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원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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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을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 주단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5~6월 때 이른 무더위가 전기 사용량을 끌어 올려 2022년 상반기 전력거래량이 역대 상반기 중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전력거래량은 26만 9432GWh(기가와트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 기존 기록은 4년 전인 2018년 상반기의 26만 2555GWh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전력 사용에 들어간 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석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거래금액은 전력거래량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상반기 전력거래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60% 급증해 37조 3492억 원까지 치솟았다. 반기 기준으로 30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럽을 비롯한 에너지 소비국들이 올겨울 난방을 대비해 연료 확보 전쟁에 나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전 의존도 높이는 세계 각국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계 각국은 너나 할 것 없이 원전 의존도를 높이려고 한다. 유럽의회는 최근 원자력을 유럽연합(EU)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것을 의결했다. EU 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을 하거나 환경기준을 충족하면 환경·기후친화적인 녹색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를 담은 분류체계다. EU의 기후·환경 목표에 맞는 투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과 조건을 담고 있어 기업과 투자자, 정책 입안자가 투자 활동에 참고할 수 있는 도구다.
독일 등 탈원전 국가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프랑스를 비롯해 원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에너지 대란에 대비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밀어붙였다. 프랑스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에너지 대란에 대비할 것을 촉구하면서 원전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와 갈등으로 올겨울 전력난이 예상되는 일본도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공식화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올겨울 (전력) 수급 압박이 염려되는데 이런 사태를 막아야 한다. 경제산업상에게 원전을 가능한 한 많이 최대 9기까지 가동해 전력 수요의 10%가량을 확보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전까지 원전 54기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순차적으로 멈춰 세워 2012년 5월 원전 가동률 ‘제로’를 기록했다. 이후 안전심사를 통과한 원전을 재가동하고 일부는 폐로를 진행했다.
‘친원전’ 국가들은 원전을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원전은 밤낮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대규모 전력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이런 장점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원전 발전량 증가 추세로
해와 바람은 하루 24시간, 365일 내내 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전력 수요는 간헐적이지 않다. 만약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전기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정전을 피하고자 한다면 햇빛이 부족하고 바람이 약한 때를 위해 다른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이 역할은 석탄과 천연가스가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지만 문제는 탄소배출량이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510억 톤 가운데 전력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인데 전체 전력의 3분의 2가 바로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생산된다. 기후위기를 막는다면서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를 쓰는 것은 모순적이기 때문에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게 친원전 국가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도 원전 확대를 향해 가고 있다. 원전 발전량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최근 6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5월 원전 발전량은 7만 1995GWh로 전년 동기(6만 5885GWh)보다 9.2% 증가했다. 2016년 1~5월 7만 3504GWh를 기록한 후 줄곧 내림세였던 원전 발전량이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신한울 1호기가 시험운영에 들어가고 안전 문제로 가동을 멈춘 한빛 4호기의 재가동 절차가 시작되면 원전 발전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전력난은 피할 수 없는 상수가 돼버렸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쓴 책 에서 “우리는 말도 안 되는 미친 아이디어에 투자하기를 꺼려서는 안 된다. 미친 아이디어에도 투자를 해야 최소 한두 개 정도의 기막힌 혁신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원전이든 뭐든 가리지 말고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는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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