 G7이 주도하는 ‘기후클럽’에 동참하는 것 등이다.
K-라이스 벨트는 한국이 쌀을 자급하기 시작한 경험을 아프리카 국가에 전수하기 위해 쌀 종자와 재배기술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서부해안에서 동부해안까지 K-라이스 벨트를 구축해 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2023년 세네갈, 카메룬, 우간다 등 6개국에서 시범사업을 개시했다고 밝히며 2024년에는 케냐를 포함한 7개국 이상으로 협력국가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1년에 800만 달러씩 기여하던 CEPI에 대한 지원 금액을 크게 증액해 2023년 2400만 달러를 공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의제와 관련해서는 G7이 2022년 창설하기로 합의한 기후클럽에 대한민국도 참여하기로 결정했음을 밝혔다. 한국 역시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고 저탄소 신산업 육성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마련하기 위해 2024년 하반기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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