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서비스는 우리 사회의 필수 노동 “파출부 대신 ‘가사관리자’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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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를 가다
“일하는 동안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공간도 없어요. 집주인들은 집에 있는 빵 하나만 먹어도 신고하는 경우도 있어요. 지하철역 수유실에서 식사하는 가사근로자가 많아요. 거기에 전자레인지 하나만 놔줘도 좋겠어요. 우리는 어떤 집이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 일하는데 정작 사회에선 존중받지 못하니 속상해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만난 가사근로자 서미경 씨는 이같이 고충을 털어놨다. 2018년 다른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뒤 가사근로자로 일한 지 5년째. 70대에도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는 직업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지만 정작 사회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토로다. 그는 “가장 원하는 건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사가 ‘가사근로자법’ 상담
맞벌이 가정과 1인가구 등이 크게 증가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가사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 꼽힌다. 센터는 서 씨와 같은 가사근로자들이 근무 중 발생한 분쟁이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 창구다. 고용노동부는 한국가사노동자협회(한가협)와 전국고용서비스협회(서울 금천구) 두 곳을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하고 지난 4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두 곳에서는 각종 상담뿐 아니라 고품질 가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직무 및 관리자 교육, 가사서비스 법·제도 홍보를 하고 있다. 또 가사근로에 대한 사회적 인식 향상을 위한 캠페인, 지역 유관기관 등과 협업을 통한 가사서비스 시장 활성화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개소한 센터를 찾았다. 한가협이 운영하는 이곳엔 네 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언제든 방문·전화 상담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송미령 사무국장은 “물건 분실·파손에 대한 분쟁,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족, 근무 중 휴게시간에 대한 견해 차, 성희롱, 이유 없는 ‘갑질’ 등이 가사근로자의 주된 민원사항”이라며 “특히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을 땐 갑자기 서비스를 취소하는 이른바 ‘노쇼’로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서도 서비스 이용자들의 입장만 듣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주고 이에 앞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센터에서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센터에는 공인노무사가 상주하고 있어 근무 중 겪는 어려움에 대해 법률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특히 2022년 6월 시행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에 따라 가사근로자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에 대한 상담 등을 제공한다. 이제는 가사근로자도 최저임금, 4대보험, 유급휴가 등의 적용을 받게 됐지만 가사근로자와 서비스 제공기관조차 이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법 시행 초기 혼란을 중재하는 것도 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조영수 노무사(상담팀장)는 “가사근로자가 법의 내용이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근로 특성상 법률이 적용돼도 일반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혜택을 느끼는 수준이 낮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사근로자법 시행으로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모든 근로자는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식비, 교통비, 중개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체감 임금이 크게 줄어드니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법 적용의 혜택이 크지 않다고 느낀다. 또 가사서비스는 수요가 있을 때만 일을 하는 이른바 ‘호출노동’이기 때문에 만근 시 주어지는 연차휴가를 적용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휴가 대신 급여, 수당으로 지급하는 곳이 많은데 이런 상황을 근로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법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선 상담을 토대로 사례집도 만들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법·제도 개선 활동을 이어가려고 한다.”
“일·가정 양립 등 사회발전에 중요한 역할”
센터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가사근로자를 대상으로 직무교육과 소양교육도 실시한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센터가 생기기 전까지 직무교육은 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동영상 등 약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희 교육팀장은 “직무교육도 최신 트렌드에 맞춰 진행한다. 요즘엔 전자제품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사용법을 직관적으로 알기 쉽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전자제품 사용 방법과 반려견이 있는 가정에서의 근무 방법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특히 청소 서비스에서 위생 수준과 관련해 이용자의 불만이 제기된 경우엔 근로자를 대상으로 재교육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소양교육은 이용자의 민원에 근로자가 스스로 대처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이뤄진다. 이 팀장은 “서비스 이용자와 갈등이 생겼을 때 가사근로자 본인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매뉴얼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가사근로자의 처우가 개선되기 위해선 정부가 인증하는 서비스 제공기관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사근로자법은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소속된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 인증을 받은 기관은 전국적으로도 41곳에 불과하다. 조영수 노무사는 “국내 가사근로자 수는 최소 2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가사근로자법을 적용받는 이는 400여 명뿐이다. 비율로 치면 0.2%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당장 정부인증을 받으면 근로자에게 최저임금과 4대보험, 퇴직금 등을 적용해줘야 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사업자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보험료 및 국민연금보험료의 80%를 지원한다. 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등 노동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명희 팀장은 “정부인증 기관은 고용부에서 제공하는 컨설팅을 받고, 손해배상수단과 비밀보호제도도 갖추고 있어 소비자에게도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인증기관으로 등록한 뒤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는 등의 성공사례가 쌓이면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센터에서는 가사근로자 인식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가사근로자 호칭부터 바로잡는다. ‘파출부’, ‘도우미’, ‘이모’ 대신 ‘가사관리자’로 부르자는 것이다. 이 팀장은 호칭을 비롯해 가사근로자에 대한 인식 및 처우 개선은 일·가정 양립과 양성평등 등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가사노동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던 이 일을 대신해주는 직업군이 생기면서 다른 사회 구성원들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가사서비스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려면 친정 엄마 등 또 다른 여성의 희생이 따라야만 했다. 미래세대는 더 이상 이런 관행을 반복해선 안된다. 가사서비스가 그런 희생을 멈추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가사근로자들도 더욱 존중받는 사회·제도적 개선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
조윤 기자
박스기사1
가사서비스, 정부인증 ‘가사랑’ 이용해보세요!
‘가사랑’이란?
정부가 인증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가사서비스
1) 직접 고용한 가사근로자가 서비스 제공
2) 고용노동부에서 직무교육 등 컨설팅 제공
3) 손해배상수단과 고객 비밀보호제도 보장
4) 표준이용계약 등을 통한 고품질 서비스 제공
5) 서비스 내용과 이용요금 공개
이용 가능한 가사서비스
1) 청소, 세탁, 주방일
2) 가족구성원 보호·양육(자녀 양육, 노인 돌봄, 환자 간병, 장애인 지원, 산모·신생아 돌봄 등)
이용방법
가사랑 누리집(www.work.go.kr)에서 집과 가까운 서비스 제공기관 검색, 서비스 유형 및 이용요금 등 확인 후 이용계약 체결
문의 1350(유료)
박스기사2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
'그림자 노동자'에서 정식 근로자로 인정
2022년 6월 16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됐다. 이로써 가사근로자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지 68년 만에 정식 근로자로 인정받게 됐다. 앞서 근로기준법에는 해당 법이 ‘가사사용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간 가사근로자가 ‘그림자 노동자’로 불린 이유다.
가사근로자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증한 기관정부인증기관에서 가사근로자를 직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가사서비스 시장이 대부분 직업소개소 형태의 중개업체를 매개로 형성된 탓에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근로자 보호에 취약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인증기관에 소속된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계약을 맺고 최저임금을 비롯해 법정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등을 적용받는다.
계약서를 쓸 땐 근로 제공이 가능한 날짜와 시간, 지역 등이 명시돼야 한다. 최소 근로시간은 노동관계법에 따라 주 15시간 이상이어야 하지만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 예외적으로 고용보험법을 따른다. 가사근로자는 업체로부터 고지받은 서비스 제공 시간을 1주일간 개근한 경우 1회 이상 유급휴일을 보장받는다. 1년간 근로시간이 계약상 서비스 제공 시간의 80%를 넘으면 15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고 3년 이상 근로자는 2년마다 하루씩 가산돼 25일 내에서 연차가 주어진다. 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도 적용돼 실직이나 산업재해의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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