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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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원폭 피해자 위로하고 한일 정상 함께 ‘한인 위령비’ 참배
과거 직시하고 미래로
회한에 젖은 눈물을 닦는 사람도 있었다. 세월이 담긴 희미한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었다. 5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만남’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원폭 피해자 동포들은 윤 대통령의 진심 어린 말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히로시마에는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당시 히로시마에 있던 한국인 약 5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한국인 사망자가 2만 명으로 기록돼 있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지만 지금껏 이에 대해 언급한 대통령은 없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원폭 피해자 동포를 만난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만남 자리에는 피폭자와 가족 등 20여 명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마이크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우선 어디에서 태어나고 사는지보다 혈연과 문화적 배경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러시아에 살든 일본에 계시든 미국에 있든 여러분은 재외동포”라면서 “대한민국의 국가와 정부가 여러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가가 피해자 동포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동포들이 원자탄에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바로 해방과 독립이 됐습니다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공산 침략을 당하고,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 동포 여러분들이 이렇게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원폭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정부를 대표해서 여러분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한국원폭피해대책특별위 전 위원장인 박남주 할머니의 손을 맞잡았다. 윤 대통령이 피해자 동포들을 만난 것은 한일관계 개선이 미래를 향하는 것만이 아니라 과거사를 해결하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한일 양국이 미래의 문을 열었지만 과거의 문도 결코 닫지 않겠다는 의지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피해자 동포들은 윤 대통령이 찾아와 위로와 사과를 전한 것에 대해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피폭 당사자인 권양백 전 위령비이설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감격을 느끼고 있다”며 “오늘 윤 대통령의 위로를 하늘에 계신 선배님들께 꼭 보고드리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피폭 2세인 권준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78년 만에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찾아줘 마음에 맺힌 아픔이 풀렸으며 동포사회에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1일 윤 대통령 부부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윤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총리 부부는 각자 백합 꽃다발을 헌화하고 허리를 숙여 약 10초간 묵념했다. 5월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묵은 상처를 풀어냈던 피해자 동포들이 두 정상 부부의 뒤에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참배를 마친 두 정상은 이어 가진 한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그 의미를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참배가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세계평화의 관점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답했다. 참배의 의미에 대해 윤 대통령은 피해자와의 만남 모두발언에서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에서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이 함께 위령비에 참배한 것은 “두 정상이 한일관계의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핵 위협에 두 정상, 두 나라가 공동으로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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